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민(195cm·경기대) 선수

황경민(195cm·경기대) 선수 ⓒ 박진철

 
홀로 남은 대학 최고 공격수. 지난해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얼리 열풍'이었다. 대학 졸업반이 아님에도 잘한다는 평가가 있는 선수들은 학년을 불문하고 대거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그러나 대학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으며 당연히 신인 드래프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한 선수만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황경민(23세·195cm)이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발목이 심하게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태에서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었다.

황경민은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 등에서 대표팀으로 함께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 지명을 받고, V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AVC컵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했던 황경민이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자신보다 학년이 아래인 선수는 물론, 고교 선수까지 대거 프로에 진출하던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씁쓸함도 삼켜야 했다.

그러나 황경민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매진했다. 특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비가 안되는 선수'라를 혹평을 지우기 위해 혼신을 쏟았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황경민은 올해 대학배구 리그 정규리그에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했다. 팀 내에서 공격 득점(181득점)뿐만 아니라, 서브 리시브 점유율(49.1%)까지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리시브 성공률도 42.8%로 준수했다.

대학배구 전체 선수 중에서도 공격성공률 1위(54.2%), 공격효율 1위, 득점 5위, 리시브 7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지난해 아쉬움이 컸던 황경민은 올해 경기대 4학년으로 10월 8일에 열리는 2018~2019시즌 V리그 남자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다. 프로 팀들로부터 전체 1~2순위 지명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 나가지 않았던 선택이 지금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황경민 사례, 후배 선수와 국가대표팀에 '귀한 울림'

황경민이 공격력 못지않게 수비력을 향상시킨 데는 이상열 경기대 감독의 조언과 역할이 적지 않았다. 이 감독은 18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황경민이 워낙 공격형 선수라 레프트임도 그동안 서브 리시브를 다른 선수들이 대신 해줬다"며 "그러다 보니 고교 때부터 계속 '공격만 잘하고 리시브가 안되는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작심하고 서브 리시브에 집중하도록 기회를 많이 줬다"며 "생각보다 잘 적응을 해서 다행"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어파치 둘 중 하나였다. 상대 팀의 서브 목적타 폭탄이 큰 부담이 되겠지만 그걸 이겨내느냐, 좌절하느냐다"라며 "황경민은 잘 이겨낸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사실 우리 팀이 성적이 더 좋아지려면 황경민이 공격에 더 치중하는 게 맞을 수 있다"며 "그러나 대학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가 프로에 잘 가야 하고 기량도 성장해서 나가야 하는 측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프트 선수에 대한 자신의 지론도 피력했다. "레프트가 프로에 가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서브 리시브도 잘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 팀에서 써준다"며 "공격만 잘하는 레프트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런 선수는 이미 넘치도록 많다. 밤잠을 설치더라도 리시브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경민의 사례는 배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와 지도자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선수의 장래뿐만 아니라 세계 배구 흐름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 시대에는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만이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공격만 잘하거나 수비만 잘하는 선수는 한계가 분명하다. 프로에서도 오래 가지 못한다. 한국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도 장신의 완성형 레프트는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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