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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편집자말]
밤 11시. 아기가 편안하게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굴러다니면서 잠을 자는지 처음 잠이 든 곳과 비교해보니 거의 1m쯤 떨어진 곳에 엎어져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으악! 왜 엎어져서 잠을 자는 걸까요? 걱정 많은 육아빠는 빠르게 아기를 다시 뒤집고 숨을 잘 쉬는지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됩니다.

깨어 있을 때는 어디서 머리를 쿵 하지는 않을까, 삼키면 안 되는 걸 꿀꺽 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게 되는데, 잠 잘 때마저도 아기에 대한 걱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아기의 출산과 신생아 아기를 돌볼 때 드는 아빠의 걱정을 이야기했는데요. 이번에는 신생아 시절을 지나 이제야 좀 사람다워지는(?) 14개월 정도까지의 육아에 대한 아빠의 걱정거리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기의 하루 일과

이미 다 큰 성인과는 다르게 돌 이전의 아기들은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보호가 필요한 존재입니다. 너무나도 약한 존재이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이 들 때까지의 아기의 하루 일과는 아빠 엄마에게는 너무나 큰 걱정거리로 가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장 첫 번째 걱정은 혹시 엄마, 아빠가 잠에 푹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보통 100일 이전의 아기들은 밤잠을 잘 때 '통잠'(깨지 않고 길게 잔다는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다양한 이유로 여러 번 잠에서 깨게 되는데요. 배가 고파서 깰 수도 있고,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엄마를 찾느라 깨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이 많은 우리 부부는 혹시나 밤중에 아기가 엉엉 울 때 일어나지 못해서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잠 잘 때도 걱정되는 아기
 잠 잘 때도 걱정되는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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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기의 먹는 것에 대한 걱정입니다. 이 걱정은 모유를 먹을 때부터, 이유식, 일반 식사를 할 때까지 시기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래도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모유수유 시기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아기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엄마의 모유를 얼마나 먹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기는 특히 빠는 힘이 부족해서 빨다 지쳐 잠에 드는 경우가 흔했는데요. 엄마 젖을 빨다가 피곤해서 잠이 든 건지 배가 불러서 편안해서 자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걱정이 돼 수차례 깨우려고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 모유의 양이 조금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 걱정은 더 심했습니다. 모유를 먹다 울다 지치는 아기를 보고, 그런 아기에게 미안해하고 자책하며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보다 보면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어떻게든 모유를 많이 먹게끔 하고 싶어 했던 저희 부부의 고민과 걱정은 지금 생각해도 육아 중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일 것입니다.

힘든 모유 수유와의 전쟁이 지나 이유식 시기가 왔는데요. 처음에는 아기가 '이게 먹는 거 맞아요?' 이런 표정을 지으며 거의 모든 음식을 뱉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밥을 아주 잘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잘 먹다보니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더군요.

바로 대변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우리 아기는 이유식을 먹고 어찌나 대변을 많이 보던지 하루 서너 번은 기본으로 실천했습니다. 물론, 아기의 대변 정상범위는 매우 넓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병원과 육아서적을 통해 확인하기는 했지만 대변을 보려고 힘주는 아기를 보니 '아기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이렇게 먹은 걸 다 싸도 되나 하는 걱정, 엉덩이 부분이 자꾸 빨개져서 피부에 대한 염려까지 함께 생겼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아기의 특징은 주로 이유식을 먹을 때 힘을 줘서 볼일을 보는 것인데요. 아기는 그날도 먹으면서 힘을 열심히 주었습니다. 밥을 다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대변을 확인해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똥이 시뻘건 색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놀란 저는 아내에게 소리를 질렀는데, 아내는 생각보다 태평하더군요.

"아 그거 내가 어제 방울토마토 줘서 그래. 어찌나 잘 먹던지... 아마 많이 먹어서 대변이 빨간가 보다."

사실, 성인들은 자신이 볼일을 보고 그렇게 유심히 보지는 않잖아요? 아내의 말을 듣고 겨우 안심하게 되었지요. 아기가 대변을 보기 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소심한 육아빠의 걱정거리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아기 목욕을 시키다가 혹시 내가 미끄러지면 어떡하지?',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저 앞에 문턱에 걸려 넘어져서 다치면 어떡하지?'와 같은 아주 일상적인 걱정들이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지속되게 됩니다.

아기의 발달 과정

'딸랑 딸랑' 아기에게 딸랑이를 흔들어보는데 아기가 쳐다보지를 않습니다. 이번엔 아기 이름을 한 번 불러봤는데도 깜깜 무소식이군요. 음... 아기의 청각 기능을 확인하는 방법을 써 봤는데 아기가 반응이 없네요. 이거 어쩌죠? 이번엔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메롱!'을 해 봅니다. 오호! 몇 초 걸리지 않아 아기가 귀엽게 혀를 내밉니다. 기쁩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 50에서 100일 정도 되어갔을 즈음에 아주 약간의 옹알이나 표정 변화에도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이 시기에는 아기의 오감발달, 인지발달 등이 잘 되고 있는지가 매우 큰 관심사이자 걱정거리였는데요. 어떤 날은 아기가 딸랑이 흔드는 쪽을 봐서 기뻐하다가, 어떤 날은 '메롱'을 해도 별 반응이 없어서 시무룩해지기도 했지요.

