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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이에 따른 가정용 전기료의 누진제 문제가 화제가 됨에 따라 일본의 전기요금과 관련된 기사가 심심치 않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2일 <뉴시스>는 '日정부 "에어컨 마음 놓고 켜세요"..'전기료 폭탄'없는 이유?'라는 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가 에어컨을 틀라고 권고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들이 냉방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걱정할 일이 없다고 설명한다. 다른 언론들도 잇달아 일본 정부가 에어컨을 마음놓고 킬 것을 권유했다며 전기료 걱정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일본 국민들도 누진제 때문에 최대한 절전하고 산다

가장 기본적인 스탠다드 플랜 적용시 일본의 가정용 요금 계산표
▲ 도쿄전력의 요금안내표 가장 기본적인 스탠다드 플랜 적용시 일본의 가정용 요금 계산표
ⓒ 도쿄전력 홈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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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본의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최근 전기 민영화가 이루어진 일본의 전기요금은 복잡한 부분이 많다. 장기계약 할인이 들어가기도 하고, 가스와 같이 사용할 경우에 병합 할인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지역, 계약회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정용 전기요금처럼 사용량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도쿄전력의 스탠다드플랜S(민영화이전 종량전등B타입)를 기준으로 알아보.(엔화는 편의상 기준환율 x10으로 계산하여 원화로 표시).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기본요금(두꺼비집 용량에 따라 달라짐 최소(10A) 2800원에서~최대(60A)16800원까지)과 구간별 3단계로 나뉘는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력양 요금의 합으로 결정된다. 이외에 전기생산에 필요한 원유, LNG가스의 가격변동에 의한 가격조정, 재생에너지 발전 촉진 부과금이 부가된다.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누진제가 적용된다. 언론들은 일본 누진제의 1단계와 3단계 요금 차이는 1.5배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요금 차이가 3배나 된다고 설명하다. 하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3단계 누진제 요금의 경우 한국이 93.3원(200kWh이하), 187.9원(201~400kWh), 280.6원(401kWh초과)이고 이에 반해 일본은 195원(120kWh이하), 260원(121~300kWh), 300원(301kWh초과)이다.

각 단계별 요금도 일본이 비쌀 뿐만 아니라 전기사용량에 비례해서 나오는 재생에너지 발전 촉진 부과금(1kWh당 29원의 초가요금)도 상당한 금액이 되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해서 비싼 요금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서 1000kwh를 초과할 경우에는 전기요금이 7~8배 가량 늘어난다고 지적하면서 마치 한국이 일본에 비해 훨씬 비싼요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1000kwh이상 사용하는 가구는 5.2만 가구(2016년 8월 기준 전체의 0.22% 한전)로 전체 가구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즉, 1070kwh 이상을 사용해야만 그때서야 전기요금이 일본보다 비싸진다.

실제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력량 기준으로 비교를 해보면, 350kw 사용시 일본 도쿄전력의 경우 9414엔(한화로 약 9만4000원), 한전의 경우 5만5080원 일본이 약1.7배 비싸다. 400kwh누진 구간을 초과하여 500kWh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일본이 1만4058엔(한화로 약 14만 원) 한국이 10만4140원이 된다. 약1.35배 일본이 더 비싸다.

누진제 적용기간 400kwh를 초과하여 500kwh를 사용하실에 예상되는 한전의 전기요금
▲ 8월 한달간 500kwh사용시 한국의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기간 400kwh를 초과하여 500kwh를 사용하실에 예상되는 한전의 전기요금
ⓒ 한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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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500kwh를 사용했을 시 일본 도쿄전력의 전기요금 예상 가격
▲ 8월한달 500kwh사용시 일본 도쿄전력의 전기요금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500kwh를 사용했을 시 일본 도쿄전력의 전기요금 예상 가격
ⓒ 일본 도쿄전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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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일본이 GDP나 물가 수준이 높으니 그에 비례해서 전기요금이 비싼 것이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장바구니 생활물가는 한국이 좀 더 비싸거나 같은 수준이다. 결국 일본국민이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도 한국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미 '폭탄요금'에 익숙한 일본 국민들

그렇다면 한국과 마찬가지의 폭염을 겪고 있는 일본국민들은 왜 누진제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지 않는 것일까? 우선 일본에서는 가정용 요금에 대한 차별이 없다. 한국은 가정용 요금에 한하여 누진제를 적용하고 일반용 요금과 산업용 요금에 대해서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일본은 모든 사용처에서 똑같이 누진제를 적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 요금만 비싸다라는 인식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올해와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없더라도 일본에선 매년 여름 24시간 에어컨을 트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다. 한국에 비해 습도가 높은 일본은 같은 기온이라도 한국보다 불쾌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유달리 여름에 전기를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사시사철 전기요금이 비슷하다. 한국의 에어컨과 달리 일본의 에어컨은 냉난방 겸용이 많다. 일본 대부분의 주택은 한국처럼 바닥을 데우는 방식(일본에서는 유카단보라고 함)를 사용하지 않고 에어컨의 난방기능을 사용한다.

따라서 겨울철에도 난방을 에어컨으로 해결하다 보니 여름철만큼의 전기요금이 나오거나 그 이상이 나오는 가정도 많다. 이렇듯 일본 가정에서는 비싼 전기요금이 일상화돼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폭염에도 전기요금 부담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일본이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7월3일 발표)에 의해 앞으로 원전을 전체 발전량의 20~22%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는 아베정권의 발표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원전 증설로 인해 일본 국민은 전기료 부담 없이 폭염에도 에어컨을 펑펑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에게도 전기료는 절대  싸지 않을 뿐 더러, 현재 일본에서 가동중인 원전이 2기임을 감안하면 현재 에어컨을 펑펑 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원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아베정권의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은 야권은 물론이거니와 당내, 전임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까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어서 실제로 이행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히려 원전제로를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아서 일본이 원전 증설로 방향을 잡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상항이다.

원전제로에의 정책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고이즈미 전총리 인터뷰 기사 일본 아사히 신문
▲ 아베 원전증설 비난하는 고이즈미 전총리 원전제로에의 정책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고이즈미 전총리 인터뷰 기사 일본 아사히 신문
ⓒ 일본 아사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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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원전을 더 늘려야 할지, 혹은 우리도 원전제로의 나라로 가야 할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다채롭게 전개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다만, 전기요금 인하 여론이 비등한 이때, 언론이 일본보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더 비싸다는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보도를 하는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태그:#전기요금, #누진제, #일본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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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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