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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살을 넘긴, 육지에서부터 소중한 추억을 쌓아온 SUV가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 아픈 곳을 호소하고 있다.

시작은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1년여가 흐른 지난해 여름경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이상하게도 내 차 뒤에 있던 차들이 자꾸 차선변경을 하는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CRDI(커먼레일 엔진) 방식 디젤 차량 특유의 매캐한 배기가스 냄새 때문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라동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서 힘차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그 순간, 백미러에는 내 차에서 나온 거라고는 믿기 힘든 시꺼먼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던 것이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청정 환경을 지향하는 제주도민으로서 이게 무슨 민폐란 말인가!

곧바로 차량을 입고해 점검을 받아보니 흡배기 계통의 클리닝과 점검만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인젝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수리비가 상당히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날 찾아온 디젤 SUV와의 이별

오랜 시간 캠핑 파트너가 되어준 디젤 SUV
 오랜 시간 캠핑 파트너가 되어준 디젤 SUV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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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울에 살 때는 차량 매연에 대해 크게 예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도심지 전체가 오염물질로 덮여있는 날이 많았기에 다른 사람의 차에서 나오는 매연도, 내 차에서도 나오는 매연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 여름, 제주로 이주한 후에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조차 대기의 흐름에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로 뒤덮이는 날이 많긴 하지만, 평상시 파랗고 청명한 제주의 풍경 아래 디젤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이 어딘가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제주 시내가 아닌 읍면 지역의 경우 오래된 트럭들이 많은데, 자동차 검사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시꺼먼 매연을 뿜어내는 차량을 종종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차량 관리에 소홀한 차주를 질타하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제주의 대기를 오염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부끄러움조차 들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오염물질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내 차에서 뿜어 나오는 검은 매연은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었다.

절로 인상이 찌뿌려지는 경유차의 매연
 절로 인상이 찌뿌려지는 경유차의 매연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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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전기차의 연료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데 따른 대기오염 정도가 내연기관차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풍력과 태양열 등을 통해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량(66,806,047kWh)이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2,886,106kW)을 수십 배 넘어서는 제주 지역에서는 그런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자료 출처 : 제주연구원 전기차정책연구센터).
 
그렇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랜 친구였던 디젤SUV와 이별할 시간이 온 것이다.

신차종은 모두 사전예약 완료, 선택지는 어디?

남자라면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오랜만에 새 차로 갈아탈 생각을 하니 즐거움과 함께 선택의 즐거움이 함께 찾아왔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비 신차 구입 목록에 전기차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직업적인 이유로, 혹은 개인적인 용도로 이런저런 전기차를 렌트해 사용해왔음에도 막상 내 돈을 주고 전기차를 사기에는 무언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다양한 차종의 부재였다. 특히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SUV 전기차가 없다는 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출시되는 코나EV와 니로EV로 인해 전기차도 경차와 세단, CUV, SUV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게 되었다.

지난 12일, 코엑스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코나EV
 지난 12일, 코엑스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코나EV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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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지난해까지 차종과 상관없이 일괄 1,400만 원씩 지급되던 환경부의 보조금이 2018년부터 차종별 주행거리와 겨울철 성능에 따라 최저 700만 원에서 최대 1,2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코나EV와 니로EV는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아 1,200만 원의 보조금이 책정됐다. 제주도 지자체 보조금 600만 원을 포함, 총 1,8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보조금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주와 대구 정도를 제외하면 조용했던 전기차 보급 열풍이 전국 지자체로 번져가며 코나와 니로를 사전 예약한 인원만 2만 명을 초과했던 것이다.

여기에 동급의 주행거리를 가진 볼트EV 예약자 5천 명을 더하면 이미 환경부가 계획한 올해 전기차 보급 규모인 2만 대를 훌쩍 넘어서 있었다. 완충 시 400km 내외의 주행이 가능한 신형 모델을 제외하고 기존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주에 산다면 전기차는 '최선'일 수도 있다

사실 업무상, 혹은 개인적인 용도로 다양한 전기차를 렌트해 사용하며 느낀 점은 운행지역을 제주로 한정한다면 300km 이상 주행 모델의 필요성이 타 지역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볼트EV를 렌트해 사용하던 때가 그랬다.

완충 시 380km라는 주행거리 숫자는 사용자에게 왠지 모를 심적 안도감을 주기도 했지만, 급속충전기 사용시간 40분 컷이 걸려 있는 현실에서, 그리고 일 주행거리가 30~40km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거대한 배터리 용량은 어쩌면 자기만족에 가까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그리고 동네 구석구석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 제주 특성을 감안하면 급속충전기로 30~40분 이내 완충이 가능한 차종이면 운행에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

볼트EV를 급속충전기에 연결, 1시간이 넘는 예상시간에 당황했다
 볼트EV를 급속충전기에 연결, 1시간이 넘는 예상시간에 당황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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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현실과의 타협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은 점점 변해가고 200km 내외 주행이 가능한 모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던 그때, 때마침 각 전기차 제조사들이 신차 출시를 앞두고 기존 모델에 대한 할인 정책을 실시했다.

특히 K사의 S모델의 경우 렌터카 업체용으로 제작된 경제형 모델에 대해 최대 500만 원의 할인을 적용한 데 이어 기본형 모델에 대해서도 2017년 말 생산모델에 한해 500만 원의 할인을 시작한 것이다.

아, 마감 임박이라는 그 거대한 유혹 앞에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카마스터와 함께 공부하며 진행한 계약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그 거대한 할인 열풍이 지나간 후에야 나는 비로서 전기차 구매를 결심할 수 있었다.

할인판매에 한없이 약하면서도 문 앞에서 주저하는 이 성격 탓에 '대란'은 놓쳤지만 200km 내외 주행이 가능한 모델을 구매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이다.

이후 도내 자동차 대리점 몇 곳을 방문해 마음에 드는 카마스터를 선택하고, 작년과 달라진 보조금 정책과 신청 절차에 맞추기 위해 카마스터와 고객, 그리고 도청 담당자가 서로 논의하고 공부하며 보조금 신청과 차량 구매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신설된 '보조금 신청 후 2개월 내 출고등록' 규정 신설로 인한 변경점 등으로 우리의 머리는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태그:#전기차, #제주이주,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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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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