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새로운 리사이틀로 돌아온다.

김선욱은 오는 31일 하남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수원 화성, 인천 부평 등을 거쳐 9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솔로 리사이트를 개최한다.

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및 아시아인 최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김선욱은 이후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연주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다. 한국에서 열리는 그의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월반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 지금은 달라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 빈체로


약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의 핵심은 '청년'이다. 1988년생으로 현재 30대 초반인 김선욱이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드뷔시의 20~30대 시절 쓰인 곡들을 연주한다. 현재를 사는 청년기의 음악가가 과거 청년기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하는 셈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9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가 이번 프로그램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은 그간 많이 달라진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의 제 독주회 프로그램을 보면 스스로를 너무 과신했던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어린 나이에 빨리 성취하고 싶고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성숙하게 연주하는 게 가능할지 따지지 않고 연주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시기가 지나서 보니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도 했다. 빨리 월반을 해서 남들보다 빠른 삶을 살고 싶었는데 조금씩 나이가 들고 지금 시기가 되니까 확실히 처음에 가진 마음들이 간절해지는 게 있더라. 10대 초반에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했던 그 감정을 지금은 다시 찾은 것 같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다."

재작년만 해도 많이 헤맸다는 김선욱은 지금은 몇 년 전보다 확실히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피아노를 너무 잘 치고 싶었고 피아노로 누구보다 다양한 소리를 내고 싶었고 피아노 앞에선 내가 누구보다 존재감이 셌으면 좋겠던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퀄리티 높은 음악을 연주하고 그걸 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긴 하나보다. 10~20대 때 내가 얼마나 까불었나 반성을 하게 되는 거 보면 나이를 조금씩 먹는다는 게 신기하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10년간 살았던 김선욱은 최근 독일 베를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연주자에게 거주지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생활을 영위하기에 물가가 크게 높지 않고 제가 아는 음악 동료의 90% 이상이 베를린에서 살고 있어서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독주회의 매력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 빈체로


김선욱은 "옛날부터 독주회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공간의 흐름을 지배하는 게 좋아서다. 그것이 김선욱에겐 짜릿한 순간이다. 음악을 하면서 중독 같은 순간이 있는데 독주회를 하며 청중들을 피아노 하나로 쥐락펴락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바로 그런 때다.

"독주회는 스스로를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다. 짜릿함을 느끼는 동시에 나중에는 반성도 많이 하게 된다. 온전히 스스로를 드러내는 무대가 독주회가 유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독주회에서 모차르트를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짠 이유를 물었다. 이에 김선욱은 "어렸을 때부터 독주회 프로그램을 짜는 데 나름대로의 룰이 있다. 고전곡으로 시작해 현대로 이어지는 식으로 시대가 하나의 흐름을 가지게끔 한다. 그런 이유로 모차르트로 시작해 베토벤, 드뷔시, 브람스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짠 것이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정찬을 먹을 때도 무거운 음식으로 시작하지 않듯 밝고 화기애애한 곡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모차르트가 가진 음악의 정수는 너무 깨끗하고 흠 없고 탁월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걸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첫 프로그램으로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끝으로 김선욱은 음반녹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음반을 6개를 냈는데 스스로 번아웃 되는 게 있었다"며 "(에너지가) 채워지는 대로 음반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베토벤의 다른 협주곡, 브람스의 소품집도 계획을 세우고 있고 시기는 내년 하반기 정도 선보일 수 있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 빈체로



김선욱 피아니스트 리사이틀 베토벤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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