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영화관람료 1000원 인상에 항의하는 참여연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영화관람료 1000원 인상에 항의하는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의 관람료 인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담합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조치 했다. ⓒ 신지수


멀티플렉스 극장 입장권 '1만 원 시대(월~목 기준)'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체인을 보유한 CGV가 지난 11일 기존 가격 대비 1천 원을 올린 뒤, 롯데시네마가 19일부터, 메가박스 역시 오는 27일부터 각각 평일 관람료를 1천 원씩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 2016년 좌석별 가격차등화로 사실상 요금을 인상한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이 2년 만에 직접적인 인상 카드를 꺼내자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영화계에서도 우려 섞인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극장들은 인상이 불가피했다지만 합쳐서 국내 점유율 97%를 차지하고 있는 세 극장들의 관람료 인상은 관객과 영화인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밖에 없는 아주 큰 변화다. 과연 납득할만한 결정이었는지 직접 영화계와 관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가격 인상 논리, 그리고 반발

지난 6일 인상 방침을 밝히며 CGV는 "임차료 인상, 관리비 증가, 시설 투자비 부담 등이 지속됨에 따라"라며 그 이유를 큰 틀에서 설명했다. 그 근거로 CGV는 2010년 평균 관람료(7834원)에 비할 때 2017년 평균 관람료(7989원)가 약 1.98%만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은 13%에 달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인상 논리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덧붙여 멀티 체인 3사는 "(관객을 위해) 극장 환경 개선 및 시설 투자에 힘쓸 것"이라 밝혔다. 특히 CGV는 "각종 비용 상승으로 제작비가 크게 늘면서 투자금 회수조차 어려워진 영화 업계는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며 사실상 영화 제작사들도 '낙수효과'를 입을 것이라 내다봤다. 극장 가격 인상이 크게는 국내 영화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본 셈이다.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건 소비자단체들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1개 단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꼼수인상'이라며, "이미 지난 5년 동안 세 차례나 가격 인상을 한 곳이 또 다시 인상을 결정한 건 소비자를 조롱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세 멀티플렉스 극장이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을 담합이라 보고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조치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은 전체 점유율의 97%를 차지하고 있기에 국내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독과점 구조"라며 "얼마든지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는 다른 품목과 달리 3사 외에 관객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지금 멀티플렉스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아래 한소협) 임은경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에 "롯데시네마를 제외하고 CGV와 메가박스 재무제표를 분석해봤다"며 "극장 쪽에서는 인건비 상승, 임대료 등으로 손실이 커졌다는데 그것 보단 영업 외 비용이 늘어나면서 난 손실을 극장 가격 인상으로 메꾸려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소협 측은 CGV와 메가박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CGV는 2010년에서 2017년 기준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3%고, 평균 영화관람료 상승률은 1.98%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5년으로 기간을 설정했을 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0%이고, 평균 영화 관람료 상승률은 9.9%다. 한소협 측은 "급변하는 물가 현실을 호도한 것으로 관람료 인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꼼수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소협은 "2017년 재무제표 상 임차료 및 관리비 증가(105억 원)는 매출액 증가(170억 원)로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다"라며 "반면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투자로 인한 손실이 530억 원이고, 투자지분증권손상차손도 84억 원이 발생해 영업이익(440억 원)보다 높다. 관람료 인상은 바로 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임은경 사무국장은 "추후 기자회견을 열어 세 극장의 인상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 공정위에 고발조치 할 예정"이라 전했다.

영화계 낙수효과, 기대할 수 있나

 <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의 한 장면. 블랙 팬서가 이끄는 와칸다 군과 힘을 합친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윈터 솔져

<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의 개봉일(4월 25일)을 앞두고 관람료를 인상한 것에 대한 비판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물론 다른 관점에서 관람료 인상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영화정책 전문가는 "영화의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인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한국영화의 평균제작비가 약 45억 원가량이고, 그에 따른 손익분기점이 대략 150만 명인데 지난해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15%에 불과했다. 관람 요금 인상의 한 축에는 공개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지만 영화제작투자 부문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갈수록 제작사의 위험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극장 수익의 증대는 곧 극장 측과 수입을 나눠 갖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좋을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국내 제작사와 극장 간 수익 분배(아래 부율)는 5.5 대 4.5다. 여론을 의식해 제작자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하긴 어렵지만 극장의 수익 증대를 마냥 비판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CGV가 보도자료 말미에 언급한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

