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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에 담겨있던 먹이 사방으로 튀었다. 먹의 번짐을 통한 여백으로 수묵정신을 표현한 정광희 작가의 '나는 어디로 번질까?'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서 만났다.
 달항아리에 담겨있던 먹이 사방으로 튀었다. 먹의 번짐을 통한 여백으로 수묵정신을 표현한 정광희 작가의 "나는 어디로 번질까?"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서 만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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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에 먹을 담아 깨뜨리려 했다. 달항아리에 담겨있던 먹이 사방으로 튀었다. 천장에도 묻었다. 먹의 번짐을 통한 여백으로 수묵정신을 표현했다. 여백이 사유의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전통과 관념을 깨고 새로운 미학을 추구한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 나눌 소박한 생선 꾸러미를 들고 가는 중년 사내의 뒷모습도 수묵작품으로 걸렸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축 처진 뒷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박순철 작가의 작품 '흥'. 가족과 함께 나눌 소박한 생선 꾸러미를 들고 가는 중년 사내의 뒷모습을 그렸다.
 박순철 작가의 작품 "흥". 가족과 함께 나눌 소박한 생선 꾸러미를 들고 가는 중년 사내의 뒷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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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순 작가의 '갈대-재즈'. 갈대가 우거진 강을 밝히는 달과 어둠을 가르는 학의 날갯짓으로 가을밤의 적막을 표현했다.
 장안순 작가의 "갈대-재즈". 갈대가 우거진 강을 밝히는 달과 어둠을 가르는 학의 날갯짓으로 가을밤의 적막을 표현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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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 사이로 빛나는 억새꽃이 하늘거리며 가을단풍이 수수한 자태로 촘촘하다. 하늘로 치솟은 바위도 실제보다 크다는 느낌을 준다. 수묵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멀리 바윗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린 구름다리가 산의 험준함을, 산 밑에서 올라오는 안개는 산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화폭에 담긴 길을 따라 걷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강을 밝히는 달과 어둠을 가르는 학의 날갯짓이 가을밤의 적막을 깬다. 화폭 속에 담긴 목포항의 어시장은 생기로 가득하다.
 
수묵의 미래와 무한한 실험정신을 미디어로 표현한 이이남 작가의 작품. 수묵으로 그려진 그림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수묵의 미래와 무한한 실험정신을 미디어로 표현한 이이남 작가의 작품. 수묵으로 그려진 그림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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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의 미래와 무한한 실험정신을 미디어로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수묵으로 그려진 그림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동영상과 음향은 기존의 그림과 다른 감각 체험을 확장시켜 준다.

작품을 대하는 관람객들의 표정과 다양하다. 해석도 제각각이다. 노년의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어린 학생은 그림의 힘찬 기세에 놀란다. 외국인은 문화적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다. 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에서다.

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는 '수묵'을 주제로 한 국제 전시 행사다. 먹과 물, 붓을 이용해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의 회화를 일컫는다. 먹의 번짐과 붓놀림이 관건이다. 먹물의 짙고 옅음으로 갖가지 표현을 한다.
 
전통산수에서 실경산수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작품들. 수묵에 대한 기존관념을 탈피한 작품이다. 진도 옥산미술관에 설치된 수묵비엔날레 6관이다.
 전통산수에서 실경산수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작품들. 수묵에 대한 기존관념을 탈피한 작품이다. 진도 옥산미술관에 설치된 수묵비엔날레 6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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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비엔날레 전시관을 찾은 젊은 연인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고 있다. 목포문화예술회관에 설치된 주전시관 모습이다.
 수묵비엔날레 전시관을 찾은 젊은 연인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고 있다. 목포문화예술회관에 설치된 주전시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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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는 지난 1일부터 '남종화의 본산'인 목포와 진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늘의 수묵-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를 주제로 15개 나라의 작가 271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시작품은 모두 300여 점이다.

주전시관은 목포문화예술회관이다. 야외마당에서 거대한 철제 큐브의 4면을 장식한 독특한 설치 작품이 먼저 눈길을 끈다. 실내 전시실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는 작품과 달리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조명삼아 관람객들을 맞는다. 서울대, 홍익대, 경희대, 조선대, 목포대 등 22개 전국 미술대학 수묵 전공 학생들의 그림 251점으로 이뤄졌다.

바람에 나부끼는 작품도 있다. 대나무에 매여 펄럭이는 수묵깃발이다. 전국 수묵작가의 작품 217점이 4m 높이의 대나무에 설치돼 햇살과 바람을 타고 자연과 교감한다.
 
