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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의 기본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가 부당한 침해를 당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직장에 가서 돌아오면 시간이 없다. 사람을 모아서 항의하는 일은 리더십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도 항의할 수가 없다.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제도라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으면 마치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운영된다. 물론 이런 제도는 힘없는 약자에게 더 가혹할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유없이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는 잘못된 것이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남이 침묵당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지난 20여 년 간 그 역할을 해온 사람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되돌아보고쓰다
 되돌아보고쓰다
ⓒ 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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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았던 안진걸씨의 책 <되돌아보고 쓰다>는 권리를 되찾기 위해 외쳤던 함성의 기록이다. 그는 15년 넘게 참여연대에서 상근자로 근무하면서, 민생과 권리에 관한 운동을 펼쳤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석 전 국회의원과 함께 권리 운동을 실천한 바 있다.

안씨는 법을 공부했지만 사법시험을 치러 변호사가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젊은 시절부터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는 길을 선택했다. 진보적 사회 진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변호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살아온 길의 궤적을 보면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여느 변호사 못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성과 역시 훌륭했다.

그는 야간 집회 금지를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해서 위헌 결정 제청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그는 국민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내가 야간 집회 금지를 규정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은, 위헌 여부를 명확히 가리지 않으면 당장 야간 집회에 참여한 수백만 시민이 모조리 범법자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야간 집회가 허용되면 시민들이 얻을 것도 분명했다. 낮에 학업과 생업에 바쁜 시민들이 저녁에 집회에 자유롭게 참여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했다. -128P
 
이에 대해 밤이 되면 국민들이 폭도로 돌변할 것이라고 흑색선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자는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국민주권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기에 더 열심히 활동할 것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는 반값등록금, 남양유업 갑을문제, 재벌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반대 등의 이슈에도 뛰어들었다.

2016년, 2017년 촛불 집회에서도 퇴진행동의 실무자로서 공익 소송을 진행해서 행진 범위를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넓힌 것도 그의 성과이다. 집회에 많이 참여한 덕에 전문 시위꾼(경찰 은어로는 밥풀떼기)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는 국민들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안씨의 노력과 성과뿐만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그의 노력에 주목하게 되지만, 그를 둘러싼 경찰들의 집요한 탐문도 눈길을 끈다. 

​​​​​​​권리를 제한하는 억압에 비판적인 그의 성향 상 보수정권 내내 재판을 받게 되는 일이 잦았는데, 경찰들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큰 방식의 조사를 했다.

평범한 사람이 이런 조치를 당한다면 아마 의지가 꺾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 책은 권리를 되찾는 과정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당시 경찰의 세태를 알리는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한 후에,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옆집 출입문에 출석요구서도 아닌 메모지를 붙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정식 출석요구서가 아닌 짝퉁 출석요구서인 데다가, 메모지에는 신분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도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갑자기 지명수배 중이라 전화를 했다는 내용의 연락을 받아야 했다. 시민단체 상근자로 15년 동안 근무하는데 갑자기 지명수배가 되었다고 얘기를 들은 저자는 황당함을 느꼈다.

그런데 알고보니 출석요구서를 집을 비우면서 받지 못하자,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소재지 불명, 연락 불통으로 처리해서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렸고, 지명수배 전에 지명통보 조치를 내린 것이었다. 일반 시민들이었다면 집회의 자유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그런데 일반 시민이 집회 한 번 참가했다가 경찰에게 이렇게 당하면 그다음에는 고통스러워서 집회에 나갈 엄두조차 못 내게 된다. 박근혜 정부와 경찰이 노리는 바가 그게 아닌가 싶다. '너, 정권 비판했지? 너, 당해봐. 그리고 앞으로 집회에 나오지 마.' 그렇지 않고야 멀쩡히 직장 다니며 사회생활 하는 사람을 소재 불명, 연락처 불통이라고 처리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지명수배자로 만들어놓고 차량을 검문할 수 있나. -46P
 
이런 탄압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십 몇 년 동안 권력과 싸워 왔다. 그가 맞서 싸운 이론적 근거는 휴머니즘 밖에 없다고 한다. 저자는 화순의 시골마을에서 자랐는데, 열심히 일하는 데도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문제 의식을 키웠다는 것이다. 

권리를 위해 수십 년간 싸워온 저자의 목표는 추상적으로는 '사람 사는 세상'일 수도 있고, 구체적으로는 생명과 평화가 최우선으로 존중되는 세상이라고 한다. 소박한 소망과 강인한 의지가 돋보이는 사람의 기록이다.

되돌아보고 쓰다 -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안진걸 지음, 북콤마(2018)


태그:#참여연대, #안진걸, #시민단체,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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