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매미 소리가 들리면 여름 장마는 끝

매미는 3년에서 7년 남짓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네 번 탈피를 한 다음 늦봄이나 초여름에 땅 위로 나와 2주일에서 한 달 남짓 살고 죽는다. 땅속에서 애벌레가 나올 때는 비가 온 다음 날이다. 땅이 흠뻑 촉촉해야 쉽게 뚫고 나올 수 있다. 여름 장마가 진 뒤 매미 소리가 들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막 성충이 된지라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다. 그런데 여름에 비가 적게 오면 땅이 단단해 애벌레가 땅을 뚫고 못 올라온다. 그런 해는 한여름 매미 소리도 작다.   

 박명호가 쓴 시 〈돌매미〉
 박명호가 쓴 시 〈돌매미〉
ⓒ 교육부

관련사진보기


초등학교 3학년 《국어-가》 교과서 14쪽에 아주 재밌는 어린이시가 실려 있다. 박명호가 쓴 〈돌매미〉다. 명호가 이 시를 쓴 때는 2000년 6월 31일이고, 그때 명호는 강원 양양 오색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담임은 탁동철 선생님이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학교 이름도, 학년도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에 실린 시를 아래에 옮겨본다.    

돌매미

박명호(강원 양양 오색 초등학교 5학년)

비 오고 매미가 운다.
이얼지 이얼지 이얼지
이얼찌끽 이이이이이이
찌징찌징찌징 쫍쫍쫍쫍.


이총 이총, 이초강 이초강       

명호가 말하는 '돌매미'는 보리매미다. 보리 이삭이 팰 때 울기 시작한다고 해서 보리매미다.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에서 처음 채집했다고 해서 '소요산매미'라고도 한다. 보리매미는 '이총 이총' '이초강 이초강' 하고 울어 이총매미, 이초강매미라고도 한다.

위 시 〈돌매미〉를 보면 4행으로 되어 있는데, 명호는 원래 4행으로 쓰지 않고 한 행으로 죽 이어서 썼다. 아마 명호는 처음부터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것이 아니라 그때 자신이 들었던 매미 소리에 마음이 움직여 단숨에 쓴 것 같다.

아래 사진은 탁동철 선생님과 오색초등학교 4·5학년 8명이 낸 글모음 《어, 세 시네》 표지와 명호 글 〈돌매미〉가 실려 있는 장, 2002년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오색초등학교 어린시집 《까만 손》(탁동철 엮음)과 그 책에 실린 명호 시다.

너가 들은 매미 소리는 돌매미 같구나
 

 탁동철 선생님과 오색초등학교 4학년·5학년 8명이 낸 글모음 《어, 세 시네》 표지와 명호 글 〈돌매미〉가 실려 있는 장, 2002년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오색초등학교 어린시집 《까만 손》(탁동철 엮음)과 그 책에 실린 명호 시.
 탁동철 선생님과 오색초등학교 4학년·5학년 8명이 낸 글모음 《어, 세 시네》 표지와 명호 글 〈돌매미〉가 실려 있는 장, 2002년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오색초등학교 어린시집 《까만 손》(탁동철 엮음)과 그 책에 실린 명호 시.
ⓒ 김찬곤

관련사진보기


   
문집을 보니 위 교과서와 다르다. 교과서는 《까만 손》을 따랐다. 그런데 《까만 손》에 실린 시와 문집에 실린 시도 좀 다르다. 이렇게 된 까닭이 있다. 탁동철 선생은 명호가 산문글로 쓴 글을 보고 '시'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호와 같이 다듬었다. 탁동철 선생은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이다. 그는 풀이면 풀, 새면 새, 모르는 것이 없다. 아침저녁으로 새는 달리 우는데, 그런 새소리도 구별할 줄 안다. 벌레나 곤충 소리도 그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아이들이 어떤 새를 보고 이렇게 이렇게 생겼다고 하면, 응 그것은 무슨 새야, 할 정도다.

일단 탁동철 선생은 명호에게 '너가 들은 매미 소리는 돌매미 같구나.' 하면서 제목을 '돌매미'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얼찌'가 어떻게 '이얼지'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래에 명호가 처음 쓴 글과 나중에 《까만 손》에서 시로 된 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비 오고 매미가 운다. 이얼찌 이얼찌 이얼찌 이얼찌끽 이이이이이이 찌징찌징찌징 쫍쫍쫍쫍.


비 오고 매미가 운다.이얼지 이얼지 이얼지 이얼찌끽 이이이이이이 찌징찌징찌징 쫍쫍쫍쫍.


탁동철 선생은 매미 울음소리를 한 행으로 잡아 쭉 이어 놓았다. 왜 이렇게 했을까? 매미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쭉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과서처럼 행을 나누어 버리면 매미 소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또 행을 나누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시를 읽을 때 잠깐잠깐 끊어 읽을 수밖에 없다.     


이얼지 이얼지 이얼지
(0.3초 쉬고)
이얼찌끽 이이이이이이
(0.3초 쉬고)
찌징찌징찌징 쫍쫍쫍쫍


하지만 보리매미는 이렇게 울지 않는다. 이얼지 이얼지, 울기 시작해서, 쫍쫍쫍쫍 하고 끝을 맺는다. 바로 이 때문에 한 행으로 길게 잡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 편찬자들은 이 시를 보통 시처럼 행을 나누어 함부로 고쳐 놓았다.

