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26 15:04최종 업데이트 19.06.25 15:29
상하이 거리 '어딘가'에서 시작된 임시정부 




중국 상하이에 가면 '서금이로(瑞金二路)'라는 길이 있습니다. 'How are you 임정'팀이 카메라와 삼각대, 지도 한 장 들고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뗀 곳입니다.

99년 전 4월 11일, 이곳 서금이로 어디선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임시정부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엄밀히 따졌을 때,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이 탄생한 곳이 바로 상하이 서금이로의 '어딘가'입니다. 물론 99년 전엔 서금이로 대신 '김신부로(金神父路)'라 불렸습니다.

How are you 임정팀이 이곳 서금이로를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99년 전 4월 11일 탄생한 대한민국의 시작을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임정의 과거와 오늘을 영상과 글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요? '서금이로' 따라 걸었던 한 시간, 진한 아쉬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밀려왔습니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출발지건만 어디에서도 '이곳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곳이다'라는 흔한 표지석 하나 없었습니다.

 

상하이 첫번째 임시정부 청사가 있었던 김신부로(현재 서금이로) 지도. 이곳에서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이 탄생했다. ⓒ 김종훈



물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생 지점을 특정할 수 있는 정확한 기록이 지금으로선 없다는 말은 미리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시작점이라면, '서금이로(김신부로) 어딘가에는 작은 표지석 하나 놓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역사 바로서기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뉴라이트에 의해 왜곡되고 축소됐던 우리의 역사가 다시금 바로 서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탄생 100년을 맞아 처음으로 임시정부기념관이 서울 서대문구에서 첫 삽을 뜬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How are you 임정팀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임시정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더욱 속도를 내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이곳 서금이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여기서 탄생했다'는 표지석 하나 놓아야합니다.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어딘가에 가는 것은 최소한 그 장소의 의미에 대해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언가를 통해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이 탄생한 서금이로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습니다.



'H&M' 매장이 임정 두번째 청사, 역시 표식은 없다

서금이로 길목에 '회해중로(淮海中路)'라는 교차거리가 있습니다. 중국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명품 상점과 유명 식당이 밀집한 곳입니다. 이 회해중로 중심에 'H&M' 매장이 있습니다. 최근에 이 매장터가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두 번째 청사였다'는 기록이 나왔습니다. 옛 지명 '하비로(霞飛路)'의 위치를 비교 분석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두 번째 청사의 정확한 곳을 특정해 낸 겁니다. 문제는 임시정부 두 번째 청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표식도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명이 지나는 거리 한복판에 거대한 매장 하나만 덜렁 있을 뿐입니다.

 

상하이 임시정부 두번째 청사가 있었던 회해중로(옛 하비로)의 표지판 ⓒ 김종훈

 

상하이 두번째 임시정부 청사가 있었던 곳. H&M 매장이 들어와 있다. ⓒ 김종훈


현재 상하이에는 그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이 사용했던 청사가 딱 하나 남아있습니다. 흔히들 상하이 마지막 청사라 부르는 '마당로 임시정부 청사'입니다. 임정이 1926년부터 윤봉길 의사의 의거 직후인 1932년 4월말까지 사용한 청사입니다. 이 청사는 중국에서 패션과 음식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상하이 지하철 신천지(新天地)역 일대에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신천지를 오가며 많이들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여기까지입니다. 말 그대로 신천지 카페거리를 가는 길에 한번쯤 둘러보는 곳으로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임시정부와 관련된 상하이의 대표적인 유적지가 이곳 하나 정도만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하이를 찾을 때 임시정부 상하이 마지막 청사 정도만 보고 '그랬구나'하며 돌아가는 겁니다. 상하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청사, 상하이 마지막 청사는 걸어서 불과 2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오갈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임시정부를 더 열심히 찾도록 새로운 표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관심이 생기고 걸음이 이어집니다.
 

