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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10기 서울시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10석 중 10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의회 건물 1층에는 9대 의회에서 26석의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방이 있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에서 의석이 6석으로 줄어들며 더 작은 방으로 옮기게 됐다. 반면,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확장 공사를 벌여 더 넓은 방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6월 서울의 지방선거 민심이 보여준 상징적인 모습이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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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간 서울시의회를 이끌 사람은 신원철 시의회 의장(서대문1).

신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서대문갑)의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1987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집행부로 맺은 인연을 31년째 이어오고 있다. 같은 해에 대학 총학생회장으로 만났지만, 사석에서는 두 살 위의 우 의원을 '상호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신 의장은 2002, 2006년 시의원 선거에서는 연거푸 낙선했지만 2010년 이래 3선을 기록한 지방정치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한국당 후보 명함은 '빨간 색만 봐도 싫다'는 반응, 무섭고 두려웠다"

민주당은 이미 2010년과 2014년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각각 74석, 72석을 가져가며 다수당의 지위를 누렸다. 신 의장은 지난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특정 정당이 3기 연속으로 서울시의회를 차지하는 것도 1991년 민선 자치가 부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도움을 받았고, 자유한국당에도 경각심을 준 선거였다. 넓은 의미에서는 촛불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선거였다. 저도 선거를 5번 치러봤는데,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 유권자들이 명함을 받아가는 비율이 80%는 되는 것 같더라. 보통은 50%다. 반면, 한국당 후보 명함은 '빨간 색만 봐도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들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잘해서라기보다는 반대급부로 얻은 승리인 것 같아서 기쁨은 잠시였다. 무겁고 두려운 결과였다. 전에는 일이 잘 안 되면 야당 탓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한다. 대통령은 문재인, 시장은 박원순, 교육감은 조희연. 빼도 박도 못 하는 거다."


신 의장은 재선 의원 시절 시의회 지방분권TF단장을 맡아서 시의회가 발전시킬 과제들을 총정리했다. 서울시의회를 포함해 모든 광역의회 의원들은 ▲ 정책보좌관 신설 ▲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 ▲ 자치입법권 부여를 반드시 풀어야 할 '3대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1명, 유급 인턴 1명까지 총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의 보좌진은 있어야 수백, 수천 명의 공무원을 부리는 행정부처 장관에 맞설 수 있다는 게 의원들의 논리였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부여된 입법권으로 보좌진 수를 시나브로 늘려왔다.

최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9명의 사무실 직원을 확 줄여서 1명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신 의장은 "국회에는 보좌진들이 굉장히 많고, 시의원은 전무해서 이 사이에서 불균형이 심한 게 사실이다. 자조적인 얘기로, 시의원들이 정책 인력을 지원받는 걸 기다리느니 내가 국회의원 되는 게 빠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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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원 보좌관 신설, 국회의원들은 '호랑이 새끼' 키우는 것으로 생각"

2013년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책보좌관 1명을 신설하는 법안을 추진했는데, 국회의 반대로 좌초됐다.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나 청와대 기류도 보좌관 신설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 것 같다. 청와대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이 19일 저를 다녀갔다. 충남 서천군수를 지냈고,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활동을 함께 한 분인데도 여론 형성 등의 부분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더라.

(지역구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국회의원들 반응이 더 시니컬해진다. 특히 지방의 국회의원들은 서울에서 주로 생활하고 1주일에 한두 번 내려가기 때문에 지역구 일을 다 맡겨두고 올라오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광역의원에게 보좌관까지 붙여주면 '호랑이 새끼' 키우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다.

외국에 나가보면, 서울이 국제도시라는 게 느껴지는데 이 정도 규모의 대도시에서 의정 활동하는데 지원 인력 1명을 보장해주는 것에 대해 너무 야박하다는 느낌이다."


