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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는 모형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포토존이자 인상 깊은 조형물이다.
▲ 청도 와인터널 와인잔 조형물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는 모형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포토존이자 인상 깊은 조형물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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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집중된 지역이 경상도의 부산과 대구를 잇는 남동 지역이다. 대구, 포항, 울산, 부산, 김해, 창원을 잇는 직사각형의 권역 내에 1천 2백만 명 정도의 인구가 모여 산다. 수도권 인구 약 2천 5백만 명에 비하면 꽤 적지만, 전국적인 비중으로 보면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도권과 남동권 인구를 합하면 약 3천 7백만 명.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5 정도에 불과한 지역에 대한민국 전체 인구 5천만 명의 74%가 몰려 살고 있으니 인구 집중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더 심각한 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며, 이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남동권 지역도 수도권만큼이나 교통 체증이 심하고, 각종 환경오염과 주택, 토지, 범죄 문제에 노출되어 있으며, 지역민들은 사람에 치여 각종 스트레스나 짜증에도 노출되어 있다.

중앙의 기찻길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다양한 조형물과 모형들을 설치해 다채로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게 조성하였다.
▲ 청도 프로방스 야경 중앙의 기찻길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다양한 조형물과 모형들을 설치해 다채로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게 조성하였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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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람들에게 가깝게 갈 수 있는 허파 같은 여행지들이 있는 것처럼, 이 지역에도 힐링을 위해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들이 있다. 한여름 매년 기록적인 무더위에 노출되어 있는 남동권 사람들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곳, 다른 지역에서 오는 여행객들에게도 좋은 ㅊ곳. 경북 청도 여행을 추천한다.

청도는 부산, 대구, 울산 등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1시간 내외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다. 같은 청도 지역이라도 운문사 같은 곳은 고속도로에서 벗어나서도 거의 40분가량을 달려야 하지만, 와인터널과 프로방스는 10분 이내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다.

한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해 와인터널 안에서 더위를 식히고, 밤에는 프로방스에서 야경을 즐기면 즐겁고 알찬 하루 여행을 했다고 할 만하겠다.

와인 시음대와 판매대가 이어지고 쉬어가거나 한 잔 할 수 있는 의자들도 있다.
▲ 와인 터널 내부 와인 시음대와 판매대가 이어지고 쉬어가거나 한 잔 할 수 있는 의자들도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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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숙성되는' 터널 속 와인 세계, 청도 와인터널

포도를 원료로 발효·숙성시킨 술을 와인이라 하지만, 요즘은 과일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을 넓은 의미로 와인이라 부른다. 아마 와인이 갖는 세련된 이미지, 혹은 긍정적 이미지 때문에 의미를 확장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인류가 가장 먼저 마신 술이 와인이라 한다. <구약성서>에 보면 40일 동안 내린 대홍수 이후 방주에서 내린 노아가 한 일이 포도밭 농사였는데, 그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서 뻗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이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원칙적으로 술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기원전 4천 년 경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유적에서도 이미 와인 양조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으니, 와인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와인이라면 몇 군데 업체를 꼽을 수 있겠는데, 지역 특산물인 '감'을 이용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청도 감와인'도 그중 하나다. 이 업체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와인터널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업체보다 이 와인터널이 유명하다.

와인판매대 옆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한잔 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벽에 그림을 걸어넣고 탁자에 꽃병을 놓아둬 꽤 분위기가 있다.
▲ 와인터널 내부 와인판매대 옆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한잔 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벽에 그림을 걸어넣고 탁자에 꽃병을 놓아둬 꽤 분위기가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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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터널은 본래 일제가 건설한 경부선이 지나는 터널이었는데, 1937년 인근에 남성현 터널이 새로 개통되면서 폐쇄되었다. 이후에는 도로의 기능을 수행하다가 그 기능마저 상실하면서 방치되었다. 이후 2006년 청도 감와인이 공식적으로 와인 숙성을 위한 와인터널로 개장하였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연중 15℃의 온도와 60~70%의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와인 숙성에 가장 좋은 조건이라 한다.

입구까지는 실제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기찻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좋다. 터널 들어가기 전, 왼쪽에 세워진 와인 병과 그 병에 쓰인 글이 재미있다.

