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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프라이드 플래그와 트랜스젠더 기호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플래그와 트랜스젠더 기호
ⓒ Dustin P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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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다섯 기사를 통해 성소수자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들과, 성소수자들의 '지향성'들 중 대표적인 세 묶음 - 동성애(와 호모로맨틱), 양성애(를 비롯한 바이엄브렐라), 그리고 무성애(를 비롯한 에이엄브렐라) - 에 대해 알아보았다. 성적 지향성이 어떤 사람이 어떠한 '너', 즉 타인에게 끌리는지에 대한 것이라면, 오늘의 주제가 되는 성정체성은 그 어떤 사람, 즉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정체성에 대해 첫 기사에서 다루었던 것을 인용해오자면, 다음과 같다:
"이와 달리 성정체성은 자신을 어떤 성별로 여기는지에 관계되어 있다. 주로 태어날 때의 외관으로 정해진 지정성별과 자신이 정하는 성별인 젠더Gender의 일치와 불일치를 따지는데, 일치하면 시스젠더Cisgender, 불일치하면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불린다. (접두사 'Cis-'는 '같은 쪽', 'Trans-'는 '다른 쪽'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트랜스젠더' 편 '(상)은 위에서 언급된 지정성별과 젠더를 포함한, 그들에 대한 단어들의 정의에 할애된다.

'지정성별'을 포함한, 성별의 세 갈래

사람의 성별을 설명할 때에, 대중은 주로 '생물학적 성별'과 '정신적 성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쪽에서 성별을 설명할 때, 우리는 세 가지 단계로 성별을 나누어 생각한다. 바로 '지정성별', '젠더', 그리고 '패싱되는 성별'이다.

우선 '지정성별'이란 태어나면서 타인(주로 의사)에게서 '지정'받은 성별이다. 지정받은 성별이라 하여 지정성별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지정받은 성별이라는 뜻으로 출생시의 성 지정의 폭력성을 지적한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단순히 성기의 외형만으로 성을 지정하는 것은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생물학적 성별'은 지정성별과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설명할 때에 자주 '생물학적 성별과 정신적 성별이 다른 사람'이라는 말이 쓰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생물학적 성별이란 존재하지 않는 환상과도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성별의 근거로 주로 쓰이는 것이 염색체와 생식기의 모양인데, 이 둘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완전한 기준인데다가 심지어 그 둘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 더욱 심도 있게 다룰 것이나,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로 넘어간다.

'젠더'란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본인이 인식하고 정체화하는 성별로, 흔히 말하는 '정신적 성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는 '정신만 이 성별이고 신체의 성별은 다르다'라는 인식을 불러와 트랜스젠더를 불완전한 존재로 보게 하는 폭력성이 내포된 말이므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이는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패싱되는 성별'은 사회가 어떠한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어떤 성별로 보이느냐이다. 패싱Passing이라는 말은 영어 단어 Pass에서 온 것인데,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통과되느냐, 즉 어떤 성별로 인식되느냐에 관련되어 있다. 여성패싱 되는 사람이라 하면 사회가 여성으로 본다는 것이고, 남성패싱 되는 사람이라 하면 사회가 남자라고 본다는 것이다. 패싱은 주로 단시간에 이루어지므로 외형에 기반을 둘 때가 많다.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머리 길이나 가슴의 크기 등이 있다.

MtF와 FtM, 바이너리와 논바이너리

이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칭하는 말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이다. 흔히 트랜스젠더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리수와 같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트랜지션하는 이들을 우리는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지정성별 남성이었던 이들이 '여성의 신체'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지션하는 이들을 우리는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이 경우는 지정성별 여성이었던 이들이 '남성의 신체'로 이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신체'라고 따옴표를 쳐서 표시한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했듯, 신체 자체에 성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허상이며 폭력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바이너리 트랜스젠더'는 MtF와 FtM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바이너리Binary라는 단어는 한글로 말하자면 '이분법적인'이라는 뜻이다. 젠더 바이너리라고 하면 성별을 남성과 여성의 두 가지만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바이너리 트랜스젠더란 이 젠더 바이너리 내부에서 설명이 가능한 트랜스젠더라고 보면 된다. '남->녀', '여->남' 이므로 기존의 성별 체계 내에서 설명하기 어렵지 않은 것이다.

이에 반해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는 말 그대로 논바이너리Non-Binary, 즉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젠더 바이너리에서 한 단계 확장된 개념인 여성-남성 스펙트럼에 속하는 이들도 있지만 (부분적으로/약하게 한쪽 성별로 정체화하는 데미걸Demigirl, 데미보이Demiboy 등 여성-남성 스펙트럼에서 양쪽 끝단이 아닌 구간의 젠더로 정체화하는 이들), 또는 여성-남성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서 아예 그 어떤 성별로도 정체화하지 않거나(에이젠더Agender이라고 불린다) 성별이 없다고 여기는 이들(젠더리스Genderless)도 있다.

더 나아가서, 트랜스젠더 중에는 본인을 두 가지 이상의 젠더로 규정하거나(바이젠더Bigender, 팬젠더Pangender 등) 한 가지 젠더에 정착하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유동적으로 변하는 사람(젠더플루이드Genderfluid)들도 있다. 이들의 경우 그들이 정체화하는 젠더의 종류나 개수에 따라 바이너리 트랜스젠더에 속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에 나열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젠더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트랜스라는 접두사에 동식물이나 물건의 이름을 붙여서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볍게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모욕이고, 그 주장을 진지하게 여기자면 트랜스젠더가 아닌 다른 개념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트랜스젠더는 다양하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이 특정 젠더로 자신을 받아들여주었으면 하는 것처럼, 트랜스젠더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트랜스젠더편은 (상) (중) (하)의 세 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상)에서는 개념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오해는 (중), (하) 편에서 다룹니다.



태그:#성소수자_오해와_진실, #성소수자, #퀴어, #트랜스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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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길냥이 집사이자 사회적 소수자. 제 시점의, 제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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