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두산, SK, 한화에 이어 4번째로 시즌 70승 고지를 밟았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2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8-2로 승리했다. 시즌 70승 고지에 오르며 가을야구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는 넥센은 이날 KIA타이거즈에게 5-11로 패한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넥센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8이닝6피안타(1피홈런)8탈삼진2실점 호투로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는 1회 3점 홈런을 터트렸다. 반면에 SK는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무려 6명의 불펜 투수를 소모하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문제는 산체스의 부진이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8월부터 이어지고 있어서 꽤 오랜 고민거리라는 점이다.
 
SK선발 산체스  2018년 7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이번스-LG트윈스 경기에서 SK 선발투수 산체스가 공을 던지고 있다.

▲ SK선발 산체스 2018년 7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이번스-LG트윈스 경기에서 SK 선발투수 산체스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의 파트너

2014년 8월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가 아들의 건강 문제로 중도 퇴단한 이후 SK는 2015 시즌을 함께 할 새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를 총액 35만 달러의 헐값(?)에 계약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그 흔한 빅리그 경력조차 없는 켈리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켈리는 4년 동안 47승을 올리며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와이번스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등극했다.

하지만 SK에는 켈리와 짝을 이뤄 선발 마운드를 이끌어 갈 파트너가 마땅치 않았다. 2014년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11경기에서 9승1패 평균자책점 3.11로 맹활약했던 트래비스 밴와트는 2015년 12경기 만에 두 차례나 타구에 맞는 부상을 당하며 조기 퇴출됐다(밴와트는 2016년 KT위즈 유니폼을 입고 선발로 활약했지만 6승13패5.95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밴와트가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되자 SK는 2013년 KBO리그 다승왕을 차지한 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대만 라미고 몽키스에서 활약하던 크리스 세든을 재영입했다. 세든은 날카로운 제구력과 공 끝의 힘으로 KBO리그를 호령하던 2013 시즌 정도의 구위는 아니었지만 뒤늦게 팀에 합류해 14경기에서 7승을 올리며 선전했고 50만 달러에 SK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세든은 겨우내 몸집을 키우며 2016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지만 4월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호투한 후 5월 말부터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세든은 2016년 14경기에서 5승5패 5.37을 기록한 채 한국을 떠났다. SK는 세든의 대체 선수로 좌완 파이어볼러 브라울리오 라라를 영입했지만 라라 역시 제구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2승6패1홀드6.70으로 부진했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이 확정된 작년 시즌엔 2012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12승을 기록했던 빅리그 출신 좌완 스캇 다이아몬드를 대려왔다. 다이아몬드는 작년 시즌 24경기에서 10승7패4.42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지만 잔부상이 많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리고 SK는 '켈리 파트너 5번째 후보'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우완 산체스를 선택했다.

전반기 상승세 잇지 못하고 후반기 부진의 연속, 가을야구 선발진 탈락?

산체스는 작년 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해 8경기에서 1승 8.76을 기록했던 투수다. 구위는 좋지만 구종이 단순하고 공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빅리그에 정착하지 못한 전형적인 중남미 출신의 강속구 투수다. SK에서는 비슷한 절차(?)를 밟고 KBO리그에 입성했던 레다메스 리즈나 헨리 소사(LG트윈스)의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에 산체스에게도 많은 기대를 걸었다.

사실 산체스는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 8경기와 트리플A 39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발 등판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한창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성장하던 201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커리어가 멈춘 것도 불안요소. 하지만 SK는 산체스가 재활 후 2년 차 시즌에 접어든 점을 고려해 부상 후유증을 털어냈을 시기라 믿었고 산체스에게 총액 11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다.

산체스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와 어지간한 투수의 속구 스피드와 맞먹는 고속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앞세운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산체스는 4월까지 3승2.13으로 호투행진을 이어갔다. 6월부터 조금 기복을 보이긴 했지만 산체스는 전반기 7승3패1홀드3.42를 기록하며 전반기 6승5패5.17로 주춤한 켈리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8월의 시작과 함께 산체스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8월 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산체스는 12일 KIA타이거즈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무려 7피안타3피홈런10실점9자책으로 '험한 꼴'을 당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시즌 8승을 따냈을 때 3.20까지 떨어졌던 산체스의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4.71까지 치솟았다.

산체스는 22일 넥센전에서도 '넥벤저스'의 거센 공격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1회 2사 만루에서 임병욱에게 2타점 2루타, 제리 샌즈에게 3점 홈런을 얻어 맞으며 대거 5점을 내준 산체스는 2회 시작과 함께 이승진으로 교체됐다. 후반기 시작 후 4번째 5회 이전에 조기 강판을 당한 산체스는 후반기 10번의 등판(구원 1경기 포함) 중 8경기에서 피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SK에는 산체스 외에도 켈리와 김광현, 박종훈 등 다양한 유형의 뛰어난 선발 투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이 매우 유력한 SK가 가을에도 안정된 마운드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반기 SK 선발진을 이끌었던 산체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힐만 감독이 잔여 시즌 동안 산체스에게 얼마나 기회를 줄지는 알 수 없지만 후반기 성적 1승4패 평균자책점8.10의 선발 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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