목포문화예술회관 야외마당에 설치된 철제 큐브작품. 은은한 조명을 받는 실내작품과 달리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조명삼아 관람객들을 맞는다.
 목포문화예술회관 야외마당에 설치된 철제 큐브작품. 은은한 조명을 받는 실내작품과 달리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조명삼아 관람객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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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는 수묵 깃발. 수묵작가의 작품 217점이 대나무에 설치돼 햇살과 바람을 타고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바람에 나부끼는 수묵 깃발. 수묵작가의 작품 217점이 대나무에 설치돼 햇살과 바람을 타고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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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1관, 목포문화예술회관에는 7개의 전시실이 마련됐다. 제1전시실은 자연풍경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됐다. 수묵을 중심으로 하고 그 위에 감각적인 채색을 입혀 산야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자연의 서정을 재현하는 수묵의 재료체험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동양의 자연인식이 무엇인지 살필 수 있다.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도 수묵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난다.

제2전시실에서는 동양화가 다루는 전통적인 소재나 관습에서 벗어나 재료를 흥미롭게 다루는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평면의 종이에서 벗어나 공간으로 확장된 작품들이다. 제3전시실에선 구체적인 형태의 재현이 아닌, 존재들이 지니고 있는 기운과 생명력을 포착하려는 전통을 수묵으로 그려내고 있다.

제 4·5전시실에는 한국과 중국·일본 작가들의 수묵작업을 비교하며 동시대 수묵이 어떻게 계승·변형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제6·7전시실에서는 수묵추상의 묘미를 선보인다. 붓을 쓰지 않고 먹물을 튕겨 우연처럼 그림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박태후 작가의 작푸'자연 속으로'. 수묵비엔날레 주전시관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박태후 작가의 작푸"자연 속으로". 수묵비엔날레 주전시관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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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전라남도가 예향의 위상을 회복하고, 지역의 문화 잠재력을 꽃피우는 계기로 만들 목적으로 기획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전라남도가 예향의 위상을 회복하고, 지역의 문화 잠재력을 꽃피우는 계기로 만들 목적으로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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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2관은 유달산 입구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에 설치됐다. 국내 신진작가와 해외작가들의 실험적 수묵작품과 대형수묵이 선보이고 있다. 수묵의 여러 표정들, 수묵의 탈공간화와 탈지역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달항아리에 담은 먹의 번짐으로 여백을 표현한 정광희 작가의 '나는 어디로 번질까?'도 여기서 만난다.

비엔날레3관은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갤러리에 설치됐다.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전남종가전'을 주제로 전남의 대표 종가 10곳을 수묵화와 사진, 판화 등으로 연출하고 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갤러리에 설치된 전남종가전.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전남의 대표 종가 10곳을 수묵화와 사진, 판화 등으로 연출하고 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갤러리에 설치된 전남종가전.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전남의 대표 종가 10곳을 수묵화와 사진, 판화 등으로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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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5관 진도 금봉미술관 풍경. 전통에 충실한 동양산수화와 남도화맥의 전통을 잇는 산수화를 액자나 판넬, 족자 등으로 연출하고 있다.
 비엔날레 5관 진도 금봉미술관 풍경. 전통에 충실한 동양산수화와 남도화맥의 전통을 잇는 산수화를 액자나 판넬, 족자 등으로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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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운림산방에 자리한 비엔날레4관(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남도산수화와 전통산수화의 새로운 해석과 시도를 담은 작품을 전시해 전통수묵을 재발견하는 공간이다. 비엔날레5관(금봉미술관)은 전통에 충실한 동양산수화 작품과 남도화맥의 전통을 잇고 있는 산수화를 액자나 판넬, 족자 등으로 연출하고 있다.

비엔날레6관(옥산미술관)에선 전통산수에서 실경산수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수묵에 대한 기존관념을 탈피한 작품들이 주로 전시됐다. 중국작가와 한국작가의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국제수묵비엔날레 강학 기획부장은 "2018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는 남도문예 르네상스 선도사업으로 전라남도가 예향의 위상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고, 지역의 문화 잠재력도 꽃피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 수묵을 비교해 보며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수묵비엔날레는 전통과 현대 수묵을 비교해 보며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수묵비엔날레는 전통과 현대 수묵을 비교해 보며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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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묵, #수묵비엔날레, #국제수묵비엔날레, #목포문화예술회관,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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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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