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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영화 <스파이>에 보면, 제이슨 스테이섬이 주인공에게 허세를 늘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은 남들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들을 주로 해왔다고 하면서, 그는 '나이 먹고 피아노 배우기'를 하나의 사례로 든다. 새해 작심삼일 결심의 왕좌는 금연, 운동, 그리고 식이요법이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어 공부와 악기 배우기도 심심찮게 나오는 레퍼토리다.

'그림 그리기'는 어떤가? 학창시절 미술 시간을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한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악기 연주만큼이나 그림 그리기도 도전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세잔처럼 캔버스와 화구를 등에 짊어지고 들판으로 나가는 것은 미술 재능이 세상에서 꼴찌인 나에게도 즐거운 상상이다.

그림은 인간의 본능이다. 라스코 동굴 벽화 같은 선사시대 그림은 주술적 목적으로 그려졌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라스코 벽화가 사냥 전 전략회의 자료라는 견해도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그림이라는 본능을 통해 무언가 표현했다면, 그것이 사회적 맥락에서 활용되고 해석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 메모리 비용이 0으로 수렴하는 오늘날,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그림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는 인포그래픽과 카드뉴스의 형태로 그래픽을 총동원하고, 웹툰은 대중문화를 선도한다. 나가타 도요시의 <비주얼 씽킹>은 제목 그대로 시각적 사고를 권유하는 책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의사전달을 명확히 하는 데 있어 그림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도해 표현의 효과

저자는 단순한 글에 비해 도해 표현이 가지는 강점을 여섯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몇 개의 문장을 단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한 눈에 들어온다. 복잡한 관계는 말로 설명하면 어렵지만 그림으로 정리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계열사간 출자 관계를 글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표로 정리하면 조금 낫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하지만 네모와 화살표를 이용하여 출자관계를 표시하면 전체 구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계열사 간 출자 관계를 도해로 정리하니 알기 쉽다 (책 29쪽)
 계열사 간 출자 관계를 도해로 정리하니 알기 쉽다 (책 29쪽)
ⓒ 나가타 도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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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모순이나 결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도를 조망할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논리적 사고를 위해 필요한 '중복이나 공백이 없는(MECE)' 목록을 만들 때 특히 유용하다. 매트릭스나 가지 치기 그림을 통한 간단한 표현으로 쉽게 중복이나 공백을 발견할 수 있다.

넷째, 기억에 유리하다. 저자는 "우뇌가 비언어 정보를 담당하며, 우뇌의 기억력은 좌뇌의 백만 배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 뇌과학의 발견에 따르면 좌우뇌 사이의 역할 분담은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분업의 경계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도해 표현이 기억을 돕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자극의 종류가 다양하고 잦을수록 기억이 오래 간다는 것이 망각곡선의 결론이다.

다섯째, 창의성을 키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그림을 보며 생각하는 행위도 뇌를 자극한다. 마인드맵이 그림 표현을 강조하는 이유도 다양한 자극을 통해 뇌를 깨우는 것이 아이디어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실제 초등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많이 해보게 한다고).

여섯째, 자료 준비가 저절로 된다. 예컨대 회의 결과 보고서를 만들고자 한다면, 보고서 또는 프레젠테이션에 시각 자료를 넣는 것이 좋다. 회의 중에 그림 메모를했다면, 시각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이 크게 절약된다. 그것을 그저 파워포인트에서 스마트아트(SmartArt)로 바꾸면 된다.

비주얼 씽킹에 필요한 것

<비주얼 씽킹> 표지
 <비주얼 씽킹> 표지
ⓒ 아르고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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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도해 표현을 익히기 위한 네 가지 핵심을 제시한다. 첫째, 도해 표현을 즐겨라. 나는 학창 시절 줄곧 처참한 미술 성적을 받아온 결과, 미술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도해 표현이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해 표현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멋지겠지만, 그림 솜씨가 형편 없다고 그림 메모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네모, 동그라미 등의 도형과 간단한 이모티콘만 사용해도 훌륭한 그림 메모가 된다.

둘째, 도해의 기본을 익혀라. 사각형과 화살표만 가지고도 거의 모든 것을 도식화할 수 있다. 실선 화살표는 실제적 영향, 점선 화살표는 잠재적 영향을 나타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나름대로 규칙을 세우면 간단한 도형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복잡하게 보이는 관계도 부분 부분 나누어서 살펴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상황을 분석해서 이해하면,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할 것은 없다.

셋째, 몇 가지 패턴을 배워둔다. 도해는 다음 여섯 가지의 패턴 중 하나로 나타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포함되어 있는 스마트아트 기능을 한 번 둘러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1. 요소를 수준별로 분류하고 계층으로 나타내는 트리(Tree)형
2. 요소를 다른 두 축의 조합으로 나타내는 매트릭스(Matrix)형
3. 요소의 시간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플로(Flow)형
4. 요소의 상호의존관계를 나타내는 새틀라이트(Satellite)형
5. 요소의 순환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사이클(Cycle)형
6. 요소의 수량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Graph)형 (98쪽)


넷째, 그림 메모를 습관화하라. 연습으로 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메모할 때는 언제나 그림을 포함시키는 습관을 들이자.

새로움에 도전하자

"저는 역까지 가는데요, 괜찮으시다면..." <내일의 기억>의 가슴 시린 장면
 "저는 역까지 가는데요, 괜찮으시다면..." <내일의 기억>의 가슴 시린 장면
ⓒ Toei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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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있는 블로그보다는 그림이 있는 블로그가 보기 좋고, 만화로 되어 있는 블로그는 더욱 끌린다. 언어를 공부하면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일본어를 배우기 전에 나는 <라퓨타>에서 시타가 파즈에게 하는 "아리가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일본어를 알고 나서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가 훨씬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영화 <내일의 기억>에서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남자 주인공이 아내를 몰라보고 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일본어를 몰랐다면 훨씬 덜 가슴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림도 하나의 언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만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나는 재능이 없었다. <비주얼 씽킹>, 그리고 <비주얼 씽킹 2>를 읽고 나서, 장바구니나 마이크를 표현하는 그림 문자를 그려보면서, 간단한 그림은 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카카오 프렌즈 중에 좋아하는 캐릭터인 프로도의 웃는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한 입만 먹으면 갑자기 내공이 몇 갑자씩 증가하는 영약은 무협지에나 나오는 물건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일어설 수 있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걷는 것조차 배워야 한다. 이러한 뇌의 가소성 때문에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 뇌 안에 숨겨져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없다.


비주얼 씽킹 : 그림으로 그리는 생각정리기술

나가타 도요시 지음, 정지영 옮김, 아르고나인미디어그룹(2015)


태그:#52권 자기 혁명, #<비주얼 씽킹>, #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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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브런치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unat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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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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