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소설의 영화화는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다. 다수의 독자에게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하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가 해결된다. 작품명도 널리 알려져 있으니 홍보에 크게 품을 들이지 않아도 대중의 기대치가 높다. 현대적 설정에다 인물 묘사에 장점이 있는 작가의 글이라면 연기와 연출도 용이하다. <터널>에서 부각된 사회적 갈등이나 <은교>를 두고 갈등하는 시인 이적요의 연기, 풋풋한 로맨스를 다룬 <그놈은 멋있었다>까지 많은 영화가 그랬다.

<7년의 밤>을 더 기다려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정유정의 글 속에는 소설 속 무대와 인물의 감정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힘이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탄탄하게 엮어내는 얼개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탄탄해 시간이 제한된 영상으로는 이야기를 그려내기 힘들다는 데 있다. 그래서 과감히 버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독은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준 연출력을 의심케 했다. 회상씬을 남발하여 이야기가 뒤죽박죽 엉켜있어 전개의 힘이 빠지고, 두 주인공 간 감정대립으로 가는 클라이맥스도 살리지 못했다.

원작 녹여내지도 새로운 작품 만들지도 못한 아쉬움

 영화 <7년의 밤>의 한 장면.

영화 <7년의 밤>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소설에 기반한 영화는, 그것도 50만 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인 원작과의 비교는 부당하다고 불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만 놓고 보자. 연출가가 선택한 이야기의 중심은 두 아버지의 대립이다. 자신과 다르게 살길 바란 아들을 지켜내려 한 최현수와 자신이 이뤄낸 세계의 주인공인 딸을 잃은 오영제다. 둘의 이야기엔 선악이 공존한다. 선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그 사건의 피해자가 악인으로 알려진 것이다. 장동건이 연기한 악인 오영제는 그의 아들 최서원에게 자신이 당한 고통을 되갚으려 평생을 쫓는다. 보편적 의미의 선악이 뒤집혔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문제는 최현수와 오영제의 영화로만 보기에는 불필요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 있다. 밤마다 의문의 행동을 일삼는 최현수를 설명하기 위해 수시로 과거를 회상하며 몰입을 방해한다. 이 과정에서 기대치를 안겨주던 안승환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특히나 오프닝씬의 관리소장과 대화, 이어지는 저녁 잠수는 소설을 본 이후라야 이해할 만한 행동이다. 세령에 대한 오영제와 폭력이나 별거 중인 그의 아내와의 관계도 언급 없이 비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장동건의 연기 변신은 훌륭했지만, 아내와 자녀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를 내뿜은 오영제를 드러내기에도 부족했다.

 영화 <7년의 밤>의 한 장면.

영화 <7년의 밤>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원작을 그대로 녹여내지도, 원작과 별개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이는 영화를 기다린 수십 만의 소설 독자에게도, 원작 명성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던 잠재적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기 힘들다는 의미다.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이어졌던 원작이 다소 식상한 부성애의 극단을 드러내는 영화로 점철되면서 작품을 기다려온 시간이 보상받지 못했다는 개인적 아쉬움도 있다.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기 힘들어 보이는 <7년의 밤>. 같은 날 개봉한 곤지암이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선 9일, 점유율 10위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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