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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 왼쪽부터 김지원, 이영우, 장원석, 이소영 씨
 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 왼쪽부터 김지원, 이영우, 장원석, 이소영 씨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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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15)광복절을 앞두고 3년 전, 무한도전이 알린 '우토로 마을'이 떠올랐어요. 방송 후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 자료를 찾다가 평화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걸 알게 됐죠. 이거다 싶었어요."

대학생 이영우(26, 서경대)씨의 말이다. 그는 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ZAZU)'의 회장을 맡고 있다.

'자주'가 우토로 마을을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부터 우토로에 평화 기념관을 세우기 위해 시민들의 힘을 모으고 있다. 크라우딩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우토로 북보틀(tumblbug.com/hopeforutoro)'이란 프로젝트를 개설해 오는 9월 9일까지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우토로 마을은 지난 1941년 일본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한 재일조선인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교통의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1300여 명이 이곳으로 강제로 끌려갔고 전쟁 동원 피해자의 합숙소가 세워졌다.

한때는 강제철거 위기를 맞기도 했다. 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본 군수업의 토지 전매와 일본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여러 차례 강제 철거될 뻔했다. 지금은 한국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모금으로 우토로 마을 토지 일부를 매입, 주민 39가구가 시영주택에 입주했으며, 나머지 20가구는 2020년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그래서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이영우, 장원석(24, 한국외국어대), 이소영(24, 동덕여대), 김지원(20, 한신대) 씨는 평화 기념관을 건립해 아픈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동참해주길 바랐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한 이유에 대해 이소영 씨는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1세대 노동자 중 지금까지 우토로 마을에 사는 사람은 할머니 한 분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언젠가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신다면, 강제징용을 증언해주실 분이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일본은 계속해 강제징용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우토로 마을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평화 기념관은 꼭 세워져야 하기에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됐어요"라고 했다.

장원석 씨는 '기억 투쟁'을 언급했다. 그는 "무한 도전에 우토로 마을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이 일본에서 살아가는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삶을 알게 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잊혀 가고 있어요"라며 "전쟁은 끝이 났으나 이젠 기억 투쟁을 해야 할 때죠.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일상생활에서 떠올릴 수 있게 후원자들에게 텀블러와 배지를 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텀블러는 우토로 마을의 상징인 '함바집'을 본뜬 병이다. 김지원씨가 직접 그림을 그렸다. 배지에는 '반가운 소식을 물고 온다는' 까치가 새겨져 있다. 우토로 마을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했다고 했다.

김지원 씨는 "교과서에 적힌 우토로 마을은 한 줄의 문구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거기엔 수많은 사람의 고통스러운 삶이 있다 걸 느꼈죠.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요"라며 "우토로 마을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지 않고, 평화 기념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동참해주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프로젝트의 순수이익금 50%를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에 기부해요"라며 "후원자에게 주는 텀블러는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으로 만들어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좋아요"고 했다.

한편,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은 지난달 30일부터 우토로 마을에 평화기념관 건립 비용 약 2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일반 시민 이외에도 배우 김혜수, 방송인 유재석, 하하, 김미화 등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
 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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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우토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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