'How are you 임시정부' 프로젝트 멤버들과 상하이 마지막 청사 앞에서 ⓒ 김종훈



 

중국에 온 지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메고 다닌 검은 가방에 하얀 소금이 내려앉았다. 그만큼 습하고 덥다. ⓒ 김종훈


How are you 임정팀은 2018년 6월 18일부터 20박 21일동안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자싱, 항저우, 난징, 전장, 창사, 광저우, 류저우, 구이린, 구이양, 충칭을 카메라와 글로 담을 예정입니다. 이 여정이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이 걸었던 길입니다. 그 길을 저희 청년 4인의 시선으로 담아가겠습니다. 이를 로드다큐로 제작해 7월 중순부터 광복절까지 순차적으로 방영하겠습니다.

스토리펀딩도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임시정부와 관련된 전문 투어책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제목은 <임정투어 가이드북>. 임시정부와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걸었던 그 길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 임정 요인이 걸었던 곳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가는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임정투어 가이드북>을 통해 제대로 선보이겠습니다.

앞으로 일이 더 많습니다. 로드다큐도 제작해야하고, 촬영을 진행하며 틈틈이 임정투어 가이드북과 관련된 글도 써야 합니다. 이제 중국에 온 지 이틀(6.19기준)이 지났을 뿐인데, 메고 다닌 검은 가방에 하얀 소금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만큼 습하고 덥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임정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는 만큼, 의미 있는 글과 영상 만들겠습니다. 내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마이TV 김종훈, 정교진, 김혜주 기자, 최한솔 시민기자)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여행 정보

0.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정확하게 찾는 법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oversea.i815.or.kr) 이곳에 가면 해외 독립운동 지역별 정보를, 실제 주소로 확인할 수 있다. '임정 투어'에 매우 유용한 사이트다.

구글지도 활용법

각 유적지에는 현재의 위치가 주소로 표기돼 있다. 이 주소를 복사한 후 구글지도에 입력하면 지도에 유적지의 위치가 표기된다. 그곳이 현재의 유적지 위치다. 다만 구글지도가 중국 내에서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처음부터 해외 서버 등을 차단한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인데 이 경우 한국에서부터 미리 'VPN' 앱 등을 다운받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IP 주소를 할당받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무리없이 구글 지도를 활용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1. 상하이 임시정부 첫 번째 청사 가는 법

상하이 지하철 회해중로(Middle Huaihai Road)역에서 하차. 1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보이는 길이 회해중로다. 이 길을 따라 우측으로 약 200m 정도 이동하면 회해중로와 서금이로가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난 길이 모두 서금이로, 옛 김신부로다. 이곳 어딘가에서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민주공화제 정부가 탄생했다. 1919년 4월 11일의 일이다.

구글지도 활용법

구글 지도에서 한자로 서금이로(瑞金二路)를 치면 대략적인 위치가 나온다. 회해중로와 서금이로의 교차지점에 '맥도날드'가 있다.

2. 상하이 임시정부 두 번째 청사 가는 법

상하이 임시정부 첫 번째 청사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마찬가지로 회해중로(Middle Huaihai Road)역 1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100m를 걸어가면 길 건너에 4층짜리 'H&M' 건물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상하이 임시정부의 온전한 기틀을 마련한 장소다. 태극기를 공식적으로 게양하는 등 정부 청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구글지도 활용법

한자로 회해중로(淮海中路) 651을 입력하면 나타는 곳이 바로 H&M 매장이다. 영어로 '651 Huai Hai Zhong Lu'를 입력하면 동일한 위치가 나온다.

3. 상하이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가는 법

상하이 지하철 신천지(新天地 10호선/13호선)역 6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200m 걸어가면 상하이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를 만날 수 있다. 신천지 카페거리를 가는 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지도 활용법

상해시 황포구 마당로 306로 4호에 위치해 있다. 한자로 '上海市 黄浦区 马堂路 306弄 4户'를 입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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