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자비 없이 8번의 우승을 독식한 남자부와 달리 V리그 여자부는 6개 구단이 14번의 시즌 동안 사이 좋게 우승을 나눠 가졌다. V리그 초기에는 '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을 거느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독주했고 최근엔 6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이제 여자부 6개 구단이 모두 우승의 맛을 봤다.

지난 1988년 한국전매공사라는 이름으로 창단된 KGC인삼공사는 그 동안 V리그를 주름 잡았던 소위 '왕조시대'를 보낸 적은 없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005년 원년 우승을 시작으로 2009-2010 시즌과 2011-2012 시즌까지 총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횟수로만 보면 흥국생명, 기업은행과 더불어 역대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여자배구의 명문팀이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총 4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이 부문에서도 불명예 1위에 올라있다. 구단이 전통적으로 투자에 인색한 편이라 외국인 선수의 기량과 주력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성적 기복이 심한 편이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12승18패로 6개 구단 중 5위에 그쳤지만 지난 8월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서남원 감독의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플레이오프 복귀, 그리고 그 이상의 성적이다.

3위에서 5위로 추락, '알레나 원맨팀'의 한계는 뚜렷했다
 
 지난 시즌 알레나가 없었다면 인삼공사의 승리는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 알레나가 없었다면 인삼공사의 승리는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역대급 FA시장이 열렸지만 모기업의 지원이 부족한 인삼공사는 이 경쟁에 참전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수비를 책임지던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가 이적하며 전력이 더욱 약화됐다. 그나마 2016-2017 시즌 득점왕(854점)으로 '전력의 절반'이라 불리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와 재계약하며 최악의 전력손실을 막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서남원 감독은 '없는 살림'에 나름대로 열심히 2017-2018 시즌을 준비했다. 김해란의 보상 선수로 레프트와 리베로를 소화할 수 있는 유망주 유서연(도로공사)을 지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공격수 한송이를 영입했다(유서연은 얼마 후 오지영과 맞트레이드됐다). 서남원 감독은 GS칼텍스 KIXX에서 센터로 변신했던 한송이를 다시 레프트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BEST7의 구색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역시 투자가 없는 팀의 한계는 뚜렷했다. 도로공사 시절이던 2007-2008시즌 김연경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득점왕을 차지했던 한송이는 더 이상 전성기 시절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기대할 수 없었고 신인왕 출신 유망주 지민경의 성장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인삼공사가 기댈 곳은 알레나뿐이었다. 알레나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무려 1932회의  공격을 시도하며 864득점(1위)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은 40.17%(4위)로 2016-2017 시즌(43.76%)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알레나의 압도적인 공격 점유율을 고려하면 4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은 매우 준수한 기록이다. 게다가 알레나는 공격뿐 아니라 블로킹에서도 세트당 0.57개(5위)를 기록했다.

리베로 오지영의 분전도 돋보였다.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협상 실패로 1년 동안 배구계를 떠나 있었던 오지영은 작년 6월 사인앤 트레이드로 인삼공사에 입단했다. 김해란 대신 인삼공사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오지영은 세트당 5.78개의 디그와 3.07개의 서브리시브(각 3위)를 기록하며 수비 부문 1위(세트당 8.85개)에 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지영의 맹활약이 인삼공사의 성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알레나 부담 덜어줄 컵대회 MVP 최은지와 슈퍼루키 박은진의 가세
 
 최은지는 컵대회 MVP에 선정되며 프로 입단 8년 만에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최은지는 컵대회 MVP에 선정되며 프로 입단 8년 만에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특정 외국인 선수가 한 구단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면 더 이상 원소속구단과 재계약하지 못한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인삼공사를 이끌었던 '대체불가 에이스' 알레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은행에서 활약하다가 더 큰 무대에서 뛰기 위해 V리그를 떠나기로 결심한 메디슨 리쉘과 달리 인삼공사, 그리고 V리그에 애정이 많았던 알레나는 다시 한 번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알레나와 인삼공사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인삼공사는 21.7%의 확률을 뚫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서남원 감독은 망설임 없이 알레나를 지명했다. 2년 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땅을 밟았던 알레나가 전체 1순위로 '금의환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 시즌에도 '알레나 원맨팀' 신세를 벗지 못한다면 성적향상을 기대하긴 힘들기 때문에 인삼공사의 오프시즌 목표는 역시 '토종 공격수 강화'였다.

FA시장에서 주전 센터 한수지와 3억 원에 재계약을 체결한 인삼공사는 보상선수 출혈이 필요없는 '준척급FA' 최은지를 연봉 8000만 원에 영입했다. 최은지는 182cm의 준수한 신장에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기업은행과 도로공사 시절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인삼공사 이적 후 지난 컵대회 5경기에서 113득점을 기록했고 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최은지는 대회 MVP에 선정되며 이번 시즌 주전 한 자리를 예약했다.

인삼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어 선명여고의 센터 박은진을 지명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흥국생명이 원곡고의 이주아를 지명하는 바람에 2순위로 밀렸지만 박은진은 2학년 때부터 성인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중앙 공격수 자원이다. V리그에서 잔 뼈가 굵은 선배 유희옥과의 주전경쟁에서 승리한다면 프로 첫 시즌부터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인삼공사는 지난 컵대회에서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국가대표 차출이 없었다. 그만큼 선수 구성이나 객관적인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년 전에도 유력한 꼴찌후보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인상적인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서남원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특유의 끈질긴 수비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인삼공사의 돌풍을 재현할 준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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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 V리그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 알레나 버그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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