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중 'Land Of Lola'의 한 장면이다. 롤라 역의 최재림, 엔젤 역의 전호준, 박진상, 이종찬, 김준, 김강진, 배나라 배우다.

뮤지컬 <킹키부츠> 중 'Land Of Lola'의 한 장면이다. 롤라 역의 최재림, 엔젤 역의 전호준, 박진상, 이종찬, 김준, 김강진, 배나라 배우다. ⓒ CJ E&M


성황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망해가는 아버지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퀸 롤라를 만나 킹키부츠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인기작으로 국내에는 2015년 초연 후 올해 2년 만에 삼연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캐스팅부터 큰 화제를 모았는데 <킹키부츠>의 핵심 롤라 역에는 뮤지컬 배우 최재림, 정성화가 발탁됐다. 지난 시즌부터 함께한 정성화는 익살스러운 롤라를 보여주고 있다. 최재림은 롤라 역으로 발표되자 첫 여장 도전에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고 이전에 맡아왔던 배역들이 워낙 강력해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현재 최재림은 롤라 그 자체가 돼 매회 공연을 잘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믿고 듣는 성대 최재림 롤라

믿고 듣는 성대를 가진 배우 최재림. <킹키부츠> 롤라의 넘버들은 고음도 많고 테크닉이 화려한데 이를 시원시원하게 소화하고 있다. 대극장을 가득 메우는 짱짱한 목소리에 속이 뻥 뚫릴 정도다. 극 중 드래그퀸 롤라가 첫 등장하는 'Land Of Lola'는 화끈하고 재치 있는 가사와 따라 하기 쉬운 안무들로 중독성을 가진 곡이다. 최재림은 당당한 롤라의 모습을 힘 있는 목소리로 표현했는데 리듬을 가지고 노는 듯한 센스와 시원한 가창력을 발휘해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롤라가 춤추는 모습이 상상될 정도인데 공연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탄탄한 보컬과 애드립, 능청스러운 연기는 더욱 발전하고 있다.

최재림은 특히 영어 가사의 느낌을 잘 살린다. 이전 작품들부터 뮤지컬 넘버 속 영어 가사부분을 매력적으로 부른다는 평을 받았는데, 유창한 발음으로 귀에 쏙쏙 박히는 포인트를 잘 잡는다. 'Sex In The Heel'에서 "하이힐은 섹시해야 한다" "하이힐은 섹스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Sex In The Heel"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데 중독적인 악센트를 줘 킬링 포인트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이때 엔젤들과 함께 턴하면서 구두로 바닥을 찍는 안무와 잘 어우러져 구두에 대한 롤라의 열정과 끼가 폭발하는 장면이 완성됐다.

존재감 최고의 2미터 롤라

 롤라 역의 최재림 배우가 Hold Me In Your Heart''를 열정적으로 부르고 있다.

롤라 역의 최재림 배우가 Hold Me In Your Heart''를 열정적으로 부르고 있다. ⓒ CJ E&M


드래그퀸 롤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다. 반짝이 빨간 드레스, 보라색으로 통일한 옷차림, 범상치 않은 하이웨스트 바지와 빨간 줄무늬 셔츠 등 의상만 보아도 아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킹키부츠> 답게 전 세계에 많은 롤라들이 있다. 근육질의 롤라, 여리여리한 롤라 등 다양한 모습이다. 최재림의 롤라는 우아하지만 강하다. 긴 팔다리로 크고 우아한 춤선을 만들지만 때때로 거친 모습도 보인다. 우아함에는 큰 키도 한몫했는데 '2미터 롤라'라는 별명처럼 그가 킹키부츠를 신으면 2미터를 훌쩍 넘는다. 키에 비해 호리호리한 몸매 덕분에 지금의 우아하면서 시원시원한 롤라가 탄생했다. 무대 위 어느 곳에 있든지 눈에 띄는 모습이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의 롤라답다.

