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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거래처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한 거래처 사람은 나이 많은 목소리의 남성이었는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 나를 아가씨라고 불렀다.

미스 리, 여직원에 오늘부터 아가씨를 추가한 이 세 단어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되었다. 직장생활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십몇 년 차 대리인 나는 아직도 성별에 차이를 두는 잔재가 섞인 호칭을 들으면 화가 난다.  

남자 직원은 남직원이라고 부르거나 도련님, 총각 같은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십 년이 넘는 직장생활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표현이다. 이와 달리 회사를 다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직원에게 성별을 붙여서 무슨 이득이 있는 건지, 여성에게만 따라붙는 그 불필요한 설명이 불편하다.  

상사가 거래처와 통화할 때 나를 두고 "우리 회사 여직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상사는 내 앞에서는 이 대리라고 부르고, 거래처에는 여직원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며 내 직위와 위치를 깎아내린다. 자각 없는 오래된 습관적 표현이 듣는 당사자를 얼마나 불쾌하게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체 듣기 싫은 호칭을 사용한다. 그것이 왜 문제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여직원이라 지칭하지 말고 담당자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하고, 나에게 업무를 지시했다면 좋았을 일이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어도 저렇게 말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 단 한 번도 남직원이라는 지칭을 들은 적이 없다. 직급이 생략된 여직원이라는 표현이 싫다. 여성이라는 성별로 테두리를 만들어 그동안 회사에서 노력하며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여직원이라는 거대한 교집합 안에 포함되어 가치없게 취급되어진 기분이다. 대리라는 직급에 오르기까지 고생한 모든 기간과 노력들이 무시 당한 기분이다.

그럼 '아저씨'라고 부를까요?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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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하면서 예민하게 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도 그 입장이 돼보지 않았기 때문에 공감가지 않아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에게 아가씨라고 부른 사람에게 아저씨라고 했으면 분명 크게 말싸움이 났을 것이다. 아가씨니, 미스 리니 하는 호칭이 존칭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호칭으로 불린 사람이 불쾌했다면 앞으로 그 호칭을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말한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불리고 들은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듣기 좋으라고 한 존칭 표현이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고 상대방이 불쾌해했다면 다시는 쓰지 않는 것이 예의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호칭은 상호간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을 뜻하는 'Miss.(미스)'라는 단어는 현재 기혼자와 미혼자 모두를 일컫는 'Ms.(미즈)'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기혼과 미혼을 구별하지 않고, 남성을 뜻하는 'Mr.'라는 호칭처럼 'Ms.'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호칭으로만 불리고 싶다.

이 대리, 담당자, 은지씨. 나는 이 호칭으로 만족한다. 원한 적 없는 존칭으로 불러주지 않으시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회사 내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호칭들이 불편하게 느껴져 작성하였습니다.



태그:#호칭, #회사내호칭 , #여직원, #미스, #호칭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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