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완벽하게 보통 남자(Normal One)다. 4년 안에 우승하지 못하면 스위스로 가겠다."

2015년 10월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위르겐 클롭(51)이 밝힌 포부다. '노멀 원(Normal One)'이라는 표현은 당시 첼시 감독이었던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55) 감독에 빗대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지칭했던 표현임과 동시에 선수들과 같은 높이에서 소통하는 그의 감독 스타일을 은연 중에 드러내는 말이었다.

 리버풀, 최종전서 미들즈브러에 3-0 승리... 챔스 진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 EPA/연합뉴스


위르겐 클롭(51)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7년간 도르트문트를 이끌며 분데스리가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DFB 포칼 컵 우승 등의 업적을 남겼다. 도르트문트를 뒤로 하고 그가 선택한 행선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이었다. 당시 리버풀은 마지막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던 08-09시즌 이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14-15시즌을 제외하면, 챔피언스리그에서 꽤 긴 시간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팀이었다. 루이스 수아레즈(31)의 활약 속에 리그 2위에 오르며 우승을 목전에서 놓쳤던 13-14시즌까지 리버풀은 한동안 '빅4'에서 멀어졌었다.

클롭이 부임했던 15-16시즌에 리버풀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리그에서 8위에 그쳤지만 클롭의 리버풀은 팬들에게 가능성을 보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돌리고 리그 4위에 오르며 챔피언스리그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클롭 부임 3년차, 리버풀은 달라졌다. 리그에서는 2위 맨유에 승점 4점 뒤진 3위에 올라 우승경쟁과는 동떨어졌지만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 시즌 구단 최다 득점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엄청난 화력을 선보이며 4강에 진출했다. 리버풀은 현재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펼쳐진 10경기에서 도합 31골을 넣었고, 공격진 모두가 고르게 득점하며 안정적인 득점 분포를 보이고 있다.

리버풀은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역전극을 쓰며 우승했던 04-05시즌과 준우승에 올랐던 06-07시즌 등을 비롯해 2010년대 이전까지 챔피언스리그의 강자 중에서도 강자였다. 06-07시즌 16강에서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셀로나)를 제압했고, 08-09 시즌에는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아래 레알)를 제압한 바 있다. 지금도 강팀에 강한 '의적'의 기질이 다분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리버풀이었다. 약 10년의 공백을 딛고 올 시즌 클롭 감독과 함께 리버풀의 UCL본능이 살아났다.

클롭과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질주' 어디까지 갈까

지난 5일 맨체스터 시티(아래 맨시티)와 가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안필드 홈 경기에서 리버풀은 EPL '1강'으로 군림하고 있던 맨시티를 3-0으로 제압했다. 일주일 만에 가진 8강 2차전 시티오브맨체스터 스타디움 원정에서 리버풀은 킥오프 2분 만에 가브리엘 제수스(21)에게 실점했지만 이후 이어진 맨시티의 맹공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비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리버풀은 후반전에 터진 모하메드 살라(26)와 호베르트 피르미누(27)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고, 도합 스코어 5-1로 승리하며 4강으로 올라섰다.

'살라 1골 1도움' 리버풀, 맨시티 3-0 완파…4강 청신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오른쪽)가 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전반 12분 선제 결승 골을 넣은 살라는 31분 사디오 마네의 쐐기 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리버풀을 3-0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 '살라 1골 1도움' 리버풀, 맨시티 3-0 완파…4강 청신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오른쪽)가 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전반 12분 선제 결승 골을 넣은 살라는 31분 사디오 마네의 쐐기 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리버풀을 3-0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 EPA-연합뉴스


리버풀은 이로써 07-08 시즌 이후 1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4강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리버풀과 클롭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리버풀은 4강에 올라올 것이 유력한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리버풀과 같은 시각 펼쳐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또 하나의 역전극을 쓰며 극적으로 4강에 합류한 AS로마와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그 어떤 상대보다도 앞선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올 정도의 팀 간의 대결에서, 단 두 경기로 갈리는 토너먼트의 특성 상 어느 팀이 압도적으로 앞선다고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챔스 DNA'를 되살린 '의적' 리버풀에게 많은 해외축구 팬들이 더 높은 곳에 대한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소위 말하는 의외의 결과가 '의외'가 아닐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 남자' 클롭과 리버풀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질주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리버풀은 '보통'이 아니었던 과거의 챔피언스리그 강자 시절을 재현하며 결승에 오를 수 있을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 추첨은 한국시각으로 오는 13일 오후 7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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