300명에 달하는 시의회 사무처의 인사권도 예민한 쟁점이다. 많은 시민들은 박원순 시장이 시의회 직원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국회에 비유하면, 국회 사무처 직원들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꼴이다. 시청 직원들이 2년, 3년 단위로 시의회에 파견갔다가 복귀하기 때문에 시의회의 행정능력이 축적되기 힘들다. 심지어 '여소야대 시의회'가 꾸려졌던 2010~2011년에는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이 "시청이 시의회 사무처를 통해 의정 활동 내용을 탐지해간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 의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행사하는 서울시의회 인사권에 대해서도 자신과 협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사 문제는 저나 시장이나 법의 테두리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다만, 최소한의 협의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낙점해서 내려 보내면 저도 동의하기 어렵다. 의회 수장인 저도 어떤 사람이 오는 게 시의회에 좀 더 바람직한지 후보군을 놓고 상의할 요량이다.

얼마 전에도 (사람을) 그냥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박양숙 서울시 정무수석에게 전했다. 비서실장 통해 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해놓은 상태다. 절차적으로는, 아무리 인사권자가 시장이라고 해도 의장과 협의를 해야죠. 그게 소통이고 협치 아니냐?"

박 시장과 신 의장은 19일 시의회 사무처장 내정자 발표를 앞두고 이에 대한 의견을 조정했다. 시의회 사무처장(1급)은 6급 이하 사무처 직원들의 인사 관리를 맡는 자리다. 박양숙 정무수석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사무처장이 중요한 자리인 만큼 신원철 의장과 사전협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박 시장도 큰 틀에서는 신 의장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지만, 과장급 이하 실무 직원들까지 시의장이 일일이 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정리했다.

또한 신 의장은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단위는 국회보다는 지방의회다. 1인 가구 지원이나 퇴근 후 모바일 메신저 금지, 금연구역 확대 등등 눈 떠서 잠자기까지 생활 속에 와 닿는 조례를 만들 수 있는데, 실상은 중앙정부의 제한을 많이 받는다"며 "정책보좌관 신설만큼 중요한 게 자치입법권 확보"라고 강조했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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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불발됐지만, 문희상 의장이 불씨를 살려내려는 것 같아 기대"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를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의 개정이 시급한데, 두 가지 모두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국회에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016년 8월에 낸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있고,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이 동료의원 38명 동의를 받은 지방의회법 개정안도 계류 중인데,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 의장은 "수도권, 서울지역 국회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 고개 끄덕이고 공감해준다. 그런데,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와 법사위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헌도 상반기에는 불발됐는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다시 불씨를 살려내려는 것같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회가 바뀌려면, 익숙함을 벗어나서 낯설음에 다가가야 한다. 자꾸 익숙함만 찾으면 변화는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중앙집권의 역사만 있고 분권의 역사는 없었는데 (국회의원들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반대하는 국민이 많다', '시기상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다행히 17개 광역시도의회 의장단을 보면, 대구·경북 빼면 전부 민주당이 됐다. 이전에는 한국당 소속 의장들이 많아서 자치분권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의회의 또 다른 숙제는 박원순 시장과의 관계 설정이다. 2010년 '여소야대' 시의회가 만들어진 후 박원순 시장이 연거푸 3선을 하고, 시의회도 같은 당이 장악하면서 역동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신 의장은 자신이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때 우상호 캠프의 좌장이었음을 상기시키며 "그때는 박 시장의 아픈 구석을 많이 쳤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여야 지도부가 시장과 정기적으로 시정협의회를 했는데, 민주당 시의원들이 청년수당과 서울로 7017, 조정교부금 문제 등 박 시장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 부분에서 쓴소리를 많이 했다. 한국당 소속 부의장이었던 김진수 의원(5선)이 '우리가 여당 같고 민주당이 야당 같다'고 할 정도였다. 박 시장의 예스맨으로 비쳐지는 것에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다.

첫 임시회는 상임위 등 의장단 구성에 주력했고, 30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는 서울페이나 여의도 개발 등 3기 역점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활발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 의장은 박 시장에 대해 "지난 7년을 되돌아보면, '조금 더 정치인에 가까워지는구나' 하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는 시의회 상임위원장단에 1박2일 워크숍 가자고 하더라. 그 동안에는 그런 얘기 안 하던 분인데,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신 의장은 "의정 활동 8년 했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금방이더라. 전반기 의장 2년도 휙 가리라는 걸 잘 안다"며 "이것저것 많은 걸 하기보다는 전국광역시도의회 의장들과 함께 지방분권의 단초 하나는 마련해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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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원철, #우상호, #박원순, #박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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