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흥행작을 만들지 못하던 중국 애니메이션은 2015년 <신서유기: 몽키킹의 부활>이 성공하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산 애니메이션이 쏟아지는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건 <나의 붉은 고래>, <부니 베어: 롤라 구출 대호험> 등 소수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걸음마 단계인 중국 애니메이션이 성인과 어린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드는 건 역부족이며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모방하는 대신에 중국 고유의 색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다. 할리우드에서 <슈렉 3>, <쿵푸팬더: 다섯 용사의 비밀>를 연출하고 중국에서 <몬스터 헌트>를 만든 라맨 허 감독은 "스토리텔링이야말로 할리우드 작품들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애니메이션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만 아는 로봇 '타임봇'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도자기 인형 '네이단'이 무엇이든 알려준다는 '따따따맨'을 찾아 함께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그린다. 연출을 맡은 게리 왕은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인 투도우의 창립자로 유명하다. 그는 2016년 자신이 설립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라이트 체이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통해 데뷔작 <리틀 도어 갓즈>를 내놓았으나 흥행은 참패했다.

단순하고 정형화된 플롯, 하지만
 
 영화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한 장면

▲ <토이무비: 미래대모험>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토이무비: 미래 대모험>은 게리 왕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골동품 가게에 전시된 도자기 인형을 보고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리틀 도어 갓즈>에서 받았던 "아동 애니메이션이지만, 아동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적극 받아아들였다고 게리 왕 감독은 설명한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로봇 타임봇과 도자기 인형 네이단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토이스토리>의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액션 인형 버즈를 닮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전개에서도 <토이스토리>의 영향은 짙다.

타임봇은 <월-E>의 이브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BB-8을 적당히 섞은 외형을 지녔다. <니모를 찾아서>, <주토피아>, <쿵푸팬더>의 흔적도 볼 수 있다. '따따따맨'을 그린 대목에선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든다. <미션 임파서블>을 패러디한 장면은 게으른 인용에 가깝다. 독창성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영화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한 장면

▲ <토이무비: 미래대모험>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반면에 이전 중국 애니메이션 또는 감독의 전작과는 다른 변화도 보여준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은 목표하는 관객층이 분명하다.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철저히 맞추고 있다.

타임봇은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을 향해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다른 도자기 인형들과 달리, 색이 변하지 않는 네이단은 집단의 가치에 사로잡혀 있다. 네이단 역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라고 말한다. 둘의 여정은 곧 자신을 알아가는 모험이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은 성인에게 어울릴 법한 정체성이란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간다.

어린이들이 어렵다고 느낄만한 건 몽땅 없애거나 희생한 인상마저 든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서브플롯들, 홀로 기계를 만지는 고독한 기술자나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도자기 인형 장인, 예상을 뛰어넘은 존재가 된 로봇을 만난 과학자 등은 모조리 타임봇과 네이단의 '우정'이란 용광로에 녹아버린다. 당연히 단순하고 정형화된 플롯을 벗어나질 못한다.

중국의 잠재력 엿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한 장면

▲ <토이무비: 미래대모험>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중국의 차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네이단은 중국에서 차를 마실 적에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곁에 두는 '차총', 영어론 '티펫(Tea Pets)'이다. 동물, 사물, 사람의 형상을 한 차총은 뜨거운 찻물을 부으면 윤이 나고 색이 변한다. 영화 속에서 차총인 도자기 인형들은 색이 변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차총의 특징을 이질감 없이 서사에 녹여 중국만의 색깔을 냈다는 건 영화만의 개성이자 강점이다.

기술적인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을 위해 160여 명의 애니메이터가 약 5년 간 땀을 흘렸다. 제작비도 2천만 불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제작진은 차총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CG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놀이동산, 하수구. 바다, 연구소, 화로 등 육해공을 오가고 물과 불을 가로지르는 등 시종일관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재미를 전한다. 빗방울이나 물과 불, 도자기의 질감도 뛰어나다. 아직은 할리우드에 비하면 초라할지언정 중국의 기술 성장과 잠재능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한 장면

▲ <토이무비: 미래대모험>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토이스토리>에서 우디와 버즈는 서부 시대와 우주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의 네이단과 타임봇도 중국과 서구, 옛것과 새것,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을 상징한다. 둘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영화 속 여행은 마치 중국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의 것을 모방하며 자신의 것을 찾는 조화로움과 겹쳐진다.

우리에겐 중국 애니메이션은 스토리가 부족하다거나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양상은 다르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시장의 성장, 창작자들의 노력,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토이무비: 미래대모험>은 중국 애니메이션이 점점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주소다. 2017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초청작. 10월 3일 개봉.
게리 왕 남도형 윤아영 서원석 김성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