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서병수 부산시장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서병수 부산시장 ⓒ 정민규


"박근혜 정권을 이은 자유한국당이 한국영화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16일 서병수 부산시장이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은 데 대해 영화계의 반응은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블랙리스트로 한국영화를 괴롭히고 부산영화제를 망쳐 놓은 박근혜 정권의 잘못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반성이나 책임감 없이 여전히 그 틀을 이어가겠다는 자세를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면서 영화계도 후보자들 면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양한 형태의 영화제와 영화산업 발전에서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경상남도의 경우 2009년 지역 영화인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던 경남영상위원회가 통폐합 된 역사가 있다.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다른 기관들과 함께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폐합 시킨 것. 이 과정에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서울이 박원순 시장 등장 이후 시네마테크 건립 계획 등에 탄력을 받으며 영화인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도 지자체 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예민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개최중인 경기도 역시 남경필 지사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부산영화인들 우려 속 긴장

부산은 부산영화제 사태로 한국영화계와 박근혜 정권이 대치해 왔다. 때문에 부산시장에 대한 영화인들의 관심이 크다. 영화계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한국영화와 악연으로 점철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공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야외무대 행사에서 방은진 감독이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야외무대 행사에서 방은진 감독이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한 부산영화제는 서병수 시장 재임 4년간 위상이 크게 깎였다. 얼마 전 서병수 시장이 부산영상위원회마저 절름발이로 만들면서, 서 시장에 대한 영화계의 감정은 더 악화됐다. 서병수 시장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에 나섰던 것이 최근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문체부 직원까지 사망... 실체 드러난 박근혜 블랙리스트)

서 시장은 부산지역 촬영으로 화제가 되고 흥행에서도 주목받은 할리우드 영화 <블랙 팬서> 촬영 유치에 기여한 공로자인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사실상 해임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영화계는 부산영화제 이사이기도 한 최 위원장이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복귀에 적극적인 발언을 한 것에 따른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다.

서 시장이 후임으로 임명한 측근인사는 무자격 낙하산 인사라는 영화계의 반발에 자진사퇴했다. 현재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공석인 상태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중이다.(관련기사 : '오기 인사' 서병수 부산시장, 결국 망신만 자초했다)

서 시장은 영화계의 사과요구도 시종일관 외면했다. 그는 부산영화제 사태는 부산영화제를 보이콧한 영화인들의 탓이지 자신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계는 서 시장의 이런 태도가 부산영상위원회 사태를 촉발시켰고, 지역의 영화산업을 위협한다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번 부산시장 공천도 달갑지 않게 보는 것이다.

지역영화단체인 '영화네트워크부산'의 한 관계자는 "20년 동안 땀 흘려서 성장시켜 온 부산의 영화산업이 서병수 시장 4년 동안 이렇게 망가질지 상상도 못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 영화감독은 "서병수 시장 공천은 한국영화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인식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지역의 영화인은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서병수 당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홍준표 대표가 서 시장의 공천에 부정적 발언을 할 때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것을 넘어선 상태라 모두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서병수 시장이 재선할 경우 부산영화산업 전체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지역 영화인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한 민주당 후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정경진 전 부산 부시장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정경진 전 부산 부시장 ⓒ 정경진


한편 영화계 일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정경진 전 부시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2014년 부산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 때 정 전 부시장이 서 시장을 대리해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4년 영화제가 종료된 후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김광회 문화관광국장 등이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만나 사퇴 문제를 거론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 전 시장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당시 문재인 캠프에 영입된 후 자신의 불찰이고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한다며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의 고초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영화단체 대표를 지낸 한 영화인은 "사과를 했더라도 그가 했던 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부적절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영화단체들이 연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영화제 부산영상위 자유한국당 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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