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이재성-정우영 한국대표팀이 벤투 신임 감독 체제의 첫 번째 A매치에서 승리를 거뒀다.

▲ 지동원-이재성-정우영 한국대표팀이 벤투 신임 감독 체제의 첫 번째 A매치에서 승리를 거뒀다. ⓒ 대한축구협회



시작이 좋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수장으로 기대를 모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데뷔전부터 함박웃음을 지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오후 8시(한국시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에서 이재성과 남태희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2019 AFC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벤투호가 새롭게 출범했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모처럼 만원 관중이 몰렸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은 경기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코스타리카와의 역대전적에서 4승 2무 3패로 우위를 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최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간 기분 좋은 승리였다. 

벤투의 주요 전술, 좌우 측면 공간 활용

이날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원톱은 지동원이 포진했다. 2선은 손흥민-남태희-이재성, 허리에는 기성용-정우영 콤비가 가동됐다. 포백은 왼쪽부터 홍철, 김영권, 장현수, 이용이 자리했으며,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높은 볼 점유율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드러난 벤투 감독의 전술적 특징은 중앙 미드필더의 움직임이었다. 기성용과 정우영이 번갈아가며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을 맡았다. '라볼피아나'로 알려진 두 명의 센터백 가운데 공간으로 내려오기보단 공을 잡기 편한 위치로 오른쪽이나 왼쪽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은 적극적으로 높은 지점에 위치하며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2선 공격수 손흥민-남태희-이재성의 위치도 흥미로웠다. 코스타리카는 평상시 뒤로 물러서는 수비 형태를 취한다. 이에 벤투 감독은 공수 라인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는 움직임이 아닌 최대한 최종 수비 라인에 근접하도록 했다. 그리고 좌우 측면 수비 배후 공간으로 기성용과 정우영이 롱패스를 공급하면 공격수들이 타이밍에 맞게 침투하는 형태였다. 

한 때 국가대표 은퇴설이 나돌던 기성용은 단연 존재감을 발휘했다. 벤투호에서도 전술적 키를 쥐고 있었다. 경기 템포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했고, 자신의 장점인 롱패스를 수차례 동료에게 배달했다. 전반 34분 페널티킥을 얻어낸 장면은 기성용의 롱패스와 남태희의 침투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남태희는 쇄도하던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밀려 넘어졌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낙점 받은 정우영도 기성용 못지않았다. 그동안 숨겨왔던 패스 본능과 정확도를 자랑했다. 공간이 열리면 특유의 무회전 슈팅을 시도하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세밀한 패스+빠른 속도, 코스타리카 수비 분쇄

 
남태희 이날 남태희가 2골에 모두 관여하며 경기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 남태희 이날 남태희가 2골에 모두 관여하며 경기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 대한축구협회



코스타리카 수비 진영에서는 세밀하고 빠른 패스를 통해 풀어나갔다. 손흥민과 남태희, 이재성이 활발한 스위칭을 시도했으며,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은 영리한 침투로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좌우 윙어들이 중앙으로 좁혀오고, 풀백들이 공간을 메꾸며 크로스를 올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공을 점유하며 상대 수비 라인이 대형을 유지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중요한데, 빠르고 세밀한 원터치 패스로 측면 공간을 지배했다. 수비조직력이 강한 코스타리카도 한국의 2대1 패스와 기민한 움직임에 속수무책이었다.  

원톱 지동원과 2선의 손흥민-남태희-이재성 트리오는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지동원은 연계플레이가 돋보였고, 손흥민과 남태희는 화려한 개인기와 탈압박, 이재성은 많은 활동량과 영리한 플레이로 힘을 보탰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승선하지 못한 지동원은 비록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모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벤투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 역할을 수행하며, 향후 원톱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플레이 하나 하나에 자신감이 넘쳤고, 이타적이면서도 골을 넣어야 할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또, 남태희는 1개의 페널티킥 유도와 후반 33분 환상적인 추가골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기분 좋은 무실점 승리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데뷔전에서 기분좋은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데뷔전에서 기분좋은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 대한축구협회



또 하나의 수확은 무실점 승리다. 아직까지 선수 파악이 완전치 못한 탓에 수비진은 많은 변화를 꾀하기 보단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포백을 고스란히 이식했다. 홍철-김영권-장현수-이용 포백 라인을 가동했다.

몇 차례 패스 미스 등 잔실수가 있었다. 완벽하다고 볼 수 없으나 대체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코스타리카의 빠른 역습을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90분 동안 크게 위험한 상황을 내주지 않았다.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이러한 공백을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과 정우영이 적절하게 메웠다.

후반에는 기성용 대신 김민재가 교체 투입됐다. 기성용의 자리를 장현수가 맡았고, 김민재는 김영권과 짝을 이뤘다. 조직력은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장현수는 3선에서 단단한 수비력과 숏패스를 시도하며 공수에 기여했고, 김영권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중심을 잡았다. 김민재는 엄청난 피지컬과 위치선정으로 코스타리카 공격수를 지웠다.

후반 40분에는 김문환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용을 대신해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 차례 빠른 쇄도에 이은 크로스를 시도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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