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순 70주년을 맞이해 여순특별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청와대와 국회의 유가족 1인 시위, 시민단체의 국민서명, 순천대 여순연구소 설립, 전시전과 공연 및 다큐 방송, 특별법 발의 등에 이어 이번엔 자전거 동호회 순례단까지 동참했다.    

17일 11시 순천시청 앞에서 순천시가 주최하고, (사)남북경제협력포럼(회장 이오영)이 주관하는 자전거 전국순례 대행진 출정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국에서 온 아자여(아마추어 자전거 여행) 동호회 회원 45명이 동참했다.
 
17일 11시 순천시청에서 열린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에서 정병철 여순사건 순천유족회 이사장이 유가족을 대표해서 감사를 표하며 격려하고 있다.
▲ 격려하는 여순 유가족 17일 11시 순천시청에서 열린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에서 정병철 여순사건 순천유족회 이사장이 유가족을 대표해서 감사를 표하며 격려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당일 9시에 여수를 출발한 자전거 순례단은 순천에서 출정식을 갖고 구례 임실까지 이동, 18일엔 전주, 완주, 대전을 향한다. 19일에 세종, 천안, 오산을 거쳐 마지막 20일엔 수원, 안양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광화문 광장까지 총 3박 4일 동안 무려 423.6㎞ 거리를 순례할 예정이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면 추모제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번 출정식에 유가족과 여순사건 순천유족회, 여순10·19특별법제정국민연대, (사)남북경제협력포럼 관계자 및 순천시장, 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여순특별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여 자전거 순례단을 격려하고 배웅했다.

순례단 대표자는 "입에서 입으로 진실에서 진실로 전해진 이야기. 동포의 학살을 거부했던, 조국의 분단을 묵과할 수 없었던 70년 전 이야기"라며 "여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출정"한다고 밝혔다.
 
3박 4일 일정으로 여수에서 출발하여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기 위한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을 위해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순천시청으로 오고 있다.
▲ 입장하는 자전거 순례단 3박 4일 일정으로 여수에서 출발하여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기 위한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을 위해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순천시청으로 오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정병철 순천유족회 이사장은 "젊은 사람, 생산하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막중한 먼 거리를 가야 한다, 고생하시겠다"며, "4일째까지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고 격려했다. 또한 "도 조례가 여순사건 및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로 되어 있다, 여순사건 단독 조례가 제정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허석 순천시장은 여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체장 등의 협력을 알리면서 "정치인들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쟁취되는 특별법이어야만 훨씬 의미가 깊고 생명력이 오래 간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제주 4·3은 5·10 단독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항쟁으로 분단을 막기 위한 통일운동이었다. 제주4·3과 쌍둥이인,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여순사건도 통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 가는 것은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것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지향하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자전거 순례"라 평가했다. 끝으로 안전하게 행보를 할 것을 당부하며, "뒤에 전남 동부지역, 제주도민과 전 국민이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응원했다.

서정진 의장은 "지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인정을 받도록 특별법 제정을 위해 (순천시의회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순사건특별위를 중심으로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들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출정을 위해 자전거에 오른, 광주에 사는 회사원 54살 이아무개씨는 "동호회로 홍보가 와서 뜻깊은 행사라 참여"했다고 알렸다. 이씨는 "학교 다닐 때 반란으로 알았는데 항쟁이라 알게 됐다"며 "평소 주말에만 자전거를 즐겨 타서 긴 여정은 처음이나 남다른 각오로 끝까지 완주해서 널리 국민들이 공감하고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박 4일 일정으로 여수에서 출발하여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긴 여정을 시작하는, 자전거 순례단을 격려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 배웅하는 유가족 3박 4일 일정으로 여수에서 출발하여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긴 여정을 시작하는, 자전거 순례단을 격려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특히 참석한 유가족들은 자전거 순례단을 배웅하며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기뻐했다. 그 중에는 해룡면에서 온 80세 방아무개씨도 있다.

그는 도롱부락 출신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당시 60대인 모친과 두 형, 누나와 살았다. 그때 집안의 가장 역할도 한 19살과 20살 두 형이 "우익계의 모략으로 아무 이유도 없이 처형"을 당했다며, "지그 눈에 미운 사람은 다 손가락질해서 죽였다"고 말했다. 부락에서 4,50명이 죽었다고 한다. 10살이라 학교에 다닐 때인데 경찰 등이 부락을 점령해서 민간인들을 "도로가에 졸졸이 세워놓고 손가락으로 찍어내"는 것을 목격했다.

같은 부락에서 왔다는 74살 김아무개씨는 고숙 두 명과 작은 아버지, 삼촌이 죽었다며, "(부락에) 대한민국을 움직일 인물들이 있었는데 다 죽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 한 명이 그 때 8살도 있고, 20~30대들이 주로 죽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유복녀"라고 밝힌 70세 장아무개씨는 고흥 대서면 개명부락 출신으로 순천으로 시집왔다. "우리집에서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 아부지가 산에 가서 나무해갔고 왔는디, 젊은 청년인디 29살. 엄마는 28살. 내가 음력 12월에 태어나고 음력 10월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장씨의 남편은 75살로 해룡 도롱부락 출신이다. "만나고 보니까 그리 되었다"며 "난 평생 아부지 소리 한 마디도 못해본 사람이여"라고 장씨가 말했다. "시가집은 아버님, 작은아버님, 작은집 당숙 셋"이 돌아가셨다며, 그 후에 "할아버지가 홧병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에 듣던  씨 남편이 "험하게 살았다. (어머니가) 32살 때 홀로 되어서"라고 읊조렸다.
 
17일 11시에 순천시청 앞에서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이 열렸다.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이하여 반란에서 항쟁으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 지자체와 자전거 동호회 회원 등이  "특별법을 제정하라" 외치고 있다.
▲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 17일 11시에 순천시청 앞에서 자전거 순례단 출정식이 열렸다.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이하여 반란에서 항쟁으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 지자체와 자전거 동호회 회원 등이 "특별법을 제정하라" 외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여순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는 18일 오후 2시 순천역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선포식을 한다. 19일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하고, 11월 18일까지 한 달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 서명을 얻어 정부의 답을 직접 듣겠다는 생각이다.

이어 20일 오후 2시에 순천역에서 전남 동부 6군을 중심으로 한 시의회, 시민단체, 시민, 학생들이 참여하는 '인간띠잇기'가 열리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당일 오후 2시에 '여순10·19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위령제'가 열린다.

앞서 작년 4월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올해 9월 21일에 이용주 의원이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후 광양만권 3개시 국회의원과 시장이 모여서 특별법 추진에 대해 논의를 했고, 이 의원은 9월 21일에 법안 초안이 접수되는 실수가 있었다며 철회, 10월 1일에 새 법안을 발의했다.

2001년부터 지역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계속 추진해 왔으나 18,19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어서, 이번 70주년을 맞아 유가족, 시민단체와 유가족, 지역 방송국과 지자체 등이 합심하여 "특별법을 제정하라" 외치고 있다.      

태그:#여순항쟁, #여순 70주년, #자전거 순례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