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역전의 용사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4회말 1사 만루에서 김재환이 역전 2타점 적시타 치고 있다.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4회말 1사 만루에서 김재환이 역전 2타점 적시타 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중심타자 김재환은 단연 올시즌 KBO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다. 김재환은 123경기에서 타율 .343, 40홈런 119타점 OPS 1.00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과 타점은 모두 리그 선두다.

프로야구가 몇 년째 역대급 타고투저 흐름이 강세인 가운데 올시즌에는 투수보다 타자 쪽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일 타자 MVP가 나온다면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김재환이다. 도루 부문을 제외하고 타격 주요 부문(타율, 홈런, 최다안타, 타점, 득점, 장타율) 10위권 이내에 모두 김재환의 이름이 올라있다. 사실상 수상이 유력한 타점 부문을 비롯하여 홈런-최다안타(2위)에 이르기까지 개인 타이틀 다관왕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홈런 부문 타이틀은 최우수선수로 가는 보증수표로도 평가받는다. KBO 역사상 타자출신 MVP는 총 22명이 나왔고 이 중 그해 홈런왕이 18명이나 된다. 그만큼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이 주는 임팩트가 크다는 증거다. 더구나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토종 타자로는 최초로 시즌 40홈런 고지에 올랐다는 상징성까지 있다. 역대 잠실 최다홈런 기록은 1998년 두산에서 활약한 타이론 우즈가 세운 42홈런 기록인데 현재로서 김재환이 경신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재환의 소속팀 두산은 올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어서 '우승 프리미엄'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재환의 대항마가 될 만한 선수는 김현수(LG)나 박병호(넥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김현수는 타율과 최다안타 2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박병호는 홈런 부문에서 김재환을 불과 1개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3관왕 페이스를 보이던 김현수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후 부상을 당하며 타점 부문 타이틀에서 밀려나는 등 페이스가 주춤한 상태다. 박병호는 김재환보다 100타석 이상을 적게 나서고도 기록상 거의 대등한 성적을 보여줄 만큼 생산력은 더 뛰어나지만 부상으로 경기 출전수(99경기)가 부족한 게 아쉽다. 현실적으로 개인성적이나 팀 공헌도 등 모든 면에서 기록은 김재환이 가장 유력한 MVP 후보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재환의 MVP 수상 가능성 커지면서 다시 거론되는 것들

하지만 김재환의 MVP 수상 가능성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과거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다. 김재환은 지난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타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벌써 7년 전 일이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김재환의 두산의 중심타자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약물논란도 덩달아 되살아났다. 공식적으로는 이미 징계를 받고 종결된 사안이지만 여전히 일부 야구팬들은 김재환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낸다. 당시 KBO의 솜방망이 징계가 불러온 불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김재환이 맹활약을 펼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사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SNS나 관련 댓글에는 '약물경력이 있어 활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위기에서 두산 구해낸 김재환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7회말 1사 1루 두산 김재환이 동점 적시2루타를 쳐낸 뒤 김태균 코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8.6.19

▲ 위기에서 두산 구해낸 김재환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7회말 1사 1루 두산 김재환이 동점 적시2루타를 쳐낸 뒤 김태균 코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8.6.19 ⓒ 연합뉴스


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김재환의 MVP 수상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로 거론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김재환을 둘러싼 MVP 자격 논란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에도 김재환이 우수한 성적에 불구하고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에 실패한 것 역시 이러한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웬지 오지환(LG)의 데자뷰가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지환은 지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까지 얻었지만 이후 엄청난 후폭풍에 휩쓸리며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팬들은 이미 시작부터 '상대적으로 메달 확보가 수월한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병역혜택을 노리고 군입대를 연기한 것 아니냐'며 오지환의 행보를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팀에 발탁될 당시 오지환이 KBO리그에서 그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무임승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오지환-박해민 등의 병역 논란에 상대적으로 가려졌지만 사실 약물 경력이 있는 김재환도 당시 국가대표 자격 논란을 두고 잡음이 있었던 케이스다.

최근 오지환 사태가 조명받으면서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혜택 제도와 경찰스포츠단의 존폐 여부로 이어지는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됐다. 오지환을 발탁했던 선동열 감독은 시민단체로부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에 고발 당하기도 했다. 최근 KBO리그의 관중감소 현상 등도 일련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지환은 아시안게임 직후 소속팀에서 개인성적으로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야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론이 오지환에게 유독 냉랭한 이유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성과 지상주의와 특혜의식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김재환이 올시즌 MVP를 정말 수상하게 된다고 해도 그에게 MVP 타이틀이 '오지환의 금메달'과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오지환은 어쨌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영원히 남게 되었고 병역 등 각종 혜택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따낸 금메달의 가치를 다른 종목 선수들과 동일선상에서 인정하지 않는 야구팬이 늘어났다. 오지환으로서는 특혜와 맞바꾼 대가로 어쩌면 야구인생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꼬리표를 남긴 셈이다. 또한 오지환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오히려 여론의 비난이 잠잠해지기는커녕 더 거세졌던 것처럼, 김재환이 MVP을 따내더라도 약물 논란의 꼬리표는 지워지지 않고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KBO로서도 사실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급격한 관중 감소와 야구계를 향한 비난 여론으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약물 경력이 있는 선수가 MVP를 수상하게 된다면 KBO를 향한 비난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만약 수상하더라도 오래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 될 것이다. 야구선수가 야구를 잘하면 잘할수록 더욱 논란만 깊어지는 것은 김재환의 아이러니한 운명이자 업보가 아닐까.

 
김재환 추격 가자!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4회말 무사 김재환이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8.26

지난 8월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4회말 무사 김재환이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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