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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 따릉이 보관소에 늘어서 있는 따릉이들.
 여의나루역 따릉이 보관소에 늘어서 있는 따릉이들.
ⓒ 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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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로교통법에 따라 9월 28일부터 자전거 안전모(헬멧) 착용이 의무화가 됩니다. 기존에는 자전거 운전 시 어린이만 안전모 착용이 의무였는데, 모든 시민으로 확대된 겁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의 안전과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위한 정책' 이라는 의견과 '자전거 이용 의욕을 저하하고 문제만 불러일으키는 전형적인 탁상입법'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저희 4명은 문제의 쟁점을 찾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고자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홍보영상에서 밝힌 도로교통법 개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년~2016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손상 발생부위가 머리인 경우가 38.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여 머리 손상 방지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둘째,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험결과 안전모를 착용하는 경우에는 착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머리상해치가 8~17% 수준으로 줄어들어 중상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해 볼 때 안전모를 쓰면 심각한 부상을 방지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사고가 났을 경우 본인 책임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안전모를 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법일까 임시방편일까

하지만 반대 및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자전거 단체들은 대부분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자전거 이용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는 199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했는데, 시행 이후 자전거 이용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유럽자전거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조사한 호주의 자전거 인구는 1980년대 후반에 비해 37.5%가 줄었습니다. 호주에서는 또한 5명 중 1명이 강제 안전모 착용이 없었더라면 자전거를 더 자주 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해외의 사례들은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자전거 이용률을 줄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자전거 이용자 수의 감소는 안전과 직결됩니다. 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인 피터 린든 제이콥슨은 2004년, 유럽 국가들의 자전거 인구 변화와 사고 발생 빈도 등을 분석한 결과 "자전거 인구가 많을수록 자동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자전거가 많을수록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더 의식하며 배려하게 되기 때문이죠.

제이콥슨은 "따라서 자전거 이용자를 늘리는 정책이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와 같은 자전거 강국들이 끝끝내 안전모 착용을 법제화하지 않은 것도 '자전거 인구 감소'라는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는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의욕을 저하함으로써 오히려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양측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심각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 운전자는 안전모를 써야하는 게 맞습니다. 더군다나 자전거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자전거 운전자는 사고의 위험성에 노출된 존재입니다. 하지만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다면 어떨까요? 안전모를 쓰기 싫어 자전거를 타지 않을 사람들이 생길 게 뻔합니다.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겠죠.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이미 법이 개정된 상황에서, 우리는 안전모를 반드시 써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전과 인식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 안전모는 자전거문화 발전에 방해만 되는 존재인 걸까요? 착용 의무화 제도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따릉이를 타다

보관함이 없는 타 지역에 반납할 때는 이렇게 바구니에 안전모를 넣어주면 된다.
 보관함이 없는 타 지역에 반납할 때는 이렇게 바구니에 안전모를 넣어주면 된다.
ⓒ 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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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는 직접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제도를 겪어보고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안전모가 비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따릉이를 타보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한 안전모 관리 및 분실 문제에 관한 이슈가 뜨거웠던 시기라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따릉이를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기 위해 저희는 안전모 대여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7월 27일 오후 6시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여의나루역 앞 따릉이 대여소입니다. 각자 한 대씩 타기로 한 저희는 대여 과정에서부터 혼란에 빠졌습니다. 교통카드 정도로 해결되겠거니 했더니,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회원가입까지 해야 했습니다. 요즘 누가 스마트폰 하나 없냐고들 하지만, 고등학생 신분인 저희 중 두 명은 스마트폰이 아니어서 곤혹스러웠죠. 그러던 중 단체 대여가 가능한 것을 발견, 한 명만 회원가입을 하고 4대를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여의도 지역에만 안전모 보관함이 설치돼있습니다. 방문 전날 '7월 20일부터 안전모 시범대여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헬멧 25%가 사라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걱정했는데, 꽉 찬 보관함이 외관상으로는 문제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저희 옆에서 자전거를 대여해가는 수많은 분들이 안전모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모가 있는 여의도 지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한 후 타 지역에 반납할 경우에는 자전거 앞에 부착된 바구니에 안전모를 넣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다시 여의도에 반납할 때에는 보관함에 넣는 것도 가능하고요.

