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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협상단과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1월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을 앞두고 참석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협상단과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1월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을 앞두고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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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는 15일 한미FTA 발효 6년차가 되는 지금까지도 한국 국회와 국민은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를 이끄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통상절차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통상조약의 이행상황 평가는 통상조약 발효 후 5년마다 실시"해야 하며, "이행상황 평가는 평가를 개시한 날부터 6개월 내에 종료하여야 한다."(제3조)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이행상황 평가를 요청받은 관계 연구기관의 장이 기술적인 이유로 평가 기간의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뿐이다.(동조 제1항)

당초 산업부는 작년 3월 14일 보도자료에서 "한·미 FTA로 인한 성장, 고용, 소비자후생 등을 분석한 FTA 이행상황 평가는 전문연구기관의 연구용역을 거쳐 2017년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고서 마감시한은 이런저런 이유로 11월 중으로, 다시 1월 19일로 연기됐다. 국회 산업위 소속 손금주 의원(무소속, 전남 나주화순)을 통해 알려진 세 번째 마감시한은 지난 2월 28일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3월 6일 <경향신문>을 통해 확인됐듯이 산업부는 "늦어도 2월 말까지 한·미 FTA 이행상황평가 보고서를 국회에 낼 예정이었는데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4번째 연기다.

'늑대가 온다'고 외쳤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동네주민들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째 거짓말까지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회를 상대로 4번째 거짓말을 한 산업부를 언제까지 믿어야 할까?

'정성적 평가' 위해 연기한다던 산업부 해명은 거짓말?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5일 산업부 당국자는 "지난 5년간 미국 측 관심 품목인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 한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FTA 수출효과가 있었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수출입통계에만 매몰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출입 통계는 이미 매월 공개된 자료다. 단지 통계의 유불리 때문이라면 이행평가 보고서는 지금처럼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다.

더구나 산업부는 3차 연기 당시 연구용역이 계속해서 연기되는 이유로 "그동안 상품 분야 위주로 분석이 이뤄져 서비스 분야는 분석이 되지 않았다. 상품 분야는 개량분석모형(CGE모델)에 따라 구체적 수치가 나오는데, 서비스 분야는 개방정도로 분석해야 해서 모형을 돌리기는 어렵고 정성적 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산업부는 왜 한미FTA 이행평가 보고서 공개를 꺼리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미FTA 이행평가, 조속히 완료돼야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10일 <밥과 법>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인사를 하고 있다.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10일 <밥과 법>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인사를 하고 있다.
ⓒ 한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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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학계, 법조계 등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연대체인 FTA 대응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5년 평가 보고서 발표회'에서 한미FTA로 인한 변화는 무역수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적재산권·서비스·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63개의 법령 개정이 이뤄지는 등 법과 제도가 미국식으로 변해가고 있다(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한국에 유리한 협정이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최근 펴낸 <밥과 법>에서 "FTA를 실제로 이행해 보니 어떤 장단점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객관적인 논의를 하려면 자료들이 필요한데, 자료가 없으니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형편입니다.(37면)"라고 비판했다.

정부 차원의 한미FTA 이행평가가 조속히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미FTA 재협상, 김현종 혼자 가는 길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FTA는 과정이다. 만병통치약은 더더구나 아니다. 한미FTA를 비롯한 모든 FTA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488면)


2008년 6월 유엔 대사직을 그만두고 해외소재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의 러브콜까지 거부하면서, 후배들을 위해 한미FTA 협상에 대한 기록을 남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이다.

그렇다. FTA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김현종 본부장 개인이 걸어가는 길도, 산업부 내 수십 명의 공무원이 홀로 걷는 길도 아니다. 5200만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다. 협상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전 국가에 미치기 때문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3차 협상이 예정되었던 8일(미국시간)보다 2주 가량 앞선 2월 25일부터 벌써 3차례나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에 대한 아웃리치 활동을 위해 방문했다고 하나,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적 동의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을 혼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돈키호테식 만용에 가깝다.

한미FTA 개정을 위한 3차 협상이 15일(현시시간) 미국에서 열린다. 이행평가보고서 마감시한에 대한 거짓말은 4번으로도 족하다. 더 이상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 3차 협상 이전 한미FTA 이행평가는 마무리되어 국회와 국민 앞에 공개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회 FTA연구모임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한미FTA, #송기호, #김현종, #정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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