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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화면은 'korea'로 검색한 스위스 언론 기사들.
▲ "남북정상회담 대서특필" 스위스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화면은 'korea'로 검색한 스위스 언론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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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대 시절 유학한 스위스의 언론들은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스위스 언론들은 "한반도 남과 북의 지도자가 평화협정을 알리고 핵무기를 제거하길 원해 세계가 깜짝 놀랐다"라면서 "세계는 34세 김정은을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했으며 더이상 이전의 '제정신이 아닌 김정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그동안 언론에서 그를 조롱했던 호칭들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았다"라면서 "독재자로 알려진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영악한 전략가'임을 증명했다"라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취임 초반부터 할아버지(김일성 주석)와 아버지(김정일 위원장)와는 다른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스위스 유학 시절 서구식 사고를 접했던 영향 때문이라고 봤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그는 자신감 있는 행동과 여유 있는 미소로 '거침없고 파격적인 외교'를 펼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4.27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전한 스위스 언론의 보도내용을 정리한 것.

"과소평가 받아 온 김정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베르너 차이퉁(Berner Zeitung)’지는 ‘영리한 김정은은 과소평가 받아왔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 "과소평가된 김정은" ‘베르너 차이퉁(Berner Zeitung)’지는 ‘영리한 김정은은 과소평가 받아왔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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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유력 언론 중 하나인 <베르너 차이퉁>(Berner Zeitung)은 '영리한 김정은은 과소평가 받아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 <베르너 차이퉁> 보도 요약 :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어떠한 공포의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 그 대신 경계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그를 잠시 북한의 영토로 이끄는 김정은의 감동적인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분 단위로 계획된 일정에 전혀 없었던 일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있었던 많은 일처럼 놀라운 일이었다. 김정은과 시진핑과의 만남이나 곧 성사될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회담도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김정은은 그동안 많은 조롱을 당했다. 트럼프는 그를 "작은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신문들은 그를 "평양에서 온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보도했고, 또 중국에서는 그를 "진산팡"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김정은, 뚱뚱한 3번이라는 뜻이다. 그 어느 호칭도 김정은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세계는 김정은과 그의 외교적 재능을 과소평가했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같은 외교현장은 없다"

‘블릭(Blick)’지는 ‘제정신이 아닌 김정은에게서 평화의 비둘기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했다.
▲ "평화의 비둘기, 김정은" ‘블릭(Blick)’지는 ‘제정신이 아닌 김정은에게서 평화의 비둘기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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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릭>(Blick)은 '제정신이 아닌 김정은에게서 평화의 비둘기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갑자기 모든 것이 너무나 간단해 보인다"라면서 "북한과 한국의 지도자가 평화협정을 알리고 핵무기를 제거하길 원해 세계는 그저 깜짝 놀랐다"라고 보도했다.

▲ <블릭>(Blick) 요약 : 문재인, 김정은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를 설명했다. 서울에 있는 정보통에 따르면, 2021년까지 김정은의 핵 무기고와 실험실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전제 조건은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자신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초여름으로 예정된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이 남북정상회담처럼 성공적으로 흘러갈 때에서야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세계는 34세 김정은을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했다. 더이상 이전의 '제정신이 아닌 김정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과 당원들을 문재인이 초대한 것과 관련하여 김정은은 놀라운 결정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독재자로 알려진 그는 자신이 '영악한 전략가'임을 증명했다.

김정은은 매우 자신감에 넘쳐서 즉흥적인 농담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그는 문재인에게 핵 폐기와 관련해 약속하면서 "문 대통령의 아침잠 시간에 다시는 로케트나 폭탄 실험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같은 외교 현장은 없을 것이다.

