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병재: 블랙코미디> 포스터

넷플릭스 <유병재: 블랙코미디> 포스터 ⓒ YG엔터테인먼트


3월 16일,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OTT 기업 넷플릭스(Netflix)와 YG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스탠드업 코미디, <유병재: 블랙코미디>가 공개되었다. 넷플릭스와 유병재가 손을 잡았다는 발표가 난 지 거의 4개월 만이다. <유병재: 블랙코미디>는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병재가 2017년 8월 11일부터 이틀간 선보였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촬영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자체는 기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 시간 동안 유병재 특유의 몸개그와 풍자를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관객을 웃기는 방식이었다. 약 2년 전 JTBC의 <말하는대로>에서 보여줬던 '시국 버스킹'과 상당히 유사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규제의 힘이 약한 스트리밍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 노골적인 정치, 사회, 섹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욕설은 물론, '우병우', '박근혜', '좌좀'에 심지어 '레밍 발언'으로 조명을 받았던 '김학철 도의원'까지 아무런 여과 없이 웃음의 소재로 쓰인다.

그러나 스탠드업 코미디의 특징인 깊은 정치 풍자는 없었다. 전두환에게 욕을 한다던가, 악플을 읽으며 유병재와 우병우를 헷갈렸다고 하는 등 관객들을 웃기기 위하여 뉴스 헤드라인의 표면만 스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넷플릭스가 가져온 콘텐츠 생산의 지각 변동, 2018년을 지켜보자

 넷플릭스 <유병재: 블랙코미디>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유병재: 블랙코미디> 중 한 장면 ⓒ YG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유병재: 블랙코미디>는 매우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권력과 자본의 탄압 때문에 정치, 종교, 사회 풍자를 멈춰야 했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넷플릭스라는 독립적인 플랫폼과 함께 부활했다는 점에서 <유병재: 블랙코미디>는 매우 혁신적이다.

방송을 장악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써 내려가던 정권은 끝났지만, 아직 대부분의 방송국과 영화 제작사들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풍자와 해학을 더 찾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제와 자본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넷플릭스가 자체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하여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다국적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이라는 특징을 이용하여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가 한국보다 더 일찍 진출한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더 독창적이고 서구권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접속 화면

넷플릭스 접속 화면 ⓒ 넷플릭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넷플릭스는 자본주의 시대의 어른과 기업들을 비판하는 <옥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스릴러물인 <킹덤>을 제작하는 등, 기존의 제작사들은 하지 못했던 신선한 시도들을 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시청률과 흥행에만 집중하며 천편일률화 되어가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속에서 넷플릭스의 도전들은 파격적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면, 머지않아 미국처럼 넷플릭스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며 케이블 채널을 뛰어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유병재: 블랙코미디>의 두 번째 편이 올해 안에 제작되어 공개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각종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혁명을 가져올지, 아니면 시도로 끝날 것인지, 2018년은 넷플릭스에게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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