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결별한 스캇 반 슬라이크

두산과 결별한 스캇 반 슬라이크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타자 스캇 반 슬라이크와 이른 결별을 선택했다. 두산은 20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반 슬라이크의 웨이버 공시를 밝혔다.

메이저리거 출신인 반 슬라이크는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의 팀 동료로도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지난 6월 26일 지미 파레디스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두산에 영입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28(39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팀을 떠나게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미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반슬라이크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도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데다 박건우와 복귀와 정수빈의 제대로 타선과 외야진이 포화상태다. 굳이 반 슬라이크에게 미련을 둘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심지어 반 슬라이크는 지난 8월 8일 1군에서 말소된 이래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250(48타수 12안타)으로 부진한 데다 허리 부상까지 겹쳐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레디스 퇴출... 그러나 반 슬라이크도 제 역할 못했다

좋은 팀 성적에 가려져 있지만 올시즌 두산의 외국인 타자 농사는 '흉작'이었다. 반 슬라이크에 앞서 지난 6월 퇴출된 지미 파레디스까지 2명의 외국인 타자가 모두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떠났다. 개막전을 함께한 파레디스는 21경기에서 타율 .138(65타수 9안타)에 그쳤다. 2016년부터 2년을 함께하며 검증된 강타자 닉 에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영입한 카드였지만 타격도 수비도 모두 기대 이하였다.

반 슬라이크는 파레디스 퇴출 이후 한 달 만에 영입한 대체 선수였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 입단 당시부터 내구성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있었다. 2015년 이후로 빅리그에서도 여러 차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는 중이염 수술을 받아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기 감각에도 문제가 있었다. 두산 입단 직전까지 소속팀이었던 마이애미 말린스에서도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며 빅리그 콜업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외국인 선수, 그것도 시즌 중 교체로 영입한 선수라면 즉시전력감을 바라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려한 대로 반 슬라이크는 입단 초기부터 1군 경기에 나설 만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올해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휴식기가 있었지만 반 슬라이크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올해 두산의 외국인 타자 2명이 1군에서 합작한 성적은 14안타 2홈런 8타점에 불과하다. 1군 등록 일수를 합쳐도 50일이 되지 않는다. 두산이 두 외국인 타자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12만 달러(한화 약 12억 5천만 원)에 이르지만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화 제러드 호잉(70만 달러)이 홀로 거둔 개인성적에도 못 미친다.

두산의 외국인 타자 징크스, 투수는 잘 뽑았는데...

두산의 외국인 타자 징크스는 사실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두산의 역대 첫 외국인 타자였던 타이론 우즈는 1998년 사상 최초의 외인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던 한국야구에서 본격적인 외인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우즈는 두산에서 다섯 시즌을 활약한 이후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삼아 일본무대까지 진출하며 지금도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우즈 이후로는 타자 출신으로 두산에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두산에서 외국인 타자로 재계약에 성공한 경우는 우즈를 비롯하여 에드가 케세레스(1998-1999)와 닉 에반스(2016-2017)까지 단 3명 뿐이다. 

반 슬라이크나 파레디스처럼 한 시즌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일찍 짐을 싼 외국인 타자들은 수두룩하다. 어느덧 고인이 된 마이크 쿨바(2003)를 비롯하여 트로이 닐(2001), 이지 알칸트라(2004), 맷 왓슨(2009), 데이빈슨 로메로-잭 루츠(2015) 등은 모두 시즌 중 퇴출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심지어 루츠는 고작 1군 8경기에 출전하고 2군 경기 출전 중 난동을 부리다가 퇴출되었고, 트로이 닐은 성적과 별개로 그라운드 밖에서 음주-폭행시비에 휘말리며 쫓겨나는 초유의 사태를 유발하기도 했다.

반대로 두산의 외국인 투수는 꽤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다니엘 리오스-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 등 KBO리그의 한 시대를 호령한 대형 투수들은 물론이고, 올해 영입한 조쉬 린드블럼(14승 4패 평균자책점 2.93)과 세스 후랭코프(18승 3패 평균자책점 3.77)도 성공작으로 꼽힌다.

두산은 왜 유독 외국인 타자들의 무덤이 되었을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내·외야를 막론하고 두터운 선수층을 갖춘 두산의 팀 사정상 빅리그 경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들도 주전경쟁을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매년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기대치 때문에 외국인 타자들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매우 높다. 또한 두산의 홈 구장인 잠실은 대표적인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KBO리그에서 처음 적응해야하는 외국인 타자들에게는 다소 불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으로 외국인 타자들의 연이은 실패는 구단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지만 전화위복이 된 측면도 있다. 젊은 국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 기존의 주전급 자원들 이외에도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조수행이나 김인태-정진호같은 국내 백업 자원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두산은 이미 외국인 타자 없이도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을 거의 확정지었다. 문제는 한국시리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타선이 올해도 외국인 타자 효과 없이 한국시리즈에서 강한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