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나르시시스트인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다. 너무 완벽해서 거리감이 느껴질 것 같은데 이상하게 친근하고 편안하다. 이 마성의 인물은 바로 이영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영준이란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배우 박서준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서준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영준은 나와 상반된 인물, 쉽지 않았다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썸이엔티


- 종영소감은.
"이 드라마가 원작 기반이라 주변에서 시작 전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짧은 촬영기간 동안 좋은 작품을 만든 것 같아서 무척 만족스럽다. 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연기하기 쉽지 않았던 캐릭터였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 어떤 부분이 쉽지 않았나.
"캐릭터 자체가 말도 안 되니까. 저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편인데 이영준이란 캐릭터는 원작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설정 자체가 과하고 인물의 톤이 강했다. 그런 게 부담스러웠지만 배우로서 자기복제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말도 안 되는 이 (만화적인) 캐릭터를 시청자로 하여금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모든 게 숙제였고, 촬영하면서도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으려 했다."

- 캐릭터 표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영준은 나르시시스트잖나. 이런 성향이 실제 저에겐 많이 부족한 면이다. 저는 저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제 연기 생활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이 캐릭터를 표현하자니 많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밉지 않게 표현하자'는 생각이 컸고 위트 있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자뻑' 대사는 뭔가.
"'영준이 이 녀석'이다. 제 장점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담백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대사만큼은 힘들더라. 원래 대본에는 '이영준 이 녀석'이었는데 성을 빼고 해봤더니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영준이 이 녀석'으로 하게 됐다."

-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와 촬영하며 든 생각은.
"무엇보다 원작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단지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서 선택한 게 아니고 나 자신과 너무 상반된 인물이어서 굉장히 호감이 갔다. 드라마는 4부까지는 확실히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밀어붙이면 설득력을 갖게 되고 그러면 보는 사람도 이 역할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저 자신에게 확신이 없으면 안되잖나.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가는 게 필요했다. 이영준을 연기하면서 '나 자신을 좀 칭찬해줄 수도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순발력이 내 장점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썸이엔티


- 배우로서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저는... 순발력은 좀 있는 것 같다. 드라마의 경우 1부부터 16부까지 대본이 다 나와있는 게 아니잖나. 물론 원작은 있었지만 드라마 촬영 전까지 딱 2회의 대본만 나와있었고 그걸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려면 순발력이 필요했다. 대본에는 텍스트는 있어도 이 인물의 동작까지 나와있진 않다. 어떤 동작을 해야 자신에게 취해있는 이영준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저의 경우 상황에 맞게 그런 성격을 표현해줄 동작을 많이 넣었다."

- 연기적으로 내가 시청자 마음에 '통했다' 느낀 적이 있나.
"시청자에게 통하는 건 결국 '감정'이고 한 순간의 '눈빛'이라고 생각한다. 영준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 모습들에서 반응이 가장 많이 오는 것 같고 저도 그런 장면을 연기할 때 만족감이 크다. 저는 메소드 연기에 대해선, 그 이론에 대해서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살인자 역할이면 사람을 죽여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평소에 내가 느낀 감정들을 활용해서 전적으로 상상력으로 채워가는 것 같다."

열애설에 대한 입장

- 상대배우 박민영과의 열애설이 났다. 어떻게 된 건지.
"총 촬영기간이 세달 반이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16부작을 찍었다. 박민영씨와는 원래 알고 있던 사이긴 하지만 배우들끼리 빨리 친해지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회식도 많이 하고 그랬다. 저는 작품을 같이 했던 배우들과 지금까지도 대부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로코라는 게 '저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장르인 것 같다. (연예인으로서) 제가 견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 박민영과 연기적인 호흡은 어땠나.
"저는 연기에서 액션보다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박민영씨는 리액션이 너무 좋았고 '이래서 로코여신'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좋아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썸이엔티


- 쉬는 동안은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작품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은 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인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같이 맥주 한 캔 하면서 '내가 그렇지' 하고 나를 다시 찾아가는 것 같다. 어제도 그제도 친구들을 만났다. 올해는 쉬는 시간이 전혀 없다. 이번 드라마 끝나고 다음 작품 전까지 잠깐이지만 이렇게 시간 날 때 친구들을 안 보면 맞추기가 힘드니까."

- 쉬지 않고 달리는 것 같다.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제일 좋다. 2주만 쉬어도 심적으로 타격이 오더라. 짧은 시간이지만 쉬고 있으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내가 살아있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 좋은 작품의 기준은.
"스스로의 만족감이 커야하는 것 같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 파격적인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제가 어떤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는 저를 포함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이 없진 않다.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면 언제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아직 배울 게 한참 많지만 현장에선 프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이든 그때그때 문제를 잘 해결해가며 나아가고 싶다."

윤식당 비하인드

- tvN 예능 <윤식당>에서도 활약했다. 아직도 스페인어를 기억하는지.
"어느 정도는. 3일 배운 스페인어였는데 정말 식당에 맞는 용어들, 필요한 단어들을 외워서 간 거다. 제가 다행히 눈치는 좀 빠른 것 같다. 어차피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똑같잖나. 외국식당이라고 해서 (손님들이) 찾는 게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식당에서 파는 물, 맥주, 메뉴들만 알고 있으면 충분히 빨리 캐치할 수 있었다."

- 예능을 경험한 소감은 어떤가.
"처음 갈 때는 너무 막막했다. 언어도 안 통하고. 근데 저는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다. 어차피 내가 잘 하는 사람도 아닌데, 영어 스페인어 잘 못한다고 빼는 게 아니라 부딪히고 싶었고 주어진 기간 내에 최대한의 노력은 하고 싶었다.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가기 전에 못하던 칼질도 열심히 연습했고 레시피도 전부 숙달되게끔 연습해서 갔다. 가기 전에 엄마가 주방을 보시고는 남은 것들 다 어떡하냐고 하셨는데 '엄마, 연습용이야 어쩔 수 없어' 그랬다. 가기 전날까지도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이 너무 많았고 가서도 하루하루가 미션 같았다. 왜냐하면 매일 다른 사람이 오는 거니까. 하루하루가 두렵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잘 이겨냈던 것 같다."

- 다시 <윤식당> 제의가 들어온다면.
"들어오면 해야지. 그때도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하게 된 거다. 나영석 PD님과 저는 알던 사이도 아니었다. 매니저형에게 갑자기 PD님이 같이 볼 수 있으냐고 연락이 왔고 마침 그때 스케줄이 없었다. 이런 게 타이밍인가 싶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 음식을 팔고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한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많이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스케줄이 가능해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고, 다시 불러주셔도 최선을 다해야지."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박서준 배우 박서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썸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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