이 전문가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제작비 역시 30% 정도 상승 요인이 있다"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도 국내 극장 가격은 좀 더 상승해도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 멀티플렉스의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이 전문가는 "해외에선 시설이나 규모에 따라 가격이 서로 다른 극장들이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수준"이라며 "산업 속성상 극장 가격은 사실상 담합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영화인들 중 상당수는 이런 낙수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홍태화 사무국장은 "늘고 있는 관객 수에 비해 극장은 한정적이고, 임금 인상 등의 요소도 있어서 관람료가 또 인상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일방적, 기습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면서 "제작사와 수익을 나누는 부율을 조절하는 것도 아니고 낙수효과는 전혀 있을 리가 없다. 지금 시스템 상 극장 수익 증대분이 갑과 을을 넘어 병, 정까지 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영 영화 동일한데, 같이 가격 올리는 건 담합 우려 있다"

애초에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내세운 임차료, 관리비 등의 부담이 관람료 인상요인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원승환 부관장은 "여러 투자 회사들의 투자 동향 자료들을 봤을 때 CGV가 밝힌 임차료나 관리비, 시설투자비 등의 부담으로 관람료 인상이 시급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며 "실제로 CGV는 올해 1월, 작년 4분기 실적발표 때 가격인상을 묻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투자 회사들 역시 지난해 CGV의 손실은 회계 상의 손실로 판단해서 매수 유지 의견을 고수한 바 있다"고 전했다. 

원 부관장은 "(CGV의 IR 자료를 봤을 때) 세전 이익이 적자전환 된 것은 터키 공동투자 관련 손실이 반영된 건데 이것 역시 투자 회사들 평가에 따르면 심각한 손실은 아닌 것 같다. 투자 회사들은 이 손실을 현금을 수반하지 않는 회계 상 손실에 불과하다고 봤다"며 설명을 이어 갔다.

"갑자기 가격을 인상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인상하는 건 극장 운영의 이해관계보다는 다른 차원이 아닐까 싶다. CGV의 손실은 서류상 손실이지 실물적 손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류적 손실이라는 건 환차와 관련한 것이라는 뜻이다. 터키 환율이 오르면 적자폭은 줄어들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투자 회사들도 문제가 없으니 주식을 계속 사라고 한 것이지. 결국 가격 인상 이유는 제 생각이지만 주가와 관련한 것이라고 본다. CGV 주가가 3월까지 7만 원 대였다. 한때 최고 14만 원까지 간 걸 생각하면 지금 반 토막인 상태인데 회사 입장에서 주가를 띄워 회사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같은 폭의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그는 "담합 여부는 공정위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상영하는 영화가 동일하다면 보다 싼 가격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데 그걸 취하지 않고 함께 올렸다는 건 담합의 우려가 있다. 한국 멀티플렉스들이 사실은 경쟁 관계가 아닌 안정적인 독과점 체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정의했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가는 시장에서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가치와 연동돼 움직이는 것이다"라며 "관람료는 임차료 인상, 관리비 증가, 시설 투자비 부담 등이 지속됨에 따라 조정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CGV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관객들의 접근 편의성과 관람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 투자 등 보다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라고 덧붙였다.

 CJ CGV 서정 대표

CJ CGV 서정 대표. ⓒ CJ CGV


관계 당국은?

이런 움직임을 관계 당국은 예의 주시 중이다.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과장은 "극장 측 얘기를 들어보면 새로 투자한 것도 있고, 관리 비용 등이 증가해서 내부적으로 인상 압박이 강했다고 하는데 일단 공정위 접수가 됐으니 지켜보는 중"이라면서 "소비자 단체, 영화계 등과 반독점 관련해 꾸준히 논의 중"이라 밝혔다.