"꿈이 숙성되는 와인터널"

와인병에 '꿈이 숙성되는 와인터널'이라 쓰여져 있다.
▲ 기찻길이 깔린 와인터널 입구 와인병에 '꿈이 숙성되는 와인터널'이라 쓰여져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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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가면 바깥 기온과 공기가 여기서부터 확 달라진다. 바깥이 더울 땐 시원한 공기가, 바깥이 추울 땐 훈훈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입구엔 매표소가 없으나, 조금 가다 보면 입장료를 내는 매표소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 이미 터널로 들어왔는데 입장료 때문에 여기서 돌아나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단, 입장료를 내면 감와인 식초 1팩과 소원을 적는 소원박쥐 한 장을 준다. 

(2017년까지는 와인 판매와 시음 공간을 지나 훨씬 더 안쪽에 매표소가 있었다. 이 매표소가 터널 입구 가까이 앞으로 당겨진 셈이다. 그러니 와인 한 잔 시음하고 터널 속 시원한 공기만 느낀 다음 입장료 안 내고 그냥 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조금 들어가면 왼쪽에는 판매용 와인들이 벽면에 꽂혀 있다. 오른쪽에는 와인 판매 공간이 마련됐다. 시음도 가능하다.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의자와 탁자들도 있어 현장에서 사서 마실 수도 있고, 그저 잠깐 앉아서 쉬어 갈 수도 있다.

더 들어가면 이 와인터널의 상징이자 가장 유명한 와인 잔 모형이 나온다.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는 모양인데, 누구나 여기서 발길을 멈추고 사진 한 장쯤은 반드시 찍고 지나간다. 사람 많을 때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에서 받은 소원박쥐에 소원을 써서 이곳에 걸어 놓는다.
▲ 소원쪽지의 공간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에서 받은 소원박쥐에 소원을 써서 이곳에 걸어 놓는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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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잔 모형을 지나면 터널을 따라 양쪽으로 청도 와인과 청도의 감에 대한 안내가 뒤따른다. 천장과 벽면에는 야경처럼 빛나는 기차, 자전거, 하트, 별 등의 다양한 모형들이 붙어 있다.

그리고 와인창고와 매표소에서 받은 소원 쪽지에 소원 글을 적어 걸어 놓을 수 있는 공간들이 이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쪽지를 걸어놔서 자기 쪽지를 걸 공간을 자세히 찾아야 한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터널 끝에 다다르면 LED 장미꽃밭이 나온다. 종이 장미 수백 송이를 바닥에 꽂아 길게 연결한 뒤 LED 조명을 비춰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조성해 놓았다.

보통 여기 온 사람들 중 상당수는 기념으로 와인을 사 가는 경우가 많다. 전국 몇 곳에 와인터널이 있지만, 이곳이 원조 격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와봐야 할 공간이라고 본다.

터널 끝자락에 수제 장미꽃밭을 조성하고 LED 조명을 설치해 놨다. 인기있는 포토존이라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 LED 장미꽃밭 터널 끝자락에 수제 장미꽃밭을 조성하고 LED 조명을 설치해 놨다. 인기있는 포토존이라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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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주소: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

*문의: 054-371-1904, www.gamwine.com

*입장료: 터널 안에서 받는다. 1인당 2천 원, 청도군민 1천 원, 미취학아동 무료

*영업시간: 평일, 공휴일 9:30~20:00, 주말 9:30~21:00, 주차는 100대 정도 가능.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 반려견 출입 금지. 흡연 금지. 내부에 화장실이 없으므로 미리 볼 일을 보고 들어갈 것.  인근에 개구리박물관과 <떼루아> 드라마세트장이 있다.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시간이 있으면 한번 가볼 만하다.

* 가는 법: 부산-대구고속도로 청도IC→25번 국도 대구 방향→남성현역, 송금리 방향 우측길로 빠져 길 따라 올라가면 좌측으로 와인터널, 송금리 안내판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와인터널에 닿는다. 대중교통으로는 청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와인터널까지 가는 시내버스(하루 5회)를 이용한다. 송금리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 5회 더 있으므로 송금리에서 내려 10분~15분 정도 걸어가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안 맞으면 청도읍에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프로방스 안에는 예쁘게 조명을 비추는 터널들이 곳곳에 꽤 있다.
▲ 프로방스 내 빛의 터널 프로방스 안에는 예쁘게 조명을 비추는 터널들이 곳곳에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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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으로 즐기는 예쁜 동화 세계, 청도 프로방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문화와 예술의 고장인 프로방스. 온화한 기후 조건 아래 와인과 올리브를 생산한다. 아름다운 건축 예술의 고장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이 거쳐 간 프랑스 알프스 풍경, 지중해 바다 풍경이 가로놓인 프로방스 지방은 많은 유럽인들의 로망이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달리 유럽에 대해 호감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프로방스는 유럽풍 낭만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유럽풍 음식점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밀집한 지역에 프로방스라는 이름이 등장했고, 이 이름은 여러 지역으로 퍼지는 중이다.

