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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에 이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권자들의 호응은 기존의 정당 선호도를 역전시켰다. 전국 대부분 시도에서 여당이 야당을 압도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살아 있는 곳이 대구 경북이다.

그중 경북지역의 지방선거 판도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면면으로 보면 이 지역에는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여당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미에도 예년에 비기면 여당 예비 후보가 늘긴 했지만 자유한국당 후보와 비길 정도는 아니다.

구미에서도 몇몇 범진보 인사들이 새롭게 6·13 지방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나마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이라도 있지만, 진보정당의 경우는 양자구도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구 선거 상황을 들여다보았다.  -기자 말 

구미참여연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최인혁 씨가 구미시 마 선거구에 정의당 시의원 후보로 나섰다.
 구미참여연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최인혁 씨가 구미시 마 선거구에 정의당 시의원 후보로 나섰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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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마 선거구인 구미시 인동동과 진미동은 1978년 구미가 시로 승격하면서 칠곡군 인동면에서 편입된 지역이다. 인의동, 황상동, 구평동, 신동 등 4개의 법정동을 거느린 인동동 인구는 5만5000여 명, 진평동, 임수동, 시미동을 묶은 행정동 진미동은 1만9000여 명(2017년 6월 기준)으로 모두 7만이 훨씬 넘는다.

42만여 명인 구미 인구의 18%를 차지하니 구미시 동쪽 외곽지지만 동세가 만만찮다. 산업도시 구미는 평균 연령이 37세로 젊은 도시지만, 그중에서도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인동 쪽은 노동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서 구미에서도 가장 젊은 지역이다.

인동의 젊은이들은 굳이 구미 시내로 나올 일이 없다고 한다. 인동과 진미동 안에서 모든 경제, 문화 활동이 무리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구미 원도심에 이어 굴지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있고, 복합상영관에다 주요 상권(구미 로데오거리)에는 유명 브랜드 가게가 줄지어 있다.

도시 숲도 잘 가꾸어져 있고 구미에서도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1인 가구의 비율이 매우 높아 진평동에는 원룸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인구가 밀집하면서 늘어난 행정수요를 행정서비스가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선거에서 주민들은 '20대 시의원'을 뽑았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때, 구미시 마 선거구(당시는 바 선거구)에선 20대 시의원을 뽑았다. 지금은 녹색당 대변인을 거쳐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민(36)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3위로 시의회 진입에 성공한 그는 당시 27살이었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 김수민은 낙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후보를 내면서 야권표를 가른 결과, 4위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이은 5위로 탈락한 것이었다. 그때, 시내 가 선거구에서 재선에 도전했던 노동자 시의원 김성현도 동시에 낙선했다. 간신히 자란 진보의 싹이 한방에 꺾인 셈이었다. (관련 기사 : 구미의 노동자 시의원, '리턴즈'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김수민 후보는 2014년에는 녹색당으로 나섰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후보를 내어 표가 갈리며 어부지리로 새누리당이 3인 선거구를 독식했다. 예나 지금이나 야권단일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강자와 양자대결을 할 수 있는 유효한 경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김수민 후보는 2014년에는 녹색당으로 나섰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후보를 내어 표가 갈리며 어부지리로 새누리당이 3인 선거구를 독식했다. 예나 지금이나 야권단일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강자와 양자대결을 할 수 있는 유효한 경로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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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0대에 시의원으로 선출된 김수민 전 의원. 지금은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20대에 시의원으로 선출된 김수민 전 의원. 지금은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 출처 : 김수민 선거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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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4·16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사고 수습 등의 문제로 여론은 정부에 비판적이었지만 집권당은 그 선거에서 선방함으로써 박근혜의 권력은 요지부동이라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4년, 국정농단으로 박근혜가 탄핵당한 뒤 새 정부가 들어섰고, 여당의 지지도는 50%를 웃돌고 있다.

구미 마 선거구에 다시 젊은이 하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수민처럼 20대는 아니고 30대 시민운동가, 정의당의 최인혁(36) 후보다. 진미동 대로변에 있는 그의 선거사무소를 찾았을 때, 그는 가 선거구의 김성현 후보처럼 혼자서 사무소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잘 알려진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 출신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구참여연대에서 3개월 동안 인턴 생활을 한 뒤 2007년 11월부터 일한 구미참여연대에서 그는 꼬빡 10년을 일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정국에서 구미YMCA 간사로 일하던 동갑내기 부인을 만나 사귀다가 결혼하여 열 살 난 딸을 두었다.

