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이창동 감독, 5번째 가는 칸 이창동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버닝' 이창동 감독, 5번째 가는 칸 이창동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이정민


8년 만에 돌아온 거장은 겸손했고, 차분했다. 신작 영화 <버닝> 개봉을 앞두고 이창동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거는 작품"이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혹은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2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감독 이하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함께 자리해 이 말에 힘을 보탰다.

영화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유년시절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에게 정체불명의 사내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줄거리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주요 사건에 대한 정보가 가려져 있고, 그 내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청춘 속에 숨겨진 어떤 것

그래서 출연 배우들은 작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미스터리한 작품"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종수에 대해 유아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인 것 같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 말했고, 스티븐 연 역시 "설명하기 어렵진 않지만 미리 말하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 미스터리 하게 남기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이 스타 배우들은 대신 이창동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제 주제에 뭘 작품을 선택하고 그러겠나. 불러주시면 가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은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부터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이름 안에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 어릴 때부터 감독님 작품을 봐왔고 그 영향이 클 것이다. 작품을 하면서 한 사람으로 깨어나는 것 같았다." (유아인)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으로 이창동 감독님을 말했었는데 모든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꿈에서도 같이 일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언젠가 봉준호 감독님(영화 <옥자>에 스티븐 연이 출연했다-기자 말)이 제게 전화해서 '이창동 감독님께서 널 찾으니 얼른 통화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됐고, 이 자리까지 와 있다. 미국 작품에선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에 보통 1차원적으로 연기한다. <버닝>은 완전 달랐다. 한국 사람으로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다." (스티븐 연)

'버닝' 스티븐 연-유아인, 호흡척척 웃음척척 배우 스티븐 연과 유아인이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서로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버닝' 스티븐 연-유아인, 호흡척척 웃음척척 배우 스티븐 연과 유아인이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서로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이정민


복귀 심정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8년이란 시간이 실감나지 않는다. 제게만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젊은 배우들과의 오랜만의 작업이라 제 나이를 잊고 촬영하려 했다"면서 "이번 작품은 특히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유아인씨는 그간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를 해왔고, 그것에 있어서 뛰어났다. 이 영화에선 그런 강렬한 감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내면에 엄청난 것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표현해야 했다. 무력해 보이는 모습 속에 예민함과 섬세함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만큼 어려운 역할을 잘 해냈다. 스티븐 연은 한국말이 힘들다고 하지만 영화 속에선 완벽했다. 속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을 잘 살려냈다." (이창동) 

이어 이창동 감독은 이번 영화로 새롭게 발굴한 신예 전종서에 대해 전했다. "이 원석 같은 배우가 왜 이제야 제 앞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며 이 감독은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의 여배우라도 어려웠을 장면이 영화 안에 최소한 서너 장면이 되는데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닝' 전종서, 신비감에 쌓인 신예 배우 전종서가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버닝' 전종서, 신비감에 쌓인 신예 배우 전종서가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이정민


디지털 시대의 이창동

시나리오를 두고 "한 편의 소설책을 보는 느낌"이라 표현한 유아인의 말처럼 영화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현장에선 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시> 이후 제가 긴 시간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문제와 연결되는 지점이 하루키 소설에 있었다. 영화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든 그것은 독자적으로 두고 영화적인 고민을 따로 가지고 가서 작업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이 정도만 말하겠다." (이창동 감독) 

<버닝>의 또 다른 특징은 <시> 이후 이창동 감독이 필름 방식을 떠나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한 첫 작품이라는 점이다. "다들 디지털로 찍고 있는데 저만 뒤늦어 옛날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 민망하다"면서 감독은 말을 이었다.

"필름과 디지털이 공존할 때도 소위 필름 룩(look)을 좋아했다. 극장에서 바라보는 스크린의 느낌이랄까. 그런데 막상 디지털로 작업하니까 영화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즉흥성을 디지털이 갖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특히 <버닝>은 저녁노을과 새벽빛이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 나오는데 필름 촬영에선 빛을 인공적으로 주는 방식으로 작업했을 것이다. 디지털은 요즘 카메라와 렌즈도 좋아져서 오히려 육안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역시 기술은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창동 감독)

<워킹 데드> <옥자> 등 글로벌 작업을 꾸준히 해온 스티븐 연과 배우로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아인에게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물었다. 보통 '한국적'이라는 단어로 세계 영화계에서 소개되곤 하는 작품들을 배우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버닝' 칸 불태우고 올게요! 배우 스티븐연, 전종서, 유아인과 이창동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버닝' 칸 불태우고 올게요! 배우 스티븐연, 전종서, 유아인과 이창동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이는 <버닝>은 세 청춘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5월 17일 개봉. ⓒ 이정민


"이창동 감독님 영화가 굉장히 한국적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감독님 작품이 칸이나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명성을 얻는 이유는 감독님이 살고 있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을 봤는데 전 한국에 살진 않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버닝>으로 젊은이들을 들여다보신 것도 어쩌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가장 한국적인 게 보편성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븐 연)

"사실 인물의 보편성은 그렇다고 주장하면 보편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연기한 종수는 이 시대에 깊이 속해 있고, 자신만의 고민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고뇌다. 이 인물은 감독님의 통찰력 안에 놓여 있는 만큼 제가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단 감독님의 해석을 독창적으로 동시에 현실적으로 느껴지게끔 표현하려 애썼다." (유아인)

한편 현장에선 오는 5월 개막하는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심경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다"며 "세 배우들 역시 그들의 연기를 평가받을 좋은 기회다.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옥자>로 칸에 갔는데 이번에도 또 가게 된 건 행운"이라면서 "<버닝>은 사람들이 많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보여주는 영화인데 세계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버닝>의 국내 개봉일은 5월 17일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칸영화제에선 5월 16일 상영될 예정이다.

버닝 이창동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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