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국인 선발 투수들이 부진한 가운데, 외국인 투수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그 중에서도 독주 체제를 굳힌 두산의 외국인 원투펀치 린드블럼-후랭코프는 벌써 30승을 합작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예약한 상태다. 두 투수가 나란히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승 선두는 후랭코프의 몫이다. 후랭코프는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시즌 16승째를 기록했다. 통산 100번째 홈런을 기록한 오재일을 비롯해 야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조금 눈에 띄는 것은, 다승 선두에 위치한 후랭코프의 올 시즌 투구 내용이다.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했고 후반기에는 6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후랭코프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야수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야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승 선두 가능했나

야구에 만약은 없다. 그럼에도 후랭코프가 등판했을 때 야수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16승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후랭코프 본인이 잘한 경기도 있었지만 득점 지원 혹은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후랭코프의 경기당 득점 지원은 7.39점으로 전체 1위다. 최근 평균자책점 3점대로 진입한 이재학(NC, 4.20점)이나 묵묵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소사(LG, 5.50점) 등 타 팀 선발 투수들보다 든든하게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표면적인 기록으로만 본다면 24경기 16승 3패 ERA 3.84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5)나 피안타율(0.218) 등 모든 수치가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좀 더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4경기 동안 총 126.2이닝을 소화했는데, 이는 경기당 5.28이닝에 불과하다. 이는 리그 전체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가운데 최하위에 해당한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도 92개로, 가장 많은 공을 던지는 샘슨(한화, 경기당 106.54개)과 비교했을 때 10개 이상 적다. 결국 온전히 본인의 능력으로만 시즌을 소화했다면 지금과 같은 화려한 성적은 나오지 못했다.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다.

14일 SK전도 마찬가지였다. 볼넷을 허용하진 않았으나 2회초부터 4회초까지 매 이닝 사구를 한 개씩 기록하며 불안한 제구에 발목이 잡힐 뻔했다. 5회초에는 나주환, 이성우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1회초와 3회초 좌익수 김재환의 호수비를 비롯해 실책 한 개 없는 야수진의 수비가 후랭코프의 16승을 만들었다.

다승이 의미있는 기록이지만...좀 더 깔끔한 투구가 필요한 후랭코프

아무나 16승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즌 개막 이후 단 한 차례도 엔트리에서 말소되지 않고 자신의 몫을 다해주고 있기는 하다. 다만, 2%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길게 던질수록 불펜에 가중되는 부담은 감소하기 마련이다. 현재 두산 마운드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지난해, 전반기 평균자책점(4.15)보다 후반기 평균자책점(4.89)이 높아졌다.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이는 최근 후랭코프의 흐름과 매우 비슷하다.

경기당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꾸준하게 기록한 린드블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이용찬 등 9월 이후 선발진에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필승조로 활약한 박치국, 함덕주의 피로도가 걱정되는 불펜도 변수다. 후랭코프가 긴 이닝을 던지면서 좀 더 안정감 있게 공을 던져야 하는 이유다.

팀이 독주 체제를 굳히는 데에 있어서 후랭코프의 활약상도 결코 빠질 수 없지만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정규시즌이 종료되면 가을야구가 두산, 그리고 후랭코프를 기다린다. 단점을 보완해 좀 더 깔끔한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16승 투수'에게도 과제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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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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