- 시민운동을 하다 정의당에 들어가 정치에 뛰어들었네요.
"지난해 2월에 10년 동안 일하던 참여연대에서 나와 6개월쯤 쉬고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정의당 구미시 준비위원회의 권유로 당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11월 구미시위원회를 창당하면서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구미시 단수 사태 시민소송, 박정희 역사박물관 건립 반대 운동, 사드 배치 반대 운동, 구미시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 구미 평화의 소녀상 건립 등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시민 감시-비판을 넘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제대로 한 번 구미시를 바꿔보겠다는 결심으로 출마하게 되었지요. 시의원이 된다면 무엇보다 '예산 낭비 감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박정희 기념사업, 대규모 축제와 같은 전시성 사업, 일회성 생색내기 사업은 중단시키고 중고교 무상급식과 어린이 안전조례제정, 청년지원조례, 장애인의 이동권-생활권 확충 등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정의당이 하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시민단체 활동 경험 살려 '감시 의정'을 펼치고 싶다"

그에게는 선거를 위해 새긴 명함이 몇 종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동네 안전 지킴이'다. 그는 선거 구호로 '차별 없는 복지'와 '안전한 동네'를 쓴다. 그가 유독 '안전'을 강조하는 이유를 물었다.

"지역 인구가 7만이 넘는데 치안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많고 성범죄 포함 범죄율이 지역에서 1·2위를 다투는 동네라서요. 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인동파출소 1개밖에 없다가 김수민 의원이 재임 중에 파출소 증설 청원운동을 벌여 2013년에 진평파출소가 문을 열었지요."

교통사고율도 높은 편이고 젊은 층이 많이 살아서 어린이 문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가 초등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과 운동장의 인조잔디 문제를 해결하고, 구미에 2개소밖에 없는 미세먼지 측정소를 인동에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비 오는 거리에서 최인혁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 오는 거리에서 최인혁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정의당 구미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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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귀갓길, 안심 무인택배함, 전봇대 안심 비상벨, 안심 화장실' 등 이른바 '여성 4대 안심' 도시를 실현해야 하겠다는 공약도 다른 지역에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많은 1인 가구를 고려해 선정한 약속이다.

구미시 마 선거구에는 5월 20일 현재 5명의 예비후보가 등록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1명, 자유한국당에서 2명, 그리고 바른미래당에서도 1명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2명은 현직 시의원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3인 선거구이긴 하지만, 자유한국당(2명)과 더불어민주당(1명)의 양자구도에 정의당이 운신할 공간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최인혁 후보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할 만하다'고 말한다. 시의원 선거여서 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머지 후보들이 모두 50대인데 30대 젊은 후보라는 걸 강조할 작정이다.

최 후보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얻은 표가 3000표 가까이 된다고 했다.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당락을 결정지은 표는 3200표 전후였다. 단순한 셈으로는 대선에서 정의당이 받은 표에다 삼사백 표만 더하면 되는 것이다.

구미시 마 선거구 예비후보자 명부. 자유한국당에선 복수 공천을 했다.
 구미시 마 선거구 예비후보자 명부. 자유한국당에선 복수 공천을 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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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거는 때로 사람들의 예측을 뒤집는다. 주권자의 선택은 정당과 정책, 인물과 이력, 개인적 연고, 자신의 투표가 미칠 영향 따위 등 복잡한 셈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것은 아무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꼭 4년 전에 이 지역 유권자들은 앞서 뽑았던 20대 시의원에게 낙선의 고배를 선사했다. 물론 유권자 집단의 의도와는 무관한 선택이었겠지만, 여당 후보만 세 명이 뽑혔다. 그리고 지금, 그를 이은 30대 시의원 후보가 시민단체 경험을 살린 '감시 의정'을 펼치겠다는 포부로 주권자 앞에 섰다.

주민들, 다시 30대 후보를 시의원으로 뽑아줄까

후보는 달라졌지만, 유권자 대다수는 4년 전의 그들과 다르지 않은 주민들이다. 이들이 다시 20대 시의원을 뽑았던 마음으로 30대 시민운동가에게 표를 주게 될까. 진평동 원룸단지에 깃들인 1인 가구의 젊은 유권자들은 선거일에 투표장으로 나올 것인가.

열쇠는 그들이 쥐고 있다. 주권자들은 선거를 통하여 어떤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우리는 4년 만에 꼭 한 번 돌아오는 선택의 시간에 주어진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이후 4년을 최선이나 최악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혹은 투표장에 가지 않아서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벌'(플라톤)을 받을 수도 있다.


태그:#구미시의원, #30대 최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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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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