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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경제학과 신은철 교수
 경희대 경제학과 신은철 교수
ⓒ 신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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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로 유명한 게임이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상황에서 최고의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을 모색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런 게임이론이 정치적 전략을 짜는데도 쓰일 수 있다면 어떨까?

신은철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다수결제도와 결선투표에 대한 논문 'A model of pre-electoral coalition formation'을 저명한 경제학 학술지인 <Games and Economic Behavior>에 올해 1월에 게재 확정하였다. 후보단일화 유인구조의 측면에서 다수결과 결선투표를 비교한 게임이론 논문이다. 결선투표에 대해 다룬 논문들은 기존 해외 논문들 중에도 상당수 있지만, 후보자가 3인이 되는 국내의 대선 현실을 반영한 논문은 신 교수의 것이 최초이다.

신 교수를 지난 3일 경희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 게임이론으로 정치제도를 바라보는 게 새롭다. 어떻게 접근을 하면 좋은가?
"재밌는 문제 하나 드리겠다. 다음 상황에서 내가 대선주자라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당선에 유리해질까?

1) 나는 대선 후보 B이다.
2) 나(B) 이외의 후보는 둘(A, C)이고 여론조사결과 나(B)는 2등을 하고 있다.
3) 1등인 A 후보는 44%, 2등인 나(B)는 37%, 3등인 C후보는 19%의 지지를 얻고 있다.
4) A는 나(B), C와 정치적 색이 다르다.
5) C후보자는 나와 정책적 유사성이 있어 지지층의 상당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후보 지지율 추이 (송수인 조교 제공)
 2002년 대통령 선거 후보 지지율 추이 (송수인 조교 제공)
ⓒ 송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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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답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에 있다. 후보단일화가 다수결제에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이다. 주목할 부분은 단일화 시점 전후이다. 후보단일화 시점 전후로 이회창 후보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로 1위가 바뀐다. 노무현 당시 후보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25.4%에서 43.5%로 껑충 뛴다. 지지율의 급격한 상승은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 상당부분이 더해진 것으로 후보단일화 전략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16대 대선 이전에도 후보단일화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1992년 문민정부부터 지금까지 총 6회의 대선에서 최소 4회 이상(1997, 2002, 2007, 2012년) 대선 후보들 간의 단일화가 있었다."

- 후보 단일화를 하자마자 지지율 순위가 왜 바뀌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수결 제도의 특징과 관련 있다. 다수결 제도의 유권자는 고민한다. '내 표가 사표가 되면 어쩌지?', 'A후보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C후보 대신 2등을 지지해줘야 되는 거 아닐까?'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 고민을 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표가 사표가 되지 않길 바라며, 소위 진보든 보수든 같은 진영에서 표가 분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럴 때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해주면 유권자의 고민을 없애주고 동시에 지지율 상승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올 초 게재 확정된 제 논문에서는 선거제도에 따른 후보 단일화 전략에 대해서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 다수결제가 아닌 결선투표제에서는 어떤가? 요즘 문 대통령의 3차 개헌안이나 박영선·우상호 의원 등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결선투표가 언급되고 있는데
"처음에 제시했던 문제로 돌아가 A, B, C 세 명의 후보가 이번에는 결선투표제로 경합한다 하자. 먼저, 결선투표제 하에서는 1라운드에서 50%의 득표를 얻는다면 당선이 확정된다. 1위인 A후보가 44%이므로 1라운드에서는 당선확정이 되지 않고 결선투표로 넘어간다. 대상은 1라운드의 1, 2위인 A와 B이다.

이때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C후보의 지지자는 누구를 뽑을까? 많은 경우 A보다는 정책적 유사성이 있는 B를 더 지지할 것이다. C의 지지율이 자연스럽게 B에 흡수된 것이다. 결국 결선투표제 2라운드에서는 다수결제에서 후보단일화를 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나게 되어 단일화 전략 유인이 사라진다. 이것 역시 제 논문에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었다."

신생국은 다수결로 시작, 세계적인 추세는 결선투표

대통령 선거 제도에서 결선투표를 채택하는 국가수가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제도에서 결선투표를 채택하는 국가수가 늘어나고 있다
ⓒ 송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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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나라들은 어떤 제도를 쓰는지 궁금하다. 다수결제가 대중이 이해하기가 쉬워서 많이 쓰일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지만 세계 대통령 선거제도의 추이를 살펴보면 다수결제를 사용하는 국가의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결선투표제를 사용하는 국가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선거제를 처음 도입해서 운영하는 나라들은 보통 다수결제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결선투표제로 바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왜 그런가? 대표성의 문제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 유권자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이 더 좋은가?
"다수결제는 득표율 50%가 안 돼도 최다 표를 얻으면 당선이 되는 제도이다. 장점은 선거비용이 낮다는 것이고, 단점은 사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표를 피하고 싶은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대신 될 만한 후보에게 투표하여, 투표함 선호와 실제 선호가 다를 수도 있다. 반면 결선투표제는 선거비용이 더 들지만 사표의 가능성이 낮다. 이로 인해, 투표의 결과가 실제선호랑 일치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차이점이 있어서 어느 선거제도를 선호할지는 유권자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제 논문의 결과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후보자들이 단일화를 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괜찮으시다면 다수결, 그렇지 않으시다면 결선투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2014년도 산업연구원-한미경제학회 연합 컨퍼런스 발표 "사람들의 관계에 따른 망외부성 변화와 기업의 최적 가격차별정책" 당시
 2014년도 산업연구원-한미경제학회 연합 컨퍼런스 발표 "사람들의 관계에 따른 망외부성 변화와 기업의 최적 가격차별정책" 당시
ⓒ 신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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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겠다. 게임이론으로 정치 전략을 살펴보는 것이 독특한데 어떻게 이런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박사학위를 받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경제학과에서는 박사과정 중 정치학이 필수 이수 교과목이다.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정치철학과 제도와 행태에 대해서 심도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교과목 중 지도교수님인 Leeat Yariv (현재 프린스턴 교수 재직 중) 교수님과 Tomas Palfrey 교수님께서 가르치셨던 'Formal theory'가 특히 재미있었다. 게임이론을 통해 정치 현상과 제도를 연구하는 교과목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 정치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연구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대선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후보단일화에 대한 게임이론 모형을 만들고 싶었다."

- 추후 연구는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있나?
"앞으로도 게임이론을 통해 한국의 정치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한 이론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 개헌안에서 나온 연임제 혹은 선거비용보전과 같은 제도의 변화가 정치후보의 전략이나 유권자들의 투표행태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문제들이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이슈들을 행동경제 실험으로도 연구해보고 싶다."


태그:#신은철교수, #게임이론, #후보단일화, #결선투표제, #다수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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