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는 데뷔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보아는 데뷔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 민트페이퍼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하 GMF)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가을 뮤직 페스티벌이다. 2007년에 포문을 연 이후,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선선한 가을에 다양한 뮤지션들의 무대를 만날 수 있고, 페스티벌장 역시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다.
 
2018 GMF의 토요일 공연에 다녀왔다. 많은 뮤지션의 무대를 보기 위해 바쁘게 무대와 무대를 옮겨 다녔다. 최근 신보 < Age >을 발표한 라이프앤타임의 연주는 단단했다. 엔딩곡 '호랑이'가 연주되는 동안에는 여름 록 페스티벌 못지 않은 열기마저 느껴졌다. 볼빨간 사춘기는 마이클 잭슨의 'Beat It' 등을 커버하는 등, 과거 페스티벌에서 보여준 적 없는 과감한 시도들을 보여 주었다. AOMG의 리더 박재범은 '우리가 빠지면 파티가 아니지'라는 노래 제목처럼, 체조경기장을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한편 페퍼톤스는 올해도 개근(?)에 성공했다.
 
뻔하지 않은 50분 선사한 보아
 
 2018 GMF 무대에 오른 보아.

2018 GMF 무대에 오른 보아. ⓒ 민트페이퍼


첫날, 가장 화제가 된 출연자는 역시 보아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케이팝 아이콘이 페스티벌에 나온다는 것은 화제가 될 만했다. 2011년, 일본 섬머소닉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커다란 열광 속에 보아가 야외 무대에 올랐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라이더 재킷을 입은 모습이었다. 첫 곡은 팬들이 사랑하는 곡으로 유명한 '공중정원'이었다. '공중정원'은 2005년에 발표된 곡이지만, 특유의 세련된 멜로디로 발표 이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도회적인 분위기의 멜로디가 서늘한 밤과 잘 어울렸다. 바로 이어진 곡은 'No Matter What'이었다. 2년 전 보아가 빈지노와 함께 발표했던 트로피컬 하우스 곡을 밴드 버전으로 재구성했다. 그녀가 이 곡을 무대에서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첫 인사를 끝낸 보아는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보겠다'며 '한별'(2010)과 'Love and Hate'(2015), 'Only One'(2012) 등 감성적인 곡들을 연이어 불렀다. 보아 특유의 섬세한 가성이 잔디마당을 가득 채웠다. 보아는 "저답지 않게 발라드만 했다. 이제 분위기를 바꿔 보겠다"고 웃어보였다.

베테랑의 분위기 전환은 자연스러웠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모두 히트했던 'Valenti'(2002)를 라틴 버전으로 편곡했고, 올해 발표한 '내가 돌아' 역시 비슷한 스타일로 유려하게 편곡해 이어 붙였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올해 초, 'Man In The Mirror'의 원작자 사이다 가렛과 함께 이 곡을 리메이크했다.)

'아시아의 별', 그 명성을 증명한 시간
 
 보아의 공연은 추억을 자극하는 옛 히트곡들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보아의 공연은 추억을 자극하는 옛 히트곡들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 민트페이퍼

  
이 무대를 중요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그녀는 많이 알려진 곡을 고르기보다는, '팬들이 듣고 싶어하는 곡들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했다. 실제로 공연을 앞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듣고 싶은 곡을 추천받기도 했다. 물론 '가장 보아다운 레퍼토리' 역시 잊지 않았다. 보아는 자켓을 벗고 댄서들과 다시 무대 위에 섰다.

'아틀란티스 소녀'가 시작되자,  돗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부리나케 스탠딩 존으로 달려왔다. 이어진 'My Name'의 춤도 팬들을 열광시켰다. 격렬한 동작을 소화하면서도 목소리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시아의 별' 그 자체였다. 공연을 끝맺음한 곡은 모두의 예상대로 'No.1'이었다. '점핑보아'(보아의 팬덤)은 물론, 그녀의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도 한 마음으로 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둠 속에 니 얼굴 보다가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어~"

옆을 둘러보니,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팬도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들었던 노래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 날 보아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과연 노래는 힘이 세다.

다른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녀에 대한 예찬을 반복하고 있었다. 5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아를 증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차트 순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음반과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 아닐까. 데뷔곡 'ID:PEACE B' 이후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더 좋은 가수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보아는 오는 24일 아홉번째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보아 GMF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페스티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