경기도 파주 프로방스에서 시작한 프로방스라는 명칭은 이제 경북 청도에서 꽃을 피웠다. 풍경만으로 보면 이미 원조 격인 파주 프로방스와 맞먹는 곳이 된 듯하다. 

대구광역시에서 당일 코스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이른바 '대구 근교'다. 부산과 울산 일대에서도 접근이 가까워 꽤 많은 가족과 청년, 커플들이 찾고 있는 경상도 지역의 대표적인 야경 테마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기찻길 옆에 가든이 있는데, 젊은 커플들에게 어울릴 만한 아기자기한 시설물들이 많다.
▲ 프로포즈 가든 기찻길 옆에 가든이 있는데, 젊은 커플들에게 어울릴 만한 아기자기한 시설물들이 많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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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용암온천 뒷산 중턱과 경사면에 자리한 프로방스는 멀리서 보면 뭐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도 전체 규모나 구조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구석구석 세상의 예쁘고 귀여운 것들은 다 모아 놓은 것 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전체적인 구조는 중앙부의 철길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나누어져 있는데, 위로는 별빛동화마을과 사계절 빛 정원이 있고, 아래로는 프로방스 레스토랑과 체험 공간, 놀이기구, 프러포즈 가든 등이 있다.

별빛동화마을과 사계절 빛 정원은 야경에 전문화되어 있다. 경사면에 조성되어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다양하고 예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사계절 빛 정원은 계절별로 서로 다른 테마를 내세워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귀엽고 예쁜 조각품,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뒤에 지나가는 기차는 조형물이 아니라 코레일 소속의 실제 기차이다.
▲ 프로포즈 가든 풍경과 기차 뒤에 지나가는 기차는 조형물이 아니라 코레일 소속의 실제 기차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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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래쪽에 있는 프러포즈 가든은 수많은 고백과 프러포즈의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기찻길 바로 옆에 조성되어 더욱 낭만적인 공간을 창출하고 있는데, 실제 기차가 지나갈 때면 때맞춰 수많은 셔터 소리가 공간에 작렬한다. 정말 현실을 잠시 잊을 만한 낭만의 공간이다.

프로방스는 가족들을 위한 공간들도 빼놓지 않고 있다. 프러포즈 가든이 젊은 커플을 위한 공간이라면 놀이기구와 각종 체험 시설들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의 공간이다. 사계절 썰매장에 귀신열차, 키즈존 놀이동산 등이 있다.

프로방스의 가장 위에서는 아찔한 집라인을 따라 밤낮으로 사람들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어찌 보면 그 구석구석의 상업성이 감탄스럽기까지 다. 이런 낭만의 공간이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 부산 지역의 젊은 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한나절, 혹은 야간의 놀이터로 이만한 곳이 없겠다. 특히, 야경은 우리 시대의 기준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예쁘고 동화 같은 즐거움이 다 있다고 할 정도로 멋진 풍경들이다. 복잡한 생활사를 잠시 잊고 힐링을 위해 하루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레스토랑 입구 옆에 설치된 피아노대. 실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 프로방스 레스토랑 레스토랑 입구 옆에 설치된 피아노대. 실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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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주소: 경북 청도군 화양읍 이슬미로 272-23

*문의: 054-372-5050, www.cheongdo-provence.co.kr

*입장료: 어른 평일 8천 원, 주말, 공휴일 9천 원, 초등학생 이하 6천 원

*입장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토요일은 오후 10시 30분까지. 야간 점등은 일몰 시각부터 시작, 연중무휴 주·야간 운영. 주차는 500대 이상 가능. 주차장이 상당히 넓다.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부산-대구고속도로 청도IC 에서 나와 25번 국도 대구 방향→청도 소싸움경기장을 보면서 우측길로 빠져 프로방스와 용암온천 가는 길로 접어든다. 용암웰빙스파(용암온천) 앞을 지나 왼쪽 길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입구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대중교통으로는 프로방스까지 직접 갈 수 없다. 청도역에서 2번 버스를 이용, 고평리회관 정류장에 내려 10분 정도 걷거나, 7번 버스를 이용, 삼신1리 정류장에 내려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7번 버스 이용 시간은 홈페이지 참조). 웬만하면 청도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태그:#청도 와인터널, #청도 프로방스, #청도 감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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