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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2일 오전 11시30분]

최근 산림청 퇴직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임업조직인 산림조합중앙회도 낙하산 인사와 예산 낭비 등 경영 난맥상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30일 조합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석형 현 회장의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관련 기사: 억대 명퇴금, 낙하산 인사까지... '산피아'들이 사는 법).  
 
지난 2016년 산림조합중앙회가 경기도 여주 임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앞에 세운 세종목마.
 지난 2016년 산림조합중앙회가 경기도 여주 임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앞에 세운 세종목마.
ⓒ 산림조합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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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와 산림조합중앙회 등에 따르면 임산물 관련 각종 정보를 담은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임산물 관련 기관과 생산자, 소비자 등에게 각종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1997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구축비용만 5억7229억 원이 들었고, 전액 국가에서 지원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중앙회가 국회에 제출한 '유통정보시스템 연도별 운영비 현황'을 보면, 매년 시스템 운영비로 3억5200만 원이 들어갔고, 지난 2016년에는 웹 개발사업으로 2억 원이 추가됐다. 최근 5년동안 이 시스템에 들어간 예산만 19억6000만 원이나 됐다.

하지만, 하루에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은 작년의 경우 하루 평균 71.7명 뿐이었다. 5년동안 20억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 시스템이지만, 고작 하루에 수십여 명의 사람들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평균 70명 들어오는 홈페이지 운영비로 매년 3억5천만원씩 예산 펑펑

이렇게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이유는 해당 시스템의 내용 자체가 부실하거나, 정보로서 가치가 크게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시스템에 들어있는 각종 임산물 관련 가격을 보면, '일년 내내' 월 평균 가격이 똑같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기자, 깐호도 등 16개 품목은 일년 내내 평균값이 같고, 일부 가격변동이 있는 경우도 건표고나 밤 등 몇개 품목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통계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임산물 유통가격 자체는 소비자 등에게도 매우 필요한 정보"라며 "실제로는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는데, 여기에 매년 3억5000만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예산낭비 사례라고 밝혔다.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 홈페이지.
ⓒ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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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다. 예산낭비 지적을 받고 있는 임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건물 앞에는 높이 25.16미터의 대형 모형물이 서 있다. '세종 목마'라고 불리는 대형 목마(木馬)다. 이석형 조합중앙회 회장이 지난 2016년 2월 국산 목재의 유통을 활성화하겠다는 상징으로 만든 모형물이다. 여기에 들어간 목재만 국내에서 생산된 낙엽송 50 세제곱미터(m³)가 들어갔다. 세제곱미터(m³)는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로, 1m³는 한변의 길이가 1미터(m)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말한다. 

이처럼 많은 양의 목재가 들어간 조형물이지만, 정작 이를 보기위해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목마 제작을 비롯해 유통종합정보센터 개편 등에 들어간 사업비만 모두 50억원에 달했다.

해당 사업을 맡아 추진해 온 곳은 산림조합중앙회의 자회사인 에스제이(SJ) 씨엔티라는 곳이다. 지난  2015년에 목재소재 건축 및 공작물 건설, 토목, 조경 공사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석형 중앙회장이 설립을 주도했다. SJ 씨엔티는 여주 종합정보센터 외에도 조합중앙회 청사 옥상의  하늘숲 테마파크, 숲카페 등 산림조합과 연관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속도로 옆에 난데없는 대형 목마 세우고...전시성 사업에 적자만 쌓여
 
지난 2016년 산림조합중앙회가 경기도 여주 임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앞에 세운 세종목마.
 지난 2016년 산림조합중앙회가 경기도 여주 임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 앞에 세운 세종목마.
ⓒ 산림조합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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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조합 관계자는 "중앙회가 임산물 홍보를 하겠다면서 정부로부터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라면서 "정작 산림사업과는 큰 관련없는 각종 전시성 사업을 벌이면서, 적자만 키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산림조합중앙회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6년에만 중앙회는 4억83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작년 상반기까지 이미 3억5500만 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중앙회 차원에서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별다른 개선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당시 감사를 통해 지난 2010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조합중앙회 회원 자격유무를 단 한 차례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직 운영 태만을 지적받기도 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자는 "이같은 전시성 사업에 따른 예산낭비와 경영 적자 확대는 이미 과거 낙하산인사 등으로 인해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회의 낙하산 인사는 지난 2016년 국감에서도 제기됐었다. 당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석형 중앙회장이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자회사 등에 채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실제 이 회장을 중앙회 취임전부터 수행했던 A씨는 SJ 씨엔티 총괄 과장으로, 또 다른 수행원도 같은 회사에 입사했다. 이들의 경우 건설관련 자격이나 경력은 전혀 없었다. 또 이 회장이 함평군수시절 함께 했던 B씨의 경우 2016년에 산림문화휴양엑스포 업무지원 등의 명목으로 채용돼기도 했다. 당시 해당 인사에 지급된 월급만 6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6월에는 이 회장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금융노조 산림조합중앙회지부는 지난 6월 15일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함평군수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중앙회 자회사인 SJ씨엔티 간부가 휴가를 내고, 함평군수에 출마한 이윤행 후보의 선거활동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 해당 간부는 이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산림조합 상근직원은 선거운동을 할수 없도록 돼 있다.

조합중앙회 안팎에선 오는 30일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 회장이 적자경영과 전시성 사업에 따른 예산낭비,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그:#산피아, #산림청, #산림조합중앙회, #이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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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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