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프레데터> 포스터

영화 <더 프레데터>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외계인을 상상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 ET >(1982)는 외계 존재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묘사한 영화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계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영화 <에이리언>(1987)과 <프레데터>(1987)는 외계의 존재를 두려운 존재로 묘사한 가장 유명한 영화다. 영화 제목부터 '침략자'라는 의미인 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외모 역시 공포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외계인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킨 이 영화들은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1987년 시작된 <에이리언> 시리즈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8년 국내 개봉한 <에이리언4> 이후 9년 간 맥이 끊겼던 시리즈는 지난해 1편 감독이었던 리들리 스콧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개봉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반면 같은 해 시작된 <프레데터> 시리즈는 2편 이후 맥이 끊겼다. <에이리언>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프레데터>는 <에이리언>의 경쟁자로 언급되기도 하고,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 같은 영화가 만들어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에이리언 캐릭터는 본능에 기반해 사냥하고 인간을 공격하는 데 반해, 프레데터의 존재는 극도로 발전한 문명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의 이곳저곳을 사냥하는 일종의 사냥꾼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발전된 기술을 과시하려는 듯한 그들의 문화는 '포식자'와 닮았다. 그래서 <프레데터> 시리즈는 포식자의 동물적인 야심과 첨단 기술을 동시에 볼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포식자의 사냥에 인간의 초라한 기술로 대적해야 했기에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프레데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보이지 않는 신작
 
 영화 <더 프레데터> 한 장면.

영화 <더 프레데터>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더 프레데터>(2018)는 이전 편의 스토리를 잇는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아이언맨3>(2013)의 감독인 셰인 블랙은 <프레데터> 1편에 호킨스 역으로 출연했으며 시리즈 최신작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그 이외에 각본을 쓴 짐 토머스나 존 토머스도 과거에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2007)의 각본을 썼다. 다시 말해, 이번 최신작은 '프레데터' 캐릭터에 애정이 많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 <더 프레데터>에서는 이들의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1편과 2편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과거의 이야기는 스치듯 지나간다. 전편이 가지고 있던 긴장감이나 서스펜스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프레데터 캐릭터의 등급을 나눠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그 마저도 이미 <프레데터스>(2010)에서 본 설정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최신 기술은 이제는 관객들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으며, 과거 시리즈와 같은 극도의 공포감을 만들지 못한다. 이 영화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설정 가운데 가장 쉽게 쓰이는 방법은 잔인한 장면이다. 죽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몸이 잘리는 등 심각하게 신체가 훼손되며 죽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과거처럼 숨 막히는 느낌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퀸 맥케나(보이드 홀브룩)이 산속에서 자신의 부대 팀원과 작전을 수행하다가 외계 비행물체의 추락을 목격한 후, 프레데터와 전투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산속에서 진행되는 프레데터와의 액션 장면은 1편의 분위기와 비슷해 영화의 기대감을 높인다. 퀸이 도시로 돌아오면서 정부의 관리인인 윌 트래거(스털링 K. 브라운)에 의해 배척당하게 되고, 결국 프레데터가 연구소를 탈출해 벌어지는 내용이 이어진다. 퀸은 윌에 의해 군인들의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는데, 이때 만나게 되는 정신이상 군인들과 팀을 이뤄 프레데터와 전투를 벌인다.

액션씬은 볼만 하지만, 불필요한 설정과 캐릭터
 
 영화 <더 프레데터> 한 장면.

영화 <더 프레데터>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정신이상자들이 프레데터와 전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은 재미있다.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어 강력한 외계 존재와 벌이는 전투는 오락영화로서 충실히 기능한다. 하지만 전개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유머와 의미 없는 대사는 영화를 지나치게 가볍게 만든다. 또한 영화에서 분자생물학자로 등장하는 케이시 브래킷(올리비아 문)은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이유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존재감이 부족한 캐릭터다. 그 캐릭터는 영화에서 분자생물학자로서의 지식을 쓰지 않는다. 그저 영화 내내 열심히 총을 쏴댄다. 

과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도 한쪽은 인간을 도와줬다. 이번 <더 프레데터>에서도 인간을 도와주는 쪽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지구인을 도와주려고 지구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만날 때 아주 잔인하게 죽인다. 그가 지구인을 도와주러 왔다는 설정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는 여기서 후속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을 완전히 땅에 묻어버린다.
 
 영화 <더 프레데터> 한 장면.

영화 <더 프레데터>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 영화는 과거의 <프레데터> 시리즈가 왜 성공했는지를 잊고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과거의 <프레데터>는 압도적인 기술과 힘을 가진 초월적 존재와 인간의 대결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프레데터와 대결하기 위해 인간 캐릭터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두 쏟아부어야 했다. 그런 절실함에 많은 관객들이 가슴 졸이며 주인공을 응원했다. 심지어 흥행에는 실패했던 <프레데터스> 조차 그런 설정을 그대로 계승했다. 하지만 <더 프레데터>에는 이런 절실함이 없다. 물론 프레데터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멋있다. 외모상으로, 기술적으로 압도감을 준다. 하지만 매우 멍청하다. 그들은 그저 인간들에게 당하는 동물로 전락했을 뿐이다. 이 영화가 '프레데터' 시리즈와 관계 없이 그저 킬링타임용인 오락영화로 보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프레데터 에이리언 셰인블랙 프레데터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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