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시픽 림: 업라이징>

영화 <퍼시픽 림: 업라이징>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초대형 SF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 21일 개봉한다.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시리즈의 각본가 스티븐 S. 드나이트의 영화 데뷔작이며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 존 보예가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2013년에 개봉했던 영화 <퍼시픽 림>의 속편으로, 5년 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선보였던 시리즈의 시작을 복습해보고자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 태평양을 배경으로 한 <퍼시픽 림>은 그 스케일에 걸맞은 두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거대생명체를 뜻하는 일본어 카이주와 사냥꾼을 뜻하는 독일어 예거이다. 21세기 초, 태평양 심해에 큰 균열이 일어나고 이 구멍을 통해 외계에서 온 거대한 괴물 '카이주'가 지구를 침범한다. 세계 각국은 연합군을 결성하고 초대형 로봇인 '예거'를 만들어 카이주를 물리쳐 나간다. 하지만 끊임없는 '카이주'의 공격에 예거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각국의 지도자들은 다른 방어책으로 해벽을 만드는 것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예거 프로그램을 점차 종료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저항군의 사령관 스탁커(이드리스 엘바)는 5년 전 예거 군단을 떠났던 롤리를 복귀시키고, 남아 있는 4대의 예거들을 홍콩으로 불러들여 카이주와의 마지막 대전을 준비한다.

화려한 CG과 볼거리 가득하지만

 영화 <퍼시픽 림> 스틸 컷.

영화 <퍼시픽 림> 스틸 컷.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퍼시픽 림>이 가지고 있는 '거대로봇 대 거대괴수'의 대결 구도는 트랜스포머와 고질라의 대결을 연상케 하지만, 이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에반게리온'의 실사판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인류를 위협하는 미지의 거대 생물체와 맞서 싸우는 거대 로봇이란 기본 뼈대는 물론, 거대로봇이 파일럿과의 정신 융합을 통해 움직인다는 설정마저 똑같다. 다만 <퍼시픽 림>은 파일럿이 두 명이란 설정을 통해 파트너십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영화에서 다른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엿볼 수 있는데 머리가 합체하는 설정은 <마징가Z>를 연상하게 하며 상어를 닮은 카이주의 모습은 <청의6호>속 괴수를 떠오르게 한다.

화려함과 거대함 그리고 파괴력만으로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가치를 측정한다면 <퍼시픽 림>은 최정상급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들 크기의 10배에 달하는 거대로봇 '예거'들과 '고질라' 같은 괴력을 발휘하는 카이주가 태평양에서 펼치는 육중한 액션 시퀀스는 <퍼시픽 림>만의 유니크한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퍼시픽 림>은 거대한 액션 비주얼의 가치 이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허약한 내러티브와 평면적인 캐릭터로 진행되는 정형화된 스토리는 인상적인 비주얼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며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했던 거대 로봇에 대한 '로망'을 현실화했지만, 빈약한 스토리는 북미 흥행 성적과 직결되었다. 제작비가 1억9천만 달러에 달했던 <퍼시픽 림>의 북미 흥행성적은 1억 달러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퍼시픽 림>은 글로벌 마케팅에 적합한 설정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다양한 국적의 예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집시 데인저는 물론 중국의 크림슨 타이푼, 일본의 코요테 탱고, 러시아의 체르노 알파, 호주의 스트라이커 유레카까지 환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특색을 살린 예거를 등장시켜 해당 국가의 관심을 불러왔다.

 영화는 환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예거들을 등장시키며 글로벌 마케팅을 시도했다.

영화는 환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예거들을 등장시키며 글로벌 마케팅을 시도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특히 중국에선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억1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중국의 극장 수입은 제작 국가 미국보다 더 좋은 기록이었다. 러시아에서도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천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기록했다. 일본인 여주인공을 내세운 것은 물론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했기에 일본의 환심을 살 만도 했지만, 의외로 일본에선 1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치며 부진했다. 반면 한국 예거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는데도 국내 개봉 당시 254만 관객을 동원, 204억 원의 극장 수입을 거둬 일본보다 나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퍼시픽 림>은 개봉당시 전 세계 4억1100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기록했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이야기

영화의 각본을 쓴 트래비스 베컴은 안개 낀 아침 캘리포니아 해안을 산책하다가 물 에서 떠오른 괴물이 해안에서 대기하던 거대 로봇과 싸우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서구영화에서는 80m 크기의 거대 로봇에 대한 전통이 없다"며 "철인28호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재패니메이션을 잘 아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먼저 로봇의 내부 골격을 설계하게 만들고 외부 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으로 로봇을 만들었다. 제작진은 100기의 로봇과 100마리의 카이주를 디자인했으며 매주 선호하는 캐릭터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출연 대상을 뽑았다고 한다. 기예르로 델 토로 감독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콜로서스'와 일본의 유명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그림 '카나가와의 거대한 포'에서 영화 속 영상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 속 홍콩에는 'Tull Street'와 'Fong Street'라고 쓰인 거리 표지판이 나오는데, 토마스 툴(Thomas Tull)은 영화의 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의 사장이며, 헨리 퐁(Henry Fong)은 영화의 콘셉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퍼시픽 림>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론 펄먼의 5번째 작품인데, 기예르모 감독의 데뷔작인 <크로노스>를 시작으로 <블레이드2> <헬보이> <헬보이2: 골든아미>까지 비인간 캐릭터를 소화했던 론 펄먼이 5번째 작품만에 처음으로 인간 역할을 소화한 작품이다. 극중 론 펄먼의 이름은 한니발 추인데 이것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에서 제임스 홍이 연기했던 한니발 츄에서 따온 것이다.

극중 스탁커와 마코 모리는 부녀지간에 가까운 나이 차이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배우인 이드리스 엘바와 키쿠치 린코는 불과 8살 차이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퍼시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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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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