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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 <흙으로 빚은 달>에서 신철 작가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 <흙으로 빚은 달>에서 신철 작가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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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비친 그것은 묘한 끌림이었다. 여운은 오래 남았다. 희고 맑고 단아한 것이 볼수록 자꾸 끌렸다. 매혹적이었다. '간결하고 밋밋하고 옹골진데 때로 여유롭고 당당하고 세련된, 저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달항아리를 볼 때면 궁금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을 걷다가 신철(56)작가의 <흙으로 빚은 달>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도 그랬다. 코르텐강(교각과 구조물 건축에 쓰이는 철)소재로 된 조형물 칸칸에는 순백의 달항아리 126개가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3층으로 된 조형물은 세로 11m, 가로 9.5m다. 신철 작가는 이천도자예술마을을 상징하고 마을과 잘 어우러지는 조형물을 구상하다가 '달항아리'를 설치했다.

3월의 끝자락이었다. 산수유꽃송이가 노란별사탕처럼 피어나며 4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흙으로 빚은 달>에서 신철 작가를 만났다. <흙으로 빚은 달>은 신철 작가의 작업실과 작품 전시 공간이다.

신 작가는 달항아리와 공명통이 있는 스피커도자기 등을 가마에 굽고 있었다. 오는 4월27일~5월13일까지 예스파크에서 열리는 제 32회 이천도자기축제에 전시할 작품이었다. 신철 작가는 2년 전 이천시 신둔면 이천도자예술마을에 입주했다.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죠. 한국도자문화의 중심이고요. 사방으로 교통이 편리해요. 유통구조도 용이하고요. 뛰어난 도예인도 많죠. 특히 여기 도자예술마을에는 훌륭한 도예, 공예가들이 밀집해 있어요. 맘 편하게 장작가마에 불을 땔 수도 있고요.

저는 주로 장작가마로 도자기 작품을 만드는데 이전에 작업하던 곳에서는 가마에 불 땔 때마다 소방서에 연락했어요. 연기 나는 시간, 불 꺼지는 시간 등을요. 불을 땔 때 연기가 나니까 화재가 난 줄 알고 소방서, 경찰서 등에서 출동을 한 적이 있거든요."

신철 작가는 1979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실에서 접한 도자기에 반했다. 그 시절 도자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4년 동안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도자기공장과 요장 등에서 다양한 도자기 기술을 익혔다. 주말에도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 후 단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석사)하고 청강문화산업대학 도자디자인과 교수로 15년간 재직했다. 2001년에는 연리문(백자토와 청자토를 알맞게 섞어 독특한 문양을 낸 고려시대 사발)사발을 재현했다. 내년이면 도예와 인연을 맺은 지 40년이 된다. 신철 작가에게 달항아리에 대해 물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 신철 작가의 <흙으로 빚은 달>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 신철 작가의 <흙으로 빚은 달>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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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는 희고 깨끗한 살결과 둥근 생김새가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전반에 이르는 조선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는 백자고 그 가운데 달항아리는 으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죠.

이러한 달항아리는 품성이 다양해요. 사람처럼요. 풍만하고 넉넉하고 너그럽고 소박하고 시원하고 준수하고 당당하고 등. 여러 가지 짜임새를 가지고 있죠. 작가마다 또 작품을 구입하는 분마다 추구하고 선호하는 형태가 다르고요. 저는 전(입)의 짜임새, 어깨선의 소박함, 배에서 굽으로 이어진 선에서 흐르는 시원함과 준수함, 굽의 당당함 등의 비례와 조화를 중요하게 여겨요."

신철 작가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달항아리를 1000점 이상 만들었다. 한때 달항아리에 다양한 것을 담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달항아리의 품성을 이해하고 조형미를 알아가기 위해서 500점을 만들었다. 또 하루는 지인이 작가의 달항아리를 보고 그 속에 신철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단 한 점일지라도 그 속 어딘가에 작가가 담겨 있기 마련이지만 그 후 또 500점을 만들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000점을 만든 다음 달항아리 작업은 잠시 쉬었다. 달항아리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작가만의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찾았기 때문이다. 신철 작가가 추구하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강건함이다. 조선시대 왕이 지닌 기품이 자연과 동화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이다. 작가는 최근 다시 달항아리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것을 뛰어넘은 자유로움 속에서.

신철 작가에게 도예는 흙과 불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작가를 찾아가는 길이다. 신 작가는 자신을 감동시키는 작품을 꿈꾼다. 연륜이 묻어 있어 젊은이들한테 귀감이 되는 작품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태그:#이천도자예술마을 , #달항아리, #이천도자기축제, #스피커도자기 , #이천산수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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