우여곡절 끝에 따릉이를 손에 넣은 우리는 간만에 타보는 자전거에 신이 났습니다. 물론 안전모도 썼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는 에티켓도 잊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자전거 문화는 안전모 의무화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규칙 준수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폭염 속 헬멧, 불편하긴 한데...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즐기고 있던 저희는 법무부 소속 단체에서 캠페인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와 같은 나이 또래인 고등학생들이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하는 사실을 알리고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대해 퀴즈를 진행하기도 하고,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 타는 것을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한 자전거 이용을 홍보하고 있었는데요, 저희도 반가운 마음에 캠페인과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그 중 자전거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퀴즈에서는 저희가 사전 조사를 하며 알게 되었던 내용 덕분에 대부분의 문제를 맞힐 수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답을 헷갈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여전히 자전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따릉이를 타면서 안전모를 착용했지만, 이렇게 캠페인으로 다시 접하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캠페인을 하던 친구들은 시민들로 하여금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것을 체험해 보도록 한 후 그 소감을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안전모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불편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도 이해는 갔습니다. 실제로 더운 날씨에 무거운 헬멧을 쓰려니 느낌도 거북하고 땀이 나서 불쾌했기 때문이죠.

따릉이에 대해 고민하며 자전거 여행을 하던 우리에게 이 친구들이 캠페인을 하는 모습은 반갑게 느껴졌으며, 캠페인에 참여하며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자전거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더 많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따릉이도 잊고 있었나 봅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이용 시간이 끝날 때까지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급하게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최고 속도로 달렸건만, 대여소에 도착해서 반납을 완료했을 때에는 간발의 차로 1분을 넘긴 상태였습니다. 아까웠지만 추가 요금 200원씩을 결제했고, 저희의 즐거웠던 따릉이 답사는 그렇게 끝나게 되었습니다!

미흡한 인프라... 자전거 타기 무서워요

꽉 채워진 안전모 보관함
 꽉 채워진 안전모 보관함
ⓒ 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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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땀을 흘려가며 따릉이 답사를 한 후, 저희는 다시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안전모를 반드시 쓰도록 하면 자전거 사용률을 감소시킬 것이다, 의무화보다 인프라 구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등 이 문제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저희는 앞선 사례가 모두 해외 사례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로 오히려 자전거 사용률이 줄었다는 해외에서는 자전거 관련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이미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도로도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같은 경우 자전거도로가 일부 지역에만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 사람들에게 아직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기 때문에 인프라 형성이 미흡한 편이라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어렵습니다. 안전모 착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아직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자율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을 격려하는 차원의 방안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안전모 착용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자전거 이용자 수에 대한 걱정도 불필요해질지 모릅니다.

저희는 자율적 안전모 착용에 대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고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안전벨트를 떠올렸습니다. 요즘 자동차를 탈 때면 누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면 조수석은 물론이고 운전석에 탑승한 사람조차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심의 규정의 변화로 TV와 같은 미디어, 특히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차에 탈 때마다 안전벨트를 일부러라도 착용하는 모습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안전벨트 착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은 사람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모습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 사례를 참고하여 자전거를 타며 안전모를 쓰는 장면을 드라마와 같은 대중적인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한다면 안전모를 착용하는 문화 또한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릉이처럼 '쓰슈'가 익숙해지길...

이와 더불어 안전모에 친근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어떨까 얘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서울 지역의 '따릉이'와 대전의 '타슈'라는 자전거의 이름은 부르기 매우 친근한 어감과 의미를 가집니다. 이처럼 안전모에도 '쓰슈'와 같은 이름을 붙여준다면 착용을 대중화하는 데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덴마크와 같은 나라에는 자전거 도로와 같은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덴마크 사람들은 안전모 착용을 상식으로 여기며, 사고 시 안전모가 머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잘 숙지하고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안전모를 자율적으로 착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서 언급한 다양한 방안을 통해 시민들로 하여금 안전모 착용을 당연하게 인식하도록 한다면 더 건강한 자전거 문화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자전거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저희는 요새 뜨거운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이슈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사실 몇 년 전 처음 따릉이가 서울시에 배치된다고 했을 때, '과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까?'라는 의문점과 함께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따릉이 정류소에 따릉이가 몇 대 없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사람들에게도 따릉이가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죠.

뭐든지 처음 시작은 어색하고 낯설기 마련입니다. 아직은 안전모 착용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많고 미비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해간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안전모 착용이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태그:#따릉이, #헬멧착용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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