국내 극장 관람료 수준에 대해 그는 "단순히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판단할 순 없고, 국내 상영관들 자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급화 된 걸로 파악하는데 투자대비 효과 등 여러 항목으로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무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입장은 어떨까. 도동준 영진위 영화정책연구팀장은 "현재 관람료가 비싼지 싼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내부적으로 주요국가 11개 나라의 소득수준과 극장 수준을 비교 검토한 걸로는 한국 극장 관람료가 11개국 중 9위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득수준 대비 극장요금 편차가 11개국 평균인 21%보다 낮은 17.3%로 국민들 또한 저렴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동시에 도 팀장은 "물론 이건 소비자 후생(복지)와는 다른 개념"이라면서 설명을 더했다.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보면 관람료 인상 자체가 모순되는 지점도 있다. 관람료는 올라가는데 후생 면에서 개선이 없다면 분명 문제가 될 것 같다. 영진위 차원에서 좀 더 살펴보려 한다. 관람료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 독과점에 대한 문제도 있잖나. 근본 원인은 영화 전체 수익에서 극장 매출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작은 파이를 두고 싸우는 셈인데 당장 관람료 문제에 해당하는 답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보고 있다."   

멀티플렉스 관람료 수준에 대해 원승환 부관장  역시 말을 보탰다. "해외 국가의 관람료가 국내 입장료를 올리고 내리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원 부관장은 "한국영화시장은 2억 관객을 찍은 이후 정체돼 있다. 기업 입장에선 성장의 한계에 왔기에 티켓 단가를 올려 매출을 높이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관객 수가 동일하다면 극장 입장에선 매출은 올라갈 것이고, 관객이 줄어든다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고민을 멀티플렉스들이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총 매출액만 늘면 된다는 관점에서 가격을 인상한 것이고, 그로 인해 관객 수가 줄어든다면 결국 영화 제작사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렇기에 마냥 관람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관객은 인상을 통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도 쟁점이다. 지금 상황에선 관객들의 기대 이익이 극장의 인상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올랐는데 나아진 게 없다면 결국 관객은 줄지 않을까. 멀티플렉스들이 특정 영화를 밀어주는 등 선택권도 제한받고 있는데 말이다. 멀티플렉스들은 (인건비를 낮추려고) 직원 수를 줄이고 기계로 발권하며, 매점 가격을 올려왔다. 관객 수가 적어진다면 그 현상도 심해질 것이고, 결국 관객 후생은 더 떨어질 것이다."

영화관람료 인상
가장 먼저 관람료를 올린 CGV는 평일(월~목)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스탠다드' 좌석 기준, 기존 9천원이던 관람료를 1만원으로 1천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 원이 되는 셈. 주말(금~일) 오전 10시부터 자정 사이 요금은 1만 원에서 1만 천 원으로 역시 1천 원이 인상됐다. 3D 및 IMAX, 4DX 등 특별관 가격도 일반 2D 영화 관람료와 마찬가지로 1천 원씩 인상됐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 만 65세 이상 경로자, 장애인, 국가유공자에게 적용되던 우대요금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 CGV 측은 '문화가 있는 날', '장애인 영화 관람 데이'도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는 성인 2D 기준으로 모두 1천 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주중 6천 원~1만 원, 주말 7천 원~1만 2천 원으로 전 좌석 동일하게 운영된다. 단, A열의 경우에는 1천 원 할인 정책이 지속 적용된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 가격과 청소년, 장애인, 시니어, 국가유공자, 군인 및 경찰 등에 제공되는 우대요금은 변동 없이 유지된다.

메가박스 역시 성인 일반 시간대(13시~23시 전) 관람료가 기존 대비 1천 원 인상된다. MX관, 컴포트관에도 1천원 인상된 관람료가 적용된다. 다만 더 부티크, 더 부티크 스위트, 키즈관, 발코니석 등의 특별관은 기존 요금과 동일하다. 또한 매주 화요일 오픈부터 오후 2시시까지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6천 원에 관람할 수 있는 '마티네 요금제'와 어린이와 청소년, 만 65세 이상 경로자, 장애인, 국가 유공자 등에게 적용되는 우대요금, '문화가 있는 날' 할인 요금 등은 변동이 없다. 이와 별개로 메가박스 측은 브런치 시간대(10시~오후 1시)를 신설해 이 시간대는 일반 시간대보다 최대 2천 원 할인된 가격으로 영화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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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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