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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낮의 최고기온은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기세등등 한여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이 갈수록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를 보인다는 사실.

도저히 물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지긋지긋한 폭염도 절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없는 법. 입추가 지나고 마지막 더위 말복도 지나갔으니 가을이 오고 말겠지. 최악의 무더위도 거뜬히 견뎌 냈는데 이깟 더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조금만 참자!

어제저녁 퇴근 후 샤워를 끝내고 혼잣말로 넋두리를 해봤다. 시원한 냉수 한 잔 들이켜 달라는 뇌파의 신호에 따라 정수기 쪽으로 다가선다. 그런데 발 아래 방바닥에서 무언가 톡톡 튀어 오르는 게 눈에 들어온다. 움직임으로 보아 징글맞은 바퀴벌레는 아닌 것 같고, 도대체 뭐지? 자세히 보려니 이 녀석, 틈새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려고 더욱더 톡톡 튀어 오른다. 이 좁은 거실에서 튀어 봤자지. 딱 걸렸어! 어? 귀뚜라미네!

요 녀석 어떻게 3층 높이까지 기어올라 왔을까? 아니면 날아 들어왔을까? 신기하네, 그래도 사람과 동거할 수 없는 엄연한 곤충. 바퀴벌레라면 당장이라도 때려잡아 변기 물 소용돌이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할 수 없는, 그나마 착한 곤충인 귀뚜라미 녀석, 현관문을 열고 그쪽으로 고이 내보내려는데 나가지 않겠다며 자꾸만 옆길로 튀려 한다. 안 돼. 나가야 해~ 나가, 나가란 말이야~ 제발.

네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거실 어느 틈새로 기어들어 운둔하다 한참 자는 어둠컴컴한 저녁시간 스멀스멀 기어 나와 잠자는 침실까지 튀어 올라 내 얼굴과 접촉이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그래서 꼭 나가야 한단 말이야. 이렇게 두 손 모아 빈다 빌어~ 응?

나가지 않겠다 버티는 이 녀석과 나가야 한다는 나 사이에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개 곤충이 사람을 이길 수 없지, 귀뚜라미 네가 나갈 수밖에...

이 녀석 겨우 달래 잘 가라 등 떠밀듯 내보내고 현관문을 굳게 닫는다. 난데없는 귀뚜라미 출몰로 한바탕 소동.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다.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와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은 실랑이를 벌였던 어제저녁, 잠까지 꿀잠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 한층 낮아진 아침 기온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간다. 어제 아침과는 사뭇 다른 체감기온, 하루 만에 가을이 성큼 다가선 느낌, 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감탄이 저절로 나온 기분 좋은 아침 출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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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2일 휴가지로 향하는 차에서 본 하늘의 모습 .
ⓒ 신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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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4박 5일의 여름휴가를 끝냈다. 휴가지는 전라북도 무주. 주로 강원도 바닷가로 휴가를 다녀온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이번에는 계곡으로 떠나보자는 가족들의 의견 일치로 덕유산 국립휴양림과 구천동 계곡으로 유명한 무주를 선택한 것이다. 사방으로 둘러싸인 드높은 산과 빽빽이 들어선 울창한 숲과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시원한 계곡은 가족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차창 너머 하늘의 모습에서 가을이 멀지 않았음도 알았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새하얀 뭉게구름은 딱 가을 하늘의 모습이었다. 비단 하늘만 아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머문 그곳에서 반갑게 우리를 반긴 고추잠자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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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머문 그곳에서 반갑게 우리를 반긴 고추잠자리 .
ⓒ 신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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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구나. 고맙다 귀뚜라미야, 반갑다 가을아.


태그:#귀뚜라미, #가을하늘,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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