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포스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는 마블 노하우의 집약체다. 10년간 차근차근 쌓아 올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세계관이 <인피니티 워>에서 빛을 발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말해 주듯, 마블의 팬이건 팬이 아니건 간에 MCU에 편입된 영화들이 늘 화제에 중심에 섰고 영화 시장에서 하나의 독창적인 장르를 구축한 것만은 분명하다.

MCU 10주년 기념작이자, 19번째 MCU 영화 <인피니티 워>는 약 23명에 이르는 마블 히어로를 등장시켜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방대한 대결을 펼쳐놓음으로써 이 장르적 재미를 여전히 담보한다.

<인피니티 워>는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두 모아 인구 절반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역대 최강 빌런 타노스에 맞선 히어로들의 대결을 메인 서사로 한다. 마블 히어로들이 한데 모여 시공간에 제약 없이 타노스로부터 전 인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때 핵심은 단연 히어로들의 존재다.

각기 다른 매력과 능력을 지닌 히어로들이 총출동한다는 것은 다채로운 볼거리를 보장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인피니티 워>는 영화의 주 시점을 히어로들로부터 비껴가게 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피해간다.

<인피니티 워>를 이끄는 핵심 주인공은 빌런 타노스다. 스무 명이 넘는 히어로들의 적절한 분량 분배와 적당한 완급 조절 속에서 타노스가 서사의 중심을 세워준다. 그동안의 마블이 히어로 개별 영화를 통해 각 히어로들에게 저마다의 과거 서사를 부여했던 것에 비해, 이들의 상대가 되는 빌런 캐릭터들은 대부분 평면적으로만 그려졌었다.

그러나 타노스는 그렇지 않다. 타노스는 일차원적 의미의 빌런이 아니다. <인피니트 워>는 수양딸과의 과거 이야기와 그에 따른 감정들을 통해 타노스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축한다. 덕분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인피니티 워>의 서사는 산만하지 않게 된다.

특기할 점은 영화의 결말 역시 빌런 타노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데 있다.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에게 승리를, 히어로들에게 패배를 안겨준다. 기대를 배신하는 다소 충격적인 이 결말은 다음 이야기를 위한 거대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철저히 의도된 실패의 서사는 기존 히어로 몇 명의 퇴장과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게 하는 과감하고도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인피니티 워>가 보여준 이 실패가 표면적 의미의 실패로만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이처럼 <인피니티 워>는 화려한 스펙터클에 기초한 장르적 재미를 기본으로 하면서, 동시에 서사의 시점과 결말에 있어서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피니티 워>가 그저 그런 히어로 영화의 전형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이러한 장르적 재미와 서사의 영리함이 마블의 다음 시리즈를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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