50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로 해서 스튜디오로 갔습니다. 아기가 이날따라 피곤했는지 자꾸만 고개가 휘청휘청하고, 눈도 평소보다 크게 뜨고 있지를 못합니다. 누워 있는 자세를 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손을 받치고 고개를 살짝 들고 있는 깜찍한 포즈를 취할 때가 오자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대부분 아기들이 원래 잠깐씩은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데, 우리 아기는 아직 어렵나 보네요."

사진을 찍으려고만 하면 자꾸만 내려가는 고개. 겨우 힘들게 사진은 찍었지만 사진사 분의 말씀이 맴돌면서 다른 애들보다 목의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이러한 걱정은 아기와 문화센터에 가거나 놀이터에 나가 다른 아기들을 보면서 더욱 더 커지기 시작했지요. 왜 이렇게 다른 아기들은 우리 아기보다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많게 느껴지는 걸까요?

예를 들어, 우리 아기는 박스에 있는 블록을 빼기만 하고 넣지는 못하는데 같은 시기에 태어난 옆 친구는 블록을 제 위치에 잘 넣을 줄 압니다. 또, 옆에 있는 아기는 엄마가 "삼촌, 안녕하세요, 인사해봐!" 하면 손을 잘 흔드는 데 우리아기는 멀뚱멀뚱 쳐다볼 뿐입니다.

우리 아기는 잘 놀고 있는것일까?
 우리 아기는 잘 놀고 있는것일까?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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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돌잔치랑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면 왜 이리 걸어서 돌잔치에 입장하는 흐뭇한 광경이 많은지요? 원래 인간의 발달이란 것은 개인차가 있는 것이기에 지나치게 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나 봅니다.

지나친 아기 걱정, 극복방법 3가지

아기에 대한 걱정은 아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방식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아빠의 정신 건강에도 안 좋고 아기를 과보호하는 역효과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나친 아기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육아빠의 방법을 세 가지 전하려고 합니다.

첫째,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마음을 여유 있게 갖습니다.

아기의 발달과 관련된 것이나 시기마다 생기는 아기에 대한 걱정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결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침을 많이 흘리고 피부가 약한 아기들은 침독이 올라오는 일이 많은데요. 돌 전후가 되니 아기가 음식물을 전보다 많이 흘리지 않고, 침도 삼키는 요령이 생기면서 침독이 자연스레 줄어들게 됩니다.

또, 아기가 잘 걷지 않으려고 해서 걱정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18개월 이후가 되어도 걷지 않는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봐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아기가 한 번에 20발자국을 걸으려고 하나 본데?'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기다려 주고, 잘 걸을 수 있도록 아빠가 손도 잡아주고 다리도 주물러주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 아기가 다쳤거나 무엇을 삼키는 등 긴박한 일로 생기는 걱정은 인터넷 글을 의존하기보다는 119 전화 상담을 이용하거나 소아과를 방문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최근에는 육아와 관련된 카페, 블로그 등이 활성화되어 다양한 육아정보와 경험들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물론, 이러한 경험과 관련된 정보도 매우 유용하겠지만 아기가 다치거나 무엇을 삼켜서 생기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정보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읽다보면 부정적이거나 극단적인 결과와 관련된 글을 선별적으로 읽게 되는 경우도 있고, 지금 아기의 상황과 인터넷 글에 있는 아기의 상황이 많이 다른데도 비슷한 것으로 읽고 잘못 조치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이런 긴박한 경우에는 119에 전화를 걸어 전화 상담을 해보거나 가까운 소아과에 전화를 해 상담을 받거나 직접 방문해서 조치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아기와 함께 여행을 가 숙소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가 들어보지도 못한 소리로 크게 울어서 보니 입 안에 피가 가득한 것입니다.

놀란 가슴에 어찌해야 할까 하는데 제 아내가 이럴 땐 119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전화를 걸어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아기가 아주 있는 힘껏 자신의 치아로 혀를 깨물어서 피가 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상담을 해주신 분의 말씀대로 응급처치를 하니 아기가 진정하고 피도 멈춰서 평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빠와 아기
 아빠와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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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육아빠의 걱정은 혼자 담아두지 말고 아내와 이야기하거나, 주변 또래 엄마 아빠와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육아빠들이 하는 걱정들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고, 주변에서 그것을 해결해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걱정은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이지요. 제가 아기의 빨간 대변에 놀라자 아내가 '방울토마토 때문이야'라고 말해주어 제 걱정을 덜어주었듯이 아기의 일상생활에 대해 무엇보다 잘 아는 아내에게 걱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입니다.

또, 놀이터나 문화센터에 가서 다른 아기들의 행동을 보면서 괜히 우리 아기와 비교를 하게 되고 걱정을 하게 되는데요. 또래 엄마 아빠들과 말문이 좀 트이고 편안한 관계가 된다면 서로가 느끼는 걱정거리들을 함께 나누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 놀이터에서 만난 선배 육아빠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기가 블록이나 상자를 무너뜨리기만 하고 쌓거나 섬세하게 가지고 놀지를 않아요. 다른 애들은 쌓기도 하고 조립도 하던데..."

제 이야기를 들은 두 아이를 키운 선배 육아빠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해서 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우리 첫째는 20개월이 되어서야 블록을 쌓고 조립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섬세한 장난감으로 잘 노는지 몰라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이렇게 우리 아기가 아직 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경험에 대해 또래 엄마 아빠들이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반대로 제가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다른 엄마 아빠는 걱정하는 경우도 있어서 대화를 통해 함께 걱정을 해결해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태그:#육아빠, #육아일기, #육아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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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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