장신 롤라의 매력은 'Everybody Say Yeah'에서 톡톡 튄다. 완성된 킹키부츠를 공장 사람들과 축하하는 장면에서 롤라와 찰리는 신발을 포장하던 레일 위에 올라가 춤을 추고 노래한다. 롤라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우아하게 허리를 꺾거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다. 이 장면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부츠의 완성을 기뻐하며 신나서 미치겠는 사람처럼 뛰어다니는데 <킹키부츠>에서 흥이 가장 폭발하는 부분이다. 움직이는 레일 위를 사정없이 뛰어다니는 롤라와 찰리의 춤도 놓쳐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하이라이트 패션쇼 장면 'Raise You Up/Just be'에서는 롤라와 엔젤들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한다. 이들은 등장만으로 모든 시선을 가져간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화려하고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체가 극을 표현하는 요소로 정말 중요하다. 엔젤들의 왕언니 최재림 롤라는 시그니처 레드 의상과 킹키부츠를 장착하고 "사람을 있는 그대도 받아드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서 뮤지컬 <킹키부츠>가 가진 힘이 다 드러난다.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동화처럼 무대 위 신비한 존재 롤라와 엔젤들은 온몸으로 행복을 뿌린다.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극은 막을 내리는데 돌아가는 관객들은 하나같이 다 행복한 모습이다. 실제로 "행복하다"고 말하며 나가는 관객들도 많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바뀔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장면은 킹키부츠의 핵심이자 관객과 인물들이 마주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를 이어주는 롤라를 통해 롤라가 킹키부츠에서 왜 꼭 필요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

화려한 롤라도 아픔이 있었다

 뮤지컬 <킹키부츠> 'Not My Father's Son' 중 롤라가 본인의 이야기를 찰리에게 털어놓는 장면이다.

뮤지컬 <킹키부츠> 'Not My Father's Son' 중 롤라가 본인의 이야기를 찰리에게 털어놓는 장면이다. ⓒ CJ E&M


뮤지컬 <킹키부츠>는 좋은 노래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중 한 곡만 고르라면 내가 선택할 곡은 바로 롤라의 'Not My Father's Son' 이다. 롤라라는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곡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누구든 다 때려눕힐 것 같은 롤라도 알고 보면 상처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평범하게 살라는 아버지의 기대에 따라가려 힘들게 보낸 어린 시절, 본인의 모습을 숨기며 아팠던 시간들을 지나 '있는 그대도 모든 게 괜찮다'는 지금의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모든 내용들을 잘 쌓아갔다.

화려하고 신나는 다른 노래들이 많지만 공연을 본 후 자꾸만 떠오르고 먹먹해지는 장면은 여기였다. 롤라라는 특별한 존재의 서사, 감정, 고민을 한 곡으로 잘 표현해냈다. 찰리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롤라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의 진실한 마음을 알 수 있어서 기뻤다.

킹키부츠의 롤라는 화려, 신남, 진지, 유괘 이 모든 걸 소화하면서 이야기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여기서 하나만 어긋나도 롤라의 진정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한다. 그런데 최재림은 한 곡, 한 장면씩 감정을 잘 쌓아가며 호소력 있게 롤라의 이야기를 전한다. 후반부 'Hold Me In Your Heart'에서는 감정을 폭발시켜 제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을 토해내는데 이 때 롤라의 진심이 폭발하고 극이 최절정에 달한다. 편견 없이 사람을 바라봐달라는 말을 평생 동안 하면서 살아왔을 롤라의 인생과 그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다.

내 인생 뮤지컬 <킹키부츠>, 내 인생 롤라 '최재림'

 뮤지컬 <킹키부츠> 중 'Everybody Say Yeah' 장면이다.최재림, 이석훈,김지우, 등이 열연 중이다.

뮤지컬 <킹키부츠> 중 'Everybody Say Yeah' 장면이다.최재림, 이석훈,김지우, 등이 열연 중이다. ⓒ CJ E&M


공연은 순간의 예술이다. 같은 공연, 같은 배우라도 그 날 그 순간이 아니면 똑같은 걸 두 번 다시 보거나 느낄 수 없다. 그런데 뮤지컬 <킹키부츠>는 매 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던 모든 회차가 볼 때 마다 확실히 더 좋아졌다. 어떤 날은 롤라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너무 슬퍼 눈물이 나기도 했고 어떤 날은 1막이 시작하자마자 '오늘 공연은 더 좋구나'라는 걸 직감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벗어나려 도망쳤던 찰리가 공장을 일으켜 세우고, 아픔이 있던 롤라가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공연장을 찾기를 추천한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마지막 공연은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볼 수 없는 게 공연이기에 지금 바로 볼 것을 권유한다. 행복하고 싶다면 뮤지컬 <킹키부츠>와 롤라를 어서 만나기를.

덧붙이는 글 뮤지컬 <킹키부츠>는 4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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