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풀잎들>이 10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풀잎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풀잎들>이 10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주)영화제작전원사, (주)콘텐츠판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풀잎들> 언론시사회가 16일 오전 서울 자양동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의례적으로 언론시사회는 기자를 비롯한 언론 관계자들에게 영화를 보여준 후 곧바로 배우와 감독의 참석 하에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지만, 이날 <풀잎들>의 언론시사회에서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지 않았다.

<풀잎들>은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먼저 공개됐다. 앞서 지난 2월에 열린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포럼 부문으로 공식 초청되기도 했고, 그 후 제56회 뉴욕영화제에선 메인 슬레이트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이렇듯 여전히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받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고, 더군다나 여전히 함께인 배우 김민희의 주연작이라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에도 출연했으며, 아직 개봉하지 않은 <강변호텔>(2018)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총 6편의 작품을 같이 작업했다.

무거운 듯 유쾌하게 인간의 감정 포착하는 <풀잎들>

이번 개봉작 <풀잎들>은 커피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좁은 골목 안의 한 커피집을 배경으로 이곳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담아낸 영화다. 특별한 줄거리라고 말할 만한 스토리라인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홍상수 영화의 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아름(김민희 분)은 커피집에서 대화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 노트북에 글을 써내려 간다. 김민희 외에 정진영, 안재홍, 공민정, 기주봉, 서영화, 김새벽, 이유영, 김명수, 신석호, 안선영 등이 출연한다.

홍상수는 주인공 김민희의 시선을 통해 덤덤하게 커피집 안의 인물들을 담아낸다. <풀잎들>의 인물들은 부조리한 면모를 조금씩 보이며 인간의 아이러니와 감춰진 위선을 드러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을 판단하거나,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 앉은 이의 탓이라고 단정한다거나,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듯하면서도 결국 자기 마음 편한 걸 추구하는 사람까지. 관객이 이들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실소가 나오면서도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 것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고작 66분이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홍상수식의 무엇'이 여실히 모습을 드러내며 시간을 가득 채운다. 무거운 듯하지만 유쾌한 구석이 있고 다면적인 인간 감정을 포착해낸다. 또한 명확하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함이 줄곧 이어진다. 인물들의 이름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대화가 나열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묘한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 제목도 재미있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흡연자들이 종종 나와 담배를 피는 커피집 앞에 놓인 커다란 플라스틱 화분, 그 안에 자라나는 풀잎들이 이 영화의 제목이다. 그 의미의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끼는 건 제각각 다를지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공통적일 것이다. 바로 '혼란'이다. 하지만 이 혼란이 매우 홍상수적이며 홍상수 영화에 종종 있어왔던 종류의 것이니 또한 그리 혼란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남는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흐르는, 아니 정확히 말해서 영화 속 커피집에서 내내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별미다.  
 
풀잎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풀잎들>이 10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풀잎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풀잎들>이 10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주)영화제작전원사, (주)콘텐츠판다

 
 
한 줄 평 : 홍상수적 혼란의 세계, 클래식처럼 단정하고도 복잡하다
평점 : ★★★ (3/5)
풀잎들 홍상수 김민희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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