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JTBC <뉴스룸-긴급토론>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JTBC <뉴스룸-긴급토론>의 한 장면. ⓒ JTBC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었던 JTBC <뉴스룸> 긴급토론회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18일 오후 9시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정의의 의원모임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각 당 원내대표들은 ▲드루킹 사건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 논란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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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방송된 JTBC <뉴스룸-긴급토론>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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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제인 '드루킹 사건'에서부터 여야 진영은 엇갈린 의견을 쏟아냈다. 우원식 더민주 원내대표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당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로 응수했다. 원내대표들은 1시간 가까이 같은 사안에 대해 토론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시청자 입장에선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제일 뜨거운 주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남북정상회담도 '이념의 벽'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각 당 원내대표들이 벌이는 진전 없는 토론을 보고 있자니, '우리 국회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내가 가장 의아했던 장면은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전통적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보다 더 냉전적인 사고를 거침없이 쏟아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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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원내대표의 이해할 수 없었던 발언

남북정상회담 주제 토론에 나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담이 잘 되길 자유한국당도 바란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대의 위장 평화쇼'라며 급속도로 해빙기를 맞은 남북관계를 깎아내린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평화를 바라는 국민 입장에선 빈말이라도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다.

이에 반해 김동철 원내대표는 '정상회담의 진전은 대화보다는 압박과 제재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드배치를 왜 질질 끌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있는 정부에 사드배치를 채근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쓴소리는 해야 하는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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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공감하는 것이겠지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선 반드시 비핵화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핵이 북한의 처지에서는 가장 강력한 자위의 수단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라'는 미국과 '고립-압박이 계속되는 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의 지루한 갈등은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북미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상당부분 간과한 채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정상회담에 나오게 했고 앞으로도 제재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김동철 원내대표를 보며, 이 사람이 과연 햇볕정책을 추구했던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 관리를 지냈던 사람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사드배치 논란만 해도 그렇다. 며칠 전 사드기지 내 공사 장비 반입을 두고 경찰과 주민이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졸속으로 결정된 사드 배치는 중국과의 외교마찰까지 불러왔고 줄어든 중국 관광객 수는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관광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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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나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말처럼 북-미간 비핵화 합의 결과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사드다.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 상황에 사드배치가 늦어지고 있다며 얼굴을 붉히는 보수정당 원내대표들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낀 건 나뿐일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수정당 원내대표들이 북미의 비핵화 합의 속에 '사드배치 철회'라는 조항이라도 들어 있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남북정상회담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17일에는 '남과 북이 종전선언을 논의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러 나라에서 안전을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주저할 정도로 남과 북,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가장 큰 변화가 한반도에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낙관도 비관도 이르다. 남북간 회담과 북미간의 협상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처럼 된다면 한반도는 번영과 평화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만에하나 북미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보다 더 엄혹한 국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정부와 청와대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세계사의 대 전환를 앞두고 국민 모두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평화를 향한 여론이나 급변하는 정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에서 6개월 내지 1년으로 북핵폐기를 강제하고 일괄 폐기해야 한다"(김성태), "제재를 조금이라도 늦춰서는 안 된다"(김동철)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제재 주문만 반복하는 두 사람의 냉전적 사고가 참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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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감원장 논란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

토론 시간 내내 시청자들의 짜증을 불러낸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낙마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와 진영간 시각차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이 대목에선 여야 모두 설득력 있는 토론을 내놓지 못했다. 우원식 더민주 원내대표나 노회찬 평화와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일각에서 '정치사찰'이라며 항의에 나선 '청와대의 피감기관 표본조사'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말하지 못해 답답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회자인 손석희 앵커가 몇 차례나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응하겠느냐"라고 물었지만, 끝내 책임질 수 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당은 무능했고 두 야당은 뻔뻔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삼권분립'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행정부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조사하는 것을 '정치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인 난 '그럼 국회는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고 법 위에 군림하는 기관으로 남겠다는 것인가'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집권 여당 시절, 정권의 온갖 정치 사찰을 비호했던 자유한국당이 피감기관의 국회 지원 실체 파악을 사찰로 규정하고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는 건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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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국회의원을 전수조사 하자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원내대표들은 '전수조사 후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자'는 취지라고 말했지만, 유권자인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관행을 바로 잡는 것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른 국회의원들은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김기식 금감원장이 사퇴한 이유는 '셀프 정치 후원금'에 대해 선관위가 '위법'이란 결론을 냈기 때문이지만, 애초 피감기관 지원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촉구한 건 자유한국당이었다. 금감원장과 국회의원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다를 수 없다고 본다. 국회의원 누구라도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드러난다면, 같은 무게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건 그 다음의 일이다.

각 정당의 이해와 이념에 따라 치열하게 대립하게 토론하고 합의해 나가는 게 국회다. 그러나 세계적 대 변혁기를 앞두고 사드 배치를 채근하고 제재를 늦추지 말라는 야당의 주문은 뜬금없다. '국익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입이 닳도록 주장해왔던 국회의원들이 아닌가.

앞서 취임일성으로 정부와 여당을 향해 '들개'처럼 싸우겠다던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러낸 야성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참다운 국익'이 무엇인지 한 번쯤 깊이 고민해 달라고 권하고 싶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위해 모든 가능한 것 다할 것"이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JTBC 긴급토론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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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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