"마약 관련 그런 범죄들도 있었고, 나중에 수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한 한 남성은 '난민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위와 같이 밝혔다. 그들은 '가짜난민 양산하는 난민법 폐지하라'는 팻말을 들고선 "차별금지법 도입에 반대한다"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최근 법무부가 제주도에 있는 예멘인 300여 명에게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금 난민을 향한 찬반 목소리가 대립되는 양상이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선 '난민 환영'과 '난민 반대'를 외치는 집회가 나란히 열리기도 했다.
 
같은 날, 방송인 김어준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 직접 출연한 배우 정우성이 화제가 됐다. 그는 여전히 난민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 다스뵈이다

 
 정우성의 굳건한 소신
 
"반평생 안 좋은 동네에서 살다가 이제 좀 좋은 동네 살면 안 돼요? 내가 진짜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시종일관 시기와 환호가 교차됐다. 시기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들을 쏟아내는 정우성을 향해 김어준이, 환호는 그런 정우성을 향해 청중들이 연발했다. 자수성가 발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민 문제를 발언했을 당시 "좋은 동네에서 CCTV 갖춘 집에 살면서 난민을 받아들이자고 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정우성은 위와 같이 가감 없이 대답했다. '쿨'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발언하는 배우 정우성 배우 정우성이 지난 6월 26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난민 문제와 관련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 발언하는 배우 정우성 배우 정우성이 지난 6월 26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난민 문제와 관련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정우성은 지난 6월 난민 문제에 대해 발언한 이후 "SNS가 난리가 날 만큼 공격을 많이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난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대중이 가짜 정보를 접하면서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생각을 돌리거나 떠나버리는 일이 생길까 걱정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을 공격한 가짜뉴스와 SNS 논쟁에 대해서도 정우성은 "사람을 이슈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는 좋지 못한 현상"이라고 명쾌하게 정의 내렸다. 예나 지금이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자신의 소신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후 벌어진 상황 역시 나름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 그 뿐일까.
 
"(나 또한) 연예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정치와 관련해 충분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독재정권 시대를 지나오면서 국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먹고사는 것이 최선이다'는 우민화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자기 검열이 상당했고 그런 시대가 있었다. 잔소리가 많은 건 안 되지만, 나이 먹은 선배로서 행동은 바르게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더라."
"(댓글 관련) 조직적인 작전 세력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그들만 밝혀내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들만 밝혀내면 되니까."

 
소신은 변함없이 굳건했다. <다스뵈이다>에서의 짧은 인터뷰 내내 정우성은 톱배우이자 대한민국 국민이 갖는 '관심'의 너른 폭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래와 같은 당부는 정우성의 관심의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 혹은 역사 바로 세우기, 또는 극우와의 싸움 등등 여러 갈래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것에 인내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 됐다'고 착각을 하면서 인내력을 내려놓을 때가 있는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수년 째 이어온 정우성의 존재 증명
 
블랙리스트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박근혜 나와"를 외쳤을 때만 해도 촛불의 영향인줄로만 알았다. 이후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에 매진하는 동시에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며 파업 중이던 KBS 새노조를 응원하기도 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나 소방관 GO 챌린지는 물론 제주4.3을 알리는 동백꽃 배지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최근엔 노플라스틱 챌린지에도 동참했다. 연예 관련 방송에도 얼굴을 비치는 와중에 JTBC <뉴스룸>이나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같은 시사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러 사회 이슈에 동참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를 그쪽(?) 방면으로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난민 관련 발언이었을 것이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 SBS

 
그런 점에서, <다스뵈이다>에서 한 '인내력'과 관련된 발언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치적 올바름 혹은 정치적 발언과 관련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정우성의 다짐과도 같은 발언은 각계각층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고 나름의 싸움을 벌여가는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덕목이자 마음가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우성 역시 <다스뵈이다>에 출연, 박근혜 정부에서 광고주의 압박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정치 팟캐스트 출연과 같은 일을 소속사 대표가 꺼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다큐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은 일 역시 본인이 직접 나서서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날, 바다> 상영관을 찾아 관객들과 만난 배우 정우성

<그날, 바다> 상영관을 찾아 관객들과 만난 배우 정우성 ⓒ 엣나인필름

 
이렇게 연예인으로서, 톱스타로서 느낄 수 있는 압박과 부담에 대해 정우성은 "살면서 모든 것을 얻었는데 잃을 게 뭐가 있겠나"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경제적인 면을 포함해) 잃을 것이 많은 이가 또 정우성과 같은 연예인, 유명인일 수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기도 하다. 수 년째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을 향한 관심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우성은 스스로의 존재 증명을 멋들어지게 이뤄나가는 중이다. <인랑>과 같은 블록버스터와 <그날, 바다>와 같은 세월호 다큐에 동시에 출연할 수 있는 그러한 배우이자 난민 문제에 대해 적확하게 발언하고 논리를 펼쳐낼 수 있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 우리에게도 할리우드의 조지 클루니 부럽지 않은 '배우'가 당도했다.
정우성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