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시작한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MBC 드라마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시작한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 MBC

 
최근 MBC 드라마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월화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 수목 드라마 <시간>, 일일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이 동시간대 꼴찌의 성적표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 드라마국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첫 발을 내딛은 작품이 바로 이유리 주연의 토요드라마 <숨바꼭질>이다. 과연 <숨바꼭질>은 MBC 드라마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이유리 효과' 기대한 MBC, 아직은 시기상조
 
2014년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역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래 배우 이유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청률의 여왕'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져왔다. 2016년 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의 약속>으로 20%대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로 30%대 중후반의 시청률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며 만만치 않은 흥행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사상 최악의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BC 드라마국이 이유리를 붙잡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적으로 주말드라마의 주 타겟인 중장년 여성층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2030 시청자들에게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숨바꼭질>은 초반 작품 홍보 때부터 이유리를 전면으로 내세운 예고편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숨바꼭질>은 곧 '이유리의 드라마'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보여줌으로써 지난 4년 간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하지 않았던 이유리의 이름값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제2의 연민정 신드롬'을 은근히 기대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MBC 드라마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8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숨바꼭질>은 1화 평균 시청률 3.2%(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며 아쉬움을 자아냈고, 12회가 지난 지금까지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이유리 효과'를 기대한 MBC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숨바꼭질>은 예상 외로 부진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경쟁작들이 막강하게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와 배우 이병헌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tvN <미스터 션샤인>인 14~16%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어, 남상미 주연의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역시 11~12%대 시청률로 고정 시청층을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JTBC <아는 형님>, KBS 2TV <배틀 트립> 등의 예능 프로그램과도 시청률을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인지라 애초부터 <숨바꼭질>이 공략할 수 있는 시청자층이 그리 충분치 않았던 셈이다.
 
경쟁작들의 위세에 눌린 측면도 있지만, 작품 자체로도 차별화 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유리의 주말극 컴백작이라는 대대적 홍보에 비해 스토리라인이 다소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자극적 설정과 장면의 반복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 확실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 캐릭터들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초반에 사로잡는 데 실패한 것이다.
 
<숨바꼭질>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이유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 MBC

 
<숨바꼭질>은 MBC 드라마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바꼭질>에 대한 MBC 내부의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시청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 '좋은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12화는 9.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한 자릿수 시청률이긴 하지만 첫 회 시청률에 비해 6%나 오른 수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기엔 충분하다.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돌며 꾸준히 고정 시청자층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력한 경쟁작인 <미스터 션샤인>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종영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것도 흥행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40부작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9월 22일에 종영하는데 이어, 24부작 <미스터 션샤인> 역시 9월 29일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숨바꼭질>로선 두 작품에서 떨어져 나온 30%대 시청자층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이유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엄현경이 본격적으로 캐릭터성을 드러내며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고 송창의, 김영민 등 남자 배우들 역시 초반부에 비해 보다 확실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유리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던 힘이 분산되면서 작품 전반적으로 '볼거리'가 많아졌다.
 
<MBC 베스트 극장-사랑해 아줌마>와 SBS 일일드라마 <두 여자의 방> 등으로 녹록지 않은 필력을 보여준 설경은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주연을 맡은 이유리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 또한 <숨바꼭질>의 반등을 기대하기엔 충분한 대목이다. 현재 처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대내외적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스터 션샤인>의 후속작이 JTBC <품위있는 그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희선의 컴백 작품 <나인룸>이고,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후속은 할리우드와 충무로를 오가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김윤진 주연의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라는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두 작품 모두 각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만드는 작품들이기에 결코 만만한 싸움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숨바꼭질>은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침체의 늪에 빠진 'MBC 드라마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대반전 신화를 꿈꾸고 있는 <숨바꼭질>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 보다 바빠 보인다.
숨바꼭질 이유리 송창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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