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드라마 < 연애플레이리스트 > 시즌3 포스터

웹 드라마 < 연애플레이리스트 > 시즌3 포스터 ⓒ 플레이리스트

 
<연애플레이리스트 (이하 연플리)> <열일곱> <옐로우> <에이틴>. 지난 2017년 1월부터 등장한 웹드라마 시리즈가 1020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지상파 혹은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만 시청하는 기성세대들에겐 낯선 이름의 작품들이지만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환영 속에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사 플레이리스트가 만드는 이 웹드라마들은 편당 10여 분대 안팎의 방영시간에 10~20부작 규모로 일반 TV 드라마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내용이지만 파장은 만만찮다. 편당 최대 470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했던 <에이틴>만 하더라도 지난 여름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선 가장 큰 이야기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유튜브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조회수 확보가 쉽지 않은 네이버 TV에서조차 최종회는 무려 190만회 이상을 나타낼 만큼 젊은 세대들에게 이들 웹 드라마는 큰 파급력을 자랑한다. 지난 9월 시작된 <연플리> 시즌 3 역시 공개되는 회마다 높은 조회수 속에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연플리> <에이틴> 등은 어떻게 1020세대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었을까?

짧지만 탄탄한 작품 구성 + 신인배우 발굴 무대
 
 웹 드라마 <에이틴>의 한 장면.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을 비롯해 대부분 출연진들은 기존 TV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신인들로 채워졌다.

웹 드라마 <에이틴>의 한 장면.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을 비롯해 대부분 출연진들은 기존 TV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신인들로 채워졌다. ⓒ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연플리>가 짧은 시간 내에 1020 세대의 인기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점 중 하나는 탄탄한 구성력, SNS 등 최신 흐름을 발빠르게 작품 속에 녹여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에이틴>만 하더라도 10대 친구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 속에 서로를 좋아하거나 시기 질투하는, 흔히 벌어지는 일상을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녹여낸다. 기존 청소년 대상 TV 드라마들이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로 정작 10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고전한 것과는 사못 대비를 이룬다.
 
기존 TV드라마가 회당 60분 이상의 장시간 방영을 통해 다양한 내용을 담는데 반해 웹드라마는 10분이내 모든 것을 녹여내야 한다. 제법 만만찮은 장벽이 놓여있다. 그러나 웹드라마들은 이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극복해낸다.

다양한 연령층을 상대하는 TV드라마라면 선뜻 담아내기 어려운 SNS의 각종 기능도 여기선 극중 소품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1대1 메시지 전달 기능이 여기선 등장인물들의 대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인터넷+모바일 동영상 시청 특성상 초반 1~2분 이내 시선을 끌지 못하면 바로 다른 동영상으로 이동하기 쉬운 이용자 패턴을 감안, 독특한 구성의 인트로 화면 제작부터 주기적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특별 제작해 공개하는 등의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10분짜리 영상물은 학교 및 학원 수업 짬짬이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에겐 더 없이 좋은 즐길거리가 되어줬다.

아직 대중들에게 생소한 출연진도 작품의 신선함을 더해준다. 많은 웹 드라마들이 부족한 제작비, 대중들의 낮은 관심 등으로 인해 유명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런 탓에 변변한 작품 경력이 없는 신인 배우 혹은 아이돌 그룹 멤버로 채우는 게 대부분이다.

<연플리> <에이틴>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존 드라마에선 거의 단역 정도에 그치거나 웹드라마가 데뷔작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오히려 극의 분위기에도 신선함을 불어 넣는 등 긍정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신예은, 김동희(이상 JYP), 김수현(미스틱) 등은 <에이틴> 종영 후 연습생에서 정식 연예인 계약을 하는 등 신인 발굴 무대로도 활용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OST도 인기몰이... 일반 드라마 부럽지 않네
 
 웹 드라마 < 에이틴 >의 한 장면.

웹 드라마 < 에이틴 >의 한 장면. ⓒ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의 웹 드라마 인기에는 OST도 큰 영향을 주고 받았다. 지난해 방영된 <옐로우>에 삽입된 멜로망스의 '짙어져'는 이들의 인기곡 '선물'에 이어 역주행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에이틴> <연플리> 시즌3에 사용된 주요곡들이 음원 순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제작비만 수백억 원 들인 tvN <미스터 션샤인> OST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부른 <에이틴>의 동명 주제곡 'A-TEEN'은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음원차트에서 깜짝 1위에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했고 무명의 신예 여가수 모트의 '도망가지마'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얼마 전엔 멜로망스의 보컬리스트 김민석이 부른 '너에게'(연플리3 삽입)도 발표와 동시에 상위권 진입에 성공, 드라마의 인기 못잖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는 그의 동생 김우석이 주연배우 중 한명으로 출연하는데다 또 다른 수록곡 '있잖아'도 직접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익 구조엔 여전히 물음표... 로맨스 위주 작품 성격 고착화?
 
 웹드라마 < 연애플레이리스트 > 시즌3의 한 장면

웹드라마 < 연애플레이리스트 > 시즌3의 한 장면 ⓒ 플레이리스트

 
<연플리> <에이틴> 등을 제작하는 플레이리스트는 동명의 카메라 어플로 유명한 스노우와 네이버 웹툰이 출자한 업체다. 스노우는 네이버에서 지난해 별도 자회사로 분리된 곳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의 '손자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방영 수단 측면에서 기존 유튜브 외에 네이버TV, V라이브 등 에선 상대적으로 경쟁 업체 대비 유리한 측면을 보유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선 주요 출연배우들을 총동원한 V라이브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면서 고정 시청자들을 붙잡기 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플레이리스트가 제작하는 일련의 웹 드라마들은 어느덧 1020 세대의 절대적 지지 속에 웬만한 TV드라마 못잖은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분명 좋은 성과를 얻고 있지만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한다.

가장 큰 숙제는 수익 구조 확보다. 기존 TV 드라마가 각 방송국 편성 + 각종 PPL 사업 + 해외 판매 등 다양한 수입 발생처를 마련하는 데 반해 웹 드라마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에 따라 붙는 구글 애드센스 광고나 일부 PPL (연플리의 경우 모 맥주회사의 신제품이 자주 등장한다) 말고는 변변한 수입원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플레이리스트는 지난 6월 모기업 스노우와 네이버 웹툰으로 부터 각각 15억원 씩을 지원받아 향후 제작비 확보의 걱정을 일부 털어내기도 했다.

개인 혹은 소규모 집단에 의해 운영되는 유튜버들의 영상물과 달리 제법 큰 규모의 드라마 제작회사들로선 또 다른 판로를 찾는게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로 SKT 옥수수의 <복수노트>처럼 몇몇 타 회사들의 웹 드라마는 종종 케이블TV 편성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로맨스 위주의 작품 속 이야기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젊은 시청자들의 인기몰이의 큰 축이 되었지만 향후 다양한 장르로의 제작 확장성 측면에선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레이리스트는 최근엔 배틀그라운드 등 온라인 게임 + 마트 쇼핑 +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요소를 결합시킨 웹 예능 <찍히면 죽는다>를 선보이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제작 여건상 각종 케이블 채널들이 선보이는 장르물을 모바일 환경에서 시도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지만 현재처럼 로맨스 중심으로 개별 시리즈를 제작하는 건 자칫 '자기 복제'의 위험도 뒤따른다. 높아진 인기만큼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찮게 쌓여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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