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놀라운 하루>.

<지구, 놀라운 하루>. ⓒ BBC Earth Films


대부분의 사람은 돈에 관한 고민을 한다. 좀더 안정적으로, 좀더 많이 확보하는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에게 맞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돈은 우리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다.

실제로도 '돈'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잘 보인다. 구름만 없다면 말이다. 바로, 태양이다. 태양 에너지를 잘 활용하면 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지구상의 모든 재화는 사실은 태양 에너지의 화신이다. 실물이건 가상이건, 화폐 역시 그 에너지의 가치를 표상하고 있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이제훈 ⓒ 리틀빅픽처스


지난주에 개봉한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는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들이 그것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보여준다. 배우 이제훈의 내레이션과 등장인물, 아니 '등장생명'들의 활동 영상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태양열의 배분에 따른 지구 생명체들의 하루 일과를 시간별·장소별로 보여준다.

영화 속 생명체들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작동한다. 낮과 밤의 리듬에 따라 움직인다. 태양이 보이고 안 보이고의 리듬에 따라 활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영화 속 내레이션은 이렇다. 아래의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다.

"아침에 해가 뜨기 시작할 땐, 우리는 제각각 다르게 반응해요. (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다 달라도, 태양이 이 세상에 힘을 주는 건 확실합니다."

이 내레이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장면은, 페루 서쪽 갈라파고스섬에 사는 '바다 이구아나'의 이상한 습성인 듯하다. 이들은 아침이면 마치 군대처럼 대열을 이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참 동안 서 있는다. 태양을 우러러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하루에 쓸 에너지를 그렇게 확보한다.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리틀빅픽처스


모든 생명체가 바다 이구아나처럼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흡수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집 안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도 태양 에너지가 내재된 전등불에 의존하고 그 에너지가 함유된 음식물을 섭취한다.

지구상의 광물과 식물과 동물 속에는 어떤 형태로든 태양 에너지가 들어 있다. 이걸 소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있다. 소인국과 거인국 여행을 끝나고 섬나라 여행을 할 때, 래가도란 도시에서 걸리버가 겪은 일이다.

"나는 여러 날 동안 아카데미를 방문했다. ······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연구자는 무척이나 마른 사람이었다. ······ 그는 오이에서 태양 광선을 추출해 내는 계획을 8년 동안 연구하고 있었다. 태양 광선을 유리병에 넣어서 밀봉해 두었다가, 기후가 좋지 않은 여름에 개봉을 해 공기를 덥힌다는 것이었다. 8년만 더 있으면 총독의 정원에 상당한 양의 태양 광선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오이에서 태양 광선을 추출하는 모습은 물론 소설 속 장면이지만, 지구 생명체의 본질이 태양 에너지의 결과물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가 함유된 동식물을 입안에 넣는 행위와 태양열을 직접 쐬는 행위는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생명의 원천을 흡수하는 행위라는 면에서 다를 바 없다. 바다 이구아나의 집단 행동은 태양에 의존하는 지구 생명체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태양의 아이들'로 부르는 학자도 있다. 앨프리드 크로스비 텍사스대학 교수가 지은 <태양의 아이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태양의 빛은 어떤 측면에서 보든 가장 큰 에너지의 샘이며,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삶을 위한 연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러시아의 지구화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모두 '태양의 아이들'인 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태양.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태양.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인간은 태양 에너지 덕분에 활동하고 그것이 함유된 동식물을 먹고 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태양과 관련된 인간의 활동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이 부(富)를 추구하는 과정도 크게 보면 태양 에너지를 수집하는 활동이다.

인간은 노동력·부동산·생산물·화폐의 확보 여하에 따라 부(富)를 평가한다. 부동산과 생산물은 문자 그대로 태양 에너지의 결과물이다.

순수하게 자기 노동력만으로 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자들은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활용해 부를 축적한다. 그래서 노동력도 부의 평가 기준이 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토지 넓이 혹은 비옥도와 더불어 노비 숫자도 재산 평가의 기준이었다. 인간은 태양 에너지로 움직인다. 따라서 인간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행위도 결국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행위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리틀빅픽처스


화폐는 노동력·부동산·생산물과 교환된다. 노동력·부동산·생산물이 태양 에너지를 표상하므로 화폐 역시 그것을 표상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노동력·부동산·생산물·화폐를 축적하고 부를 추구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바다 이구아나처럼 인간도 태양을 열렬히 쳐다보며 살고 있는 셈이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저 태양이 실은 돈인 것이다. 그리고 빈부차는 그 에너지의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태양이 인류의 삶에서 결정적이라는 점은, 고대로부터 인류가 태양을 열렬히 숭배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고대의 종교는 태양 숭배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가 있다. 그리고 태양 숭배는 이집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달했다. 대소 왕자의 박해를 피해 도주하던 주몽이 엄사수란 강을 만나자 그 강의 수호신에게 "나는 해의 아들"이라고 외치며 도움을 청했다는 이야기에서도 나타듯이, 우리 민족 역시 태양을 숭배했다. "나는 해의 아들"이란 문장은 청나라 정부가 편찬한 만주 역사서 <만주원류고>에 나온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는 "나는 천제의 아들"로 나온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라는 이유로 고대 인류의 숭배를 받은 태양. 태양은 모든 사람을 골고루 비추고 있다. 관중의 사상을 정리한 <관자> 목민 편에서 "해와 달이 만물을 두루 비추듯이"라고 한 것처럼, 태양은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똑같이 비추고 있다.

그렇지만, 유독 인간 사회에서만큼은 태양 에너지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태양 에너지를 표상하는 노동력과 부동산과 생산물과 화폐가 심히 불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 태양은 만물을 공평하게 비춘다는 태양계의 원리가 인류 사회에서만큼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빈부격차와 분배 불공정이 인간 윤리 뿐 아니라 태양계 윤리에도 위반되는 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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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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