비 오고 매미가 운다

명호는 '비 오고 매미가 운다'고 한다. 맞다. 비가 와야 땅이 촉촉하고, 그래야 애벌레가 땅을 뚫고 나오기 편하다. 비가 갠 다음 날 보리매미 소리가 아주 컸을 것이다. 애벌레에서 탈피한 보리매미가 이 세상에 처음으로 있는 힘껏 부르는 노래였을 것이다.

명호는 그 소리를 '이얼찌 이얼찌 이얼찌 이얼찌끽 이이이이이이 찌징찌징찌징 쫍쫍쫍쫍' 이렇게 붙잡았다. 그런데 보리매미 소리는 듣는 사람마다 달리 들린다. 나는 '띠이용 띠이용 띠이용 띠용띠용띠용띠용 뛰뛰뛰뛰 쯥쯥쯥' 이렇게 들린다. 보리매미 소리가 궁금하면 유튜브에서 '한국의 매미 소요산매미'로 검색하면 된다.

들어보면 저마다 달리 들릴 것이다. 이렇게 세상 소리는 듣는 사람마다, 그때 기분에 따라 다 다르다. 이 세상에 '짹짹짹' 우는 참새 없고 '꾀꼴꾀꼴' 우는 꾀꼬리 없고, '소쩍소쩍' 우는 소쩍새 없듯이 '맴맴맴' 우는 매미도 없다. 

소리시늉말을 쓸 때는 온몸으로 써야
 

탁동철 선생님이 낸 문집과 〈어린이신문 굴렁쇠〉 나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어린이신문 굴렁쇠〉 편집·발행인이었다. 그때 탁동철 선생님은 문집을 보내 주었고, 나는 그 문집에서 아이들 글과 시를 뽑아 신문에 실었다. 108호, 109호, 84호, 이렇게 써 있는 글은 〈어린이신문 굴렁쇠〉 그 호에 실었다는 말이다. 명호가 쓴 글은 거의 다 실었던 것 같다.
▲ 탁동철 선생님이 낸 문집과 〈어린이신문 굴렁쇠〉 나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어린이신문 굴렁쇠〉 편집·발행인이었다. 그때 탁동철 선생님은 문집을 보내 주었고, 나는 그 문집에서 아이들 글과 시를 뽑아 신문에 실었다. 108호, 109호, 84호, 이렇게 써 있는 글은 〈어린이신문 굴렁쇠〉 그 호에 실었다는 말이다. 명호가 쓴 글은 거의 다 실었던 것 같다.
ⓒ 김찬곤

관련사진보기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을 '소리시늉말'이라 하다. 아이들에게 시를 쓰자, 하면 꼭 시늉말을 한두 마디 쓴다. 이렇게 시늉말을 써야지만 시가 되는 줄 안다.

물론 시는 시늉말을 안 써도 시는 시다. 시늉말은 꼭 써야 할 자리에만 써야 한다. 버릇처럼 그냥 막 써서는 안 된다. 그런데 써 놓은 시늉말을 보면 너무 쉽게 써 놓은 게 많다. 시냇물은 졸졸졸, 제비는 지지배배,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강아지는 멍멍, 닭은 꼬꼬댁, 뻐꾸기는 뻐꾹뻐꾹, 돼지는 꿀꿀, 개구리는 개골개골이다. 하지만 시냇물은 웬만해서는 졸졸졸 흐르지 않고 제비도 참새도 이렇게 울지 않는다. 아래 시를 보자.
   

매미

강승주(경남 창원 남산 초등학교 3학년)

낮잠을 자다가
맴싸라라라 맴싸라라라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깼다.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니
창문에 꼭 달라붙은 매미
지금 가면 놀랠 텐데
갈 때까지 기다려 주지 뭐.
밖에 나와 한참을 서 있어도
날아갈 생각도 안 한다.
내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낮잠도 확 깼다. (2001. 8. 28.)
    
승주는 거실에서 낮잠을 자다 '맴싸라라라 맴싸라라라' 우는 매미 소리에 잠을 깼다. 가 보니 자기 방 창문에 꼭 달라붙어 궁둥이를 까딱까딱하면서 울고 있다. 지금 들어가면 놀랄 것 같아 날아갈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매미는 승주 마음도 모르고 울기만 한다. 승주는 자기 방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내내 기다린다. 승주 마음이 참 따뜻하다.

'맴싸라라라 맴싸라라라' 이렇게 우는 걸로 보아 이 매미는 쓰름매미인 듯싶다. 쓰르람 쓰르람 운다고 해서 쓰르라미라고도 한다. 쓰름매미 우는 소리는 늦여름에 들을 수 있다. 옛날에 아이들은 이 소리가 들리면 '아, 이제 여름방학도 곧 끝나겠구나!' 하며 속상해 했다. 어느 마을에서는 뚜우램 뚜우램 운다고 뚤래미라 하고, 찌을릉 찌을릉 운다고 찔렁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 '쓰름매미 소리'로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어린이 글·그림 모음 《엄마 없는 날》 강승주(경남 창원 남산 초등학교 3학년)의 〈매미〉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글·그림 모음 《엄마 없는 날》(어린이신문 굴렁쇠 엮음, 굴렁쇠, 2007)에서 가져왔다.
▲ 어린이 글·그림 모음 《엄마 없는 날》 강승주(경남 창원 남산 초등학교 3학년)의 〈매미〉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글·그림 모음 《엄마 없는 날》(어린이신문 굴렁쇠 엮음, 굴렁쇠, 2007)에서 가져왔다.
ⓒ 굴렁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보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