"적대적 상황서 개최한 정상회담은 획기적"

스위스 ‘아르가우어 차이퉁 (Aargauer Zeitung)’지는 ‘김정은과 문재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한국 전문가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다’란 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권력자는 올해 말까지 평화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면서 70년간의 긴장 후에 두 국가는 이제 화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 "남북 정상 뜨겁게 포옹" 스위스 ‘아르가우어 차이퉁 (Aargauer Zeitung)’지는 ‘김정은과 문재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한국 전문가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다’란 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권력자는 올해 말까지 평화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면서 70년간의 긴장 후에 두 국가는 이제 화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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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가우어 차이퉁>(Aargauer Zeitung)은 '김정은과 문재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 한국 전문가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다'라는 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권력자는 올해 말까지 평화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라면서 "70년간의 긴장 후에 두 국가는 이제 화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 <아르가우어 차이퉁>(Aargauer Zeitung) 요약 : 수십 년간의 적대적 상황을 겪은 뒤 겨우 몇달 만에 정상회담을 열게된 것은 이미 회담 전부터 획기적인 사건으로 축하됐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평화를 향한 꿈이 현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은 역사적 전환점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낙관론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같은 희망적인 전망에도 한국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Andrej Lankow)는 김정은이 핵을 빠르게 포기할 것인가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대학교 교수인 그는 "북한은 핵무기 국가"라면서 "그들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높이 칭찬했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연극... 판문점은 그 자체로 극장이었다"

<바즐러 차이퉁>(Basler Zeitung)은 '공포의 장소에서의 악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과 한국의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라고 알리면서 "그곳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구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불렀던 곳"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호칭은 '권력자'로 썼다.

▲ <바즐러 차이퉁>(Basler Zeitung) 요약 : 남북정상회담은 상징으로 가득 찬 연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세세한 일정은 사전에 계획됐다. 말하자면 판문점은 그 자체로 극장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이 마주보고 앉은 평화의 집에는 파란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이는 평화를 상징한다.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평화에 집에 놓인 책상의 폭이 정확히 2018mm라고 한다.

관광객들은 평화의집을 방문할 수 있으며 돈을 내고 이 장소의 두려운 면을 체험할 수 있다. 관광을 제공하는 측은 관광객들이 이 장소에서 매우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하며, 이곳은 매우 엄격한 복장 규정이 적용된다고 강조한다. 이곳을 방문한 빌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을 '지구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불렀다.

"한국식 감자전은 스위스 유학 시절 생각나게 했을 것"

김정은 위원장이 10대 시절에 유학한 스위스 베른.
▲ '스위스 베른" 김정은 위원장이 10대 시절에 유학한 스위스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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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 취러 차이퉁>(Neue Zürcher Zeitung)은 '깊이 감동한 문재인이 김정은의 손을 잡다 - 상징적 의미가 있는 정상회담에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과 남한의 판문점 만남은 상징적 의미로 가득 차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저녁 만찬으로 오른 한국식 감자전은 권력자 김정은에게 스위스 유학 시절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기자 주 -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엔 감자를 활용한 음식이 발달함).

▲ <노이에 취러 차이퉁>(Neue Zürcher Zeitung) 요약 : 자신감 있는 김정은이 문재인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과 문재인은 세부사항이나 구체적인 단계는 언급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강조했다. 그들이 사용한 언어는 북한의 평소 단어와 닮았다. 그래서 남한의 보수 쪽은, 북한이 미국의 핵우산을 단념하기를 요구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문재인과 김정은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북한을 돕게 된다면, 그것은 UN의 제재와 충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인다(당장 지원하겠다는 말은 없으므로, 그렇다면 UN 제재가 끝난 후에 지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보인다'는 뜻).

저녁 만찬 역시 상징적 의미로 가득했다. 몇몇 음식은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의 고향 음식이다. 감자전은 김정은에게 스위스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대 시절에 유학한 스위스의 언론들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대서특필했다. 사진은 취리히 중앙역 신문 가판대.
▲ "스위스 신문 가판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대 시절에 유학한 스위스의 언론들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대서특필했다. 사진은 취리히 중앙역 신문 가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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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정한(독일 튀빙겐대 철학과 석사과정) 씨와 그레이스 이나웬(Zhaw 응용언어학과) 씨가 기사 번역을 지원했습니다.



태그:#김정은, #김여정, #스위스 언론, #남북정상회담,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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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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