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독립시민행동이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윤정


"부적격 후보자 15명 중 단 한 명이라도 이사로 선임한다면 방통위 퇴진 투쟁을 비롯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아래 방송독립시민행동)이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75명 중 15명을 '부적격 후보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23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를 향해 정치권을 배제한 공정한 이사 선임을 촉구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자체 시민 제보 센터를 마련해 공영방송 이사에 지원한 후보자들이 적합한지, 부적격 사유는 없는지 제보를 받았다. 또 학계, 언론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검증팀을 만들어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과 활동에 대해 검증했다.

해외 공영방송 이사 및 임원 선임 기준을 참고해 ▲방송의 독립성 ▲공영성 ▲이사 업무역량과 민주주의 철학 ▲업무 전문성 ▲공적 업무 경력과 이해 ▲시청자·국민 대변 ▲방송법·여론 다양성 ▲다원적 가치 ▲성평등 ▲노동 존중 등 10가지를 검증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러한 검증 과정을 통해 15명의 부적격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 명단과 부적격 후보 선정 배경과 관련 근거 자료 등을 제출했다. 부적격 후보자는 총 15명으로 그 중 KBS 이사회 후보자가 7명, 방송문화진흥회 후보자가 8명이다. 이 중 과거 업무상 횡령과 배임, 공적 자산 사적 유용 등의 비위 행위와 성평등 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이들이 절반이다. 또, 방송법, 방송편성규약 등을 위반해 방송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후보자도 다수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그동안 여야가 나눠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온 것은, 법적 근거도 없는, 위법한 관행이었다"면서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이사 선임에 국민 검증단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의견 제시만 받기로 했다. 추천인도 공개하지 않고, 단 5일간, 그것도 휴대폰 검증을 거쳐야만 확인할 수 있는 후보자 정보 공개는 '깜깜이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의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면서 "만약 이 의혹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방통위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에도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종전의 관행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방통위 퇴진 투쟁을 포함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김윤정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이런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가진 이들이 뭘 믿고 공영방송 이사회에 지원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통위는 정권의 하수인이자 충실한 심부름꾼이었다"면서 "지금의 방통위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 아래 꾸려진 새로운 방통위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주춧돌을 놓는, 역사에 남는 방통위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KBS와 MBC 노조 측의 발언도 이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 이경호 본부장은 "선임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는 확정이 됐다더라, 누구는 야당에서, 누구는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민다더라 등 소문이 있더라.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7명의 KBS 이사회 부적격 후보자 중 한 사람은 사실로 드러나면 형사처벌될 정도로 비위가 심각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이야기되고 있다"면서 "KBS본부 차원에서 내일(24일) 이 후보자의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부적격 후보자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KBS의 도리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지난 10년 동안 MBC를 이토록 추락시킨, 국정원의 방송 장악 음모에 부역하고 협력한 분들이 있다. 방송법과 MBC의 방송강령, 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한 분들이 방문진 이사에 원서를 냈다"면서 "MBC 추락에 책임 있는 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방문진 이사에 선임이 된다면, 결정에 책임 있는 이들 하나 하나를 향해 투쟁해 나갈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날 부적격 후보자의 세부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오정훈 방송독립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방통위가 독자적,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면서 "방통위는 시민행동이 제출한 부적격 후보자 명단과 선정 사유를 검토하고, 전체에 15%밖에 되지 않는 여성 후보자에 대한 배려, 지역 대표성을 포함한 다양성 기준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촛불혁명 후 처음으로 전면 개편되는 것인 만큼, 공영방송 정상화와 개혁을 앞당기기 위해 무엇보다 이번 이사 선임이 중요하다"면서 "무